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우기가 시작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렸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날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상담소의 하루는 길고 지루했다. 비가 오면서 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무심하게 여겨졌다.

고소한 커피향이 퍼지고 위신이 유스케의 책상 앞에 의자를 끌고와 앉아 머그잔을 건네주고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지루하지?”

“지독하게 온다.”

“그러게, 올해는 비가 더 많이 오는거 같아. 어릴땐 일부러 비를 맞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 그러면 감기걸려.”

 

유스케는 욱신거리는 무릎을 손으로 주물렀다. 아닌척 했지만 인상을 찌푸렸는지 위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파?”

“그냥 근육통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

“날이 이래서 더 그런가보다.”

“찜질하면 괜찮아질거야.”

 

익숙하게 찜질팩을 전자렌지에 돌리고 수건을 감싼 뒤 소파에 앉아 무릎에 대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무릎을 타고 다리로 퍼져나가자 통증이 조금 가시는 듯 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즈홍이였다.

 

“응.”

- 무릎은?

“찜질하는 중이라 괜찮아. 넌 안바빠?”

- 방금 복귀했어. 비가 지독하게 오네.

“내일 퇴근하면 우리집으로 와. 쉰다고 말해뒀어.”

- 알았어, 보고싶다.

“맛있는거 해줄테니까 바로 와.”

- 응.

 

전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내일 아침이 되야 퇴근할 것이다. 보고싶다고 하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유스케 역시 그가 보고 싶었지만 아직 그에게 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화를 손에 든 채 즈홍은 비가 내리는 밖을 응시했다. 빗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보고싶다는 말에 그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했다. 같은 말을 바란건 아니지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점점 그에게 바라는 것들이 커져만 갔다. 아직 일순위가 아닌걸 알고 있다.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갈수록 조급해졌다.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자 그가 퇴근하는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머릿 속에 온통 그의 걱정뿐이었으니까,

그 때, 출동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서둘러 소방차에 올라탔다. 서를 빠져나가는 소방차 위로 세찬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장비를 착용하고 사고현장에 도착하자 거대한 트레일러와 버스, 그리고 캠핑카와 연결된 SUV차량이 다리 난간 아래에 위태롭게 걸쳐 있었다. 빗줄기를 뚫고 소방관들이 난간에 매달린 차량 쪽으로 향했다.

 

“차가 떨어지지 않게 와이어 연결하고 린즈홍, 너는 신참하고 같이 로프 매,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요구조자 확인한다.”

“알겠습니다.”

 

지시에 맞춰 즈홍은 J와 함께 로프를 연결하고 다리 난간을 넘어 아래로 조금씩 내려갔다. 여전히 빗줄기는 거세게 몸을 때리고 있었다. SUV 운전석 쪽으로 내려가자 안전벨트에 몸을 기댄 채 기절해 있는 운전자가 보였다. 창문은 깨진 상태였고 앞유리 역시 깨져 위험한 상태였다. 장갑을 벗어 목에 손가락을 대자 경동맥이 약하게 뛰는게 느껴졌다. 즈홍은 다시 장갑을 끼고 J에게 운전자가 살아있다는 사인을 보냈다. J와 즈홍은 바스켓을 차량 바로 옆으로 대고 조심스레 기절한 운전자를 눕히곤 천천히 조심스럽게 차에서 바스켓을 꺼내 위로 신호를 보냈다. 천천히 올라가는 바스켓, J가 엄지손가락을 올려 즈홍을 보며 웃었다.

그 순간, 난간에 매달렸던 SUV가 덜컹거리더니 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동시에 로프가 끊어지며 즈홍 역시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고 J가 소리쳤지만 물 속으로 사라진 즈홍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그 밤, 즈홍에게선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일할때면 가끔 연락 없을때가 있었으니 유스케는 개의치 않았다. 쉬기로 한 날이었지만 그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어제와는 다른 보슬비였다.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옷을 입은 뒤 우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섰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가기 위해서 였다. 이른 시간이라 마트 안은 한산했다. 카트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야채가 있는 곳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카레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유스케는 야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즈홍을 위해 당근과 양파, 감자를 카트에 넣었다. 그리고 큼직하게 썰린 돼지고기 한팩을 넣고 카레가루와 강황가루를 골라 카트에 넣었다.

더 근사한 음식을 할까 했지만 그가 좋아하는걸 만드는게 나을 것 같았다. 간단히 필요한 것들을 추가로 넣고 멈춘 곳은 와인이 있는 진열장 앞이었다. 와인을 골라주는 건 항상 에반이었는데, 한참을 서서 수 많은 와인병을 둘러보았지만 결국 제일 낯이 익은 병을 골라 카트에 넣었다. 카트를 끌고 카운터로 향하는 유스케의 뒷모습이 즐거워보였다.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유스케는 집으로 향했다. 집을 나설 때 내리던 부슬비는 이미 그친 뒤였지만 습기를 가득 머금은 아스팔트에서 수증기가 올라와 거리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집 앞에 도착하자 무거웠던 장바구니탓에 손바닥이 발갛게 눌려있었다. 잠시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한 유스케는 현관문을 열고 내려두었던 장바구니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밖의 습기가 집안에까지 들어온 듯 눅눅했다. 식탁에 장바구니를 놓고 에어컨을 살짝 틀었다. 여전히 즈홍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핸드폰 화면을 보다 테이블에 내려놓고 유스케는 부엌으로 향했다.

