사랑과 전쟁

 

 프롤로그 


챠니는 모래언덕에 앉아 해질녘의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을 바라보았다.


 ‘해질녘의 아라키스는 눈부시게 아름다워.’

 ‘스파이스야.’


 폴과 함께 바라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 장엄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바라보다 뜨거우면서도 절제된 분위기 속 키스를 나눴던 그때가.


 “챠니.”

 “…페이드.”


 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온 이는 분명 폴과 대결한 칸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페이드 로타 하코넨이었다. 


 “청승 떨지 마. 다른 거 생각도 하지 말고.”


 챠니의 양 볼을 감싸쥐며 속삭이는 페이드는 과연 사이코패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안 미워? 너를….”

 “내가 왜.”


 챠니의 뺨에 쪽, 입을 맞춘 페이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를 살렸고, 내 목숨은 오직 네 것이야.”

 “아라키스를, 스파이스를 갖고 싶지 않아?”

 “죽기 전엔 그랬지. 아트레이데스에게 칼에 찔려 심장이 멎을 땐 그 모든 게 부질없더라. 그런데 네가 나를 살렸지. 나는 이제 오직 너를 위해 살거야, 챠니.”


 진하고 강렬한 눈빛은 맹목적이다. 챠니는 쓴웃음과 함께 눈물을 삼켰다. 이런 의도로 이 남자를 되살린 건 아니었으나 이렇게라도 살아간다는 건 어떻게든 버틴다는 의미가 되겠지.


 ‘챠니, 내가 살아 숨 쉬는 한 너를 사랑할거야.’


 그렇게 말했으면서.

 그렇게 말한 주제에.


 “챠니! 이제 곧 무앗딥이 이룰란 공주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대!!!”


 끝내 챠니는 무릎을 둥글게 말아올려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울음에 흔들리는 어깨를 단단한 손바닥이 부드럽게 토닥여준다. 챠니가 한결 편안해질 때까지….


 그렇게 챠니가 살아가는 아라키스는 날이 저물어간다.


 

 ****


 “황제 폐하. 준비되었습니다.”

 “…거니.”

 “네.”

 “챠니가 페이드 로타 하코넨을 되살렸어.”

 “…맙소사. 그 사이코를 왜…, 설마!!”

 “나에 대한 원망과 외로움, 어쩌면 나를 뒤흔들고 다시 찾을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에.”

 “…질투 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폴은 희미하게 웃었다. 자조섞인 미소였다.


 “질투? 오, 거니. 난 다시 그 남자를 죽이고 싶어 미칠 지경이야. 산산조각 내어 다시는 챠니를 보지 못하게.”


 거니는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더이상 거니가 알던 순진한 도련님이 아니었다. 많은 일을 겪었으나 폴에게 있어 ‘퀴사츠 해더락’ 과 ‘리산 알 가입’이 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챠니를 잃은 게 가장 큰 슬픔이 아니었을까. 제 예상보다도 훨씬 폴에게 있어 전부였던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거니의 머릿속을 때렸다.  


 “거니, 나는 이제 미래를 볼 수 있지. 이 손에는 보여.”

 “폐하.”

 “내가 이 결혼을 하는 건 챠니를 살리기 위함이야.”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 곁에 있으면 챠니는 죽어. 그래서 보냈어. 살아있어주면 되니까. 하지만 이제 이 빌어먹을 운명이라는 존재와 싸워야겠어, 거니.”


 거니는 오싹함을 느꼈다. 결혼식을 목전에 둔 남자는 오히려 전쟁을 치룰 태세였다. 


 폴은 눈을 감았다 떴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챠니와 나는 절대 떨어질 수 없어.”


 푸른 눈동자는 광기로 활활 타올랐다. 거니는 그저 침묵만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작가가 꿈인 악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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