머신기를 켜고 커피를 먼저 내린 후 장봐온 물건들을 꺼내 손질하기 시작했다. 연락이 없어도 근무가 끝나면 올테니 따지고보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다. 집 안에는 유스케의 칼질 소리만 울려퍼졌고 습기를 없애기 위해 틀어둔 에어컨 소리만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한낮의 열기와 습기가 지나가고 유스케는 식탁에 앉아 오지 않는 즈홍을 기다렸다. 이미 오기로 한 시간을 한참 넘겼고 창밖으론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긴걸까?

별일 없을거라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지만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소방관이 아닌가, 입술을 잘근 씹다가 유스케는 식어버린 음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하면 안되니 그가 오면 데워 먹일 수 있도록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아마 일이 많아 오지 못하는거겠지, 실망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기로 했다. 그저 일이 많아 퇴근하지못해 연락을 못하는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밤이 찾아왔고 유스케는 씻고 나와 침대에 누웠다. 딱히 잠이 오는건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고 싶었다. 하루종일 괜찮았던 무릎이 살짝 시려왔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켰다.

 

일하는 중일거라고 믿고 싶다.

 

*

 

“이젠 상담받으러 오지 않아도 되지?”

“네가 생각하기엔 어때?”

“너 보러 올게.”

 

에반이 피식 웃었다.

 

“진심인데.”

“나 만나는 사람있다.”

“그런 뜻 아닌거 알잖아.”

 

에반의 말에 즈홍이 잔뜩 흥분해 대꾸했다. 그런 즈홍의 모습이 재밌는지 에반이 곁눈질하며 웃었다. 이내 장난이라는 걸 알아차린 즈홍은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잠을 못자거나 악몽을 꾸거나 누군가 널 해치려 한다는 생각이 다시 들거나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알아, 그럼 다시 오라고 친구를 잊지 못하면?”

“친구는 잊으면 안되지. 더 기억하고 네 앞날을 봐야지. 그 친구가 너에게 해주었던 일들 말이야. 어떤 존재였는지.”

“내 유일한 가족이었어.”

“가족을 잃는건 누구든 힘든 법이야.”

“그걸 견디게 해줘서 고맙다.”

“내 일인걸, 그리고 이제 넌 내 친구잖아.”

“그래.”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그와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점점 에반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리고 누군가 끌어당기는지 자꾸만 몸이 뒤로 밀려났다. 가만 앉아있는데 점점,

 

“야 린즈홍.”

 

리치였다. 에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눈 앞에 서 있는 리치의 모습에 즈홍은 당황스러웠다.

 

“뭐하는데 불러도 몰라?”

“나 아까 친구하고...”

“네 친구가 나밖에 더 있어?”

“그건 그렇지.”

“이따가 우리형 가게 갈거지?”

“응, 가자.”

 

눈이 반달모양으로 휘어지며 리치가 환하게 웃었다. 저 미소 때문에 친구가 되었었는데, 하지만 리치는 이제 없다. 그렇다면 지금 앞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리치.”

“왜?”

“아니야.”


꿈일까, 아니면,

 

*

 

거세게 내리는 비 사이로 하얀 담배연기가 섞여 들어갔다. 벽에 기대 연신 담배를 피우던 예가는 씁쓸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도착한지 한시간이 넘었지만 안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어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즈홍이 자신을 법정대리인으로 지정해 뒀을거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도 동생의 일 이후 결정한 듯 했다.


“미친새끼.”


욕지거리가 새어나왔다. 리치의 기일에 오지 못하게 했으니 얼굴을 못본지도 3개월가까이 되어가고 있었다. 절망스러웠다. 녀석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는데,

 

“자네, 들어오기 힘들어서 여기 있는건가?”

 

소방대장이 예가의 옆으로 다가왔다. 예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곤 가볍게 목례를 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대장은 리치와 즈홍을 아들처럼 대해준 사람이었다. 리치의 천방지축인 성격을 컨트롤하는데 능숙했고 외로운 즈홍을 다독여주곤 했었다. 두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중 한명이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데 깨어나질 못해.”

“현장에서 사고가 났다면서 왜 빨리 구하지 못했습니까?”

“추락한 차 아래 깔리는 바람에 시간이 좀 더 걸렸지, 최대한 빨리 구출해 냈는데 아무래도 물 속에 너무 오래 있었던 듯 해. 미안하다.”

“대장님만 믿고 애들을 맡긴건데 이게 뭡니까? 내 동생도 지키지 못하셨으면서 이젠 다른 동생마저…. 즈홍이가 깨어나지 못하면 각오하세요.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

 

대장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알지만 탓할 사람이 필요했다. 동생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동생의 분신과도 같은 녀석을 잃는다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떠안을 고통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대장을 남겨두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받은대로 병실을 찾아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그는 걸음을 옮겼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즈홍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깨길 기다리는 동료들이 병실 복도를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엔 일전에 가게에 왔던 J도 있었다. J가 예가를 발견하고 그에게 쭈뼛거리며 걸어왔다.

 

“형님, 오셨어요?”

“어때?”

“모두 안정됐다고 하는데 깨어나질 못하네요.”

“뇌손상이 있거나 그런건 아닌게 확실한거야?”

“의사말로는 그렇다는데.”

“깨어나겠지.”

“들어가보세요.”

“그래.”

 

병실 안에 들어가자 즈홍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폴대를 가득 메운 수액과 심장을 체크하기 위해 연결된 기계들, 악몽같은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입구에서 멈춰선 예가는 마른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참담한 현실, 얼굴에 검댕이가 잔뜩 묻은 채 잠들어 있던 동생의 얼굴이 생각났다. 엉망이었던 동생의 모습과는 달리 산소 마스크를 낀 채 잠들어 있는 즈홍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걱정을 하는지 알고는 있을까?

예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잠든 즈홍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런 순간이 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럼 더 녀석을 미워하고 원망했을텐데, 이젠 미워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너 내가 널 미워하는거 알고 있었어? 그래서 이렇게 누워있는거야? 괜찮다는데 왜 일어나지 않아? 잔인한 녀석.”

 

잔인한 시간이 흘러간다.

 

*

 

창가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고 밖을 응시했다. 벌써 5일째, 즈홍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매일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는데도 그에게선 반응이 없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아 싫어졌는지도 모른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가 기다리고 싶지 않아 하는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런 생각이 강렬해지면 울컥 눈물이 나오려 했다. 다시는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만약 사고가 생긴거라면 누구라도 알려줬으면 했다.

그가 일하는 곳에 전화를 해볼까 했지만 만약 더 이상 자신을 만나고싶어하는게 아니라면 어쩌나 싶어 전화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맑게 개인 날이었다. 한참동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유스케는 망설이다 즈홍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신호음, 몇 번이 울려도 받지 않자 끊으려 했다. 그 때,

 

- 여보세요?

 

핸드폰 건너편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즈홍이 핸드폰 아닌가요?”

- 맞아요.

“누구세요?”

- 장예가 라고 합니다. 의사선생님 맞으시죠? 자주 오시던 선술집 사장입니다. 즈홍이 형이기도 하고 연락 자주 하신거 같은데 이제야 전화 받아 죄송합니다.

“즈홍이는 어디있나요?”

- 일이 생겨서 지금 수인병원에 입원 중인데 오실 수 있나요?

 

그 다음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인병원, 익숙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뛰쳐나갔다.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신발도 대충 구겨 신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심장이 미친 듯 요동쳤다. 그가 얼마나 다쳤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나를 놓아버린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던 자신이 미워졌다.

그는 언제나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 눈물이 비집고 나오려는 것을 겨우 막아내며 그는 얼른 택시가 병원에 도착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눈이 잔뜩 충열된 채 유스케는 병실 앞에 멈춰 섰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의자에 앉아있던 예가가 뒤돌아 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스케는 즈홍이 누워있는 침대로 힘겹게 걸음을 움직였다.

 

“왔어요?”

“어떻게 된거에요?”

“직접 들으세요.”

 

예가가 비켜 서자 즈홍이 유스케를 보며 미소지었다. 즈홍의 얼굴을 보자마자 유스케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못본 며칠사이에 얼굴빛이 어두웠고 살이 너무 빠져 힘겨워 보였다. 결국 꾹꾹 누르고 있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손을 뻗어 즈홍의 야윈 뺨을 감싼다. 그가 웃었다.

 

“어떻게 된거야? 왜 이렇게….”

“이제 괜찮아. 미안해, 그날 가지 못해서.”

“무슨 소리야? 이렇게 아프면서.”

“기다렸을텐데.”

 

점점 작아지는 즈홍의 목소리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유스케는 그의 어깨를 당겨 안아주었다. 그리고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기다리면 좀 어때, 네가 이렇게 살아있는데.”

“널 두고 갈 수 없었어. 나마저 널 떠나면.”

“쉬이- 그만 말해. 힘들잖아.”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즈홍이 잠든 후에야 병실에서 잠시 나온 유스케는 즈홍의 사고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태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모두 듣자마자 그는 위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즈홍이 퇴원할때까지 곁에 있기로 결정했다. 마땅히 그래야 했다. 잠든 즈홍의 곁으로 돌아 온 유스케는 그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가 잠든 모습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본 것이 처음인 듯 했다.


“속눈썹이 엄청 길었네, 귀가 엄청 잘생겼네, 코도 높고, 왜 이렇게 잘생겼어?”

 

침대 끄트머리에 턱을 괴고 다른 손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코끝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이마부터 턱까지 선이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사랑해, 린즈홍.”

 

잠든 그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 유스케는 의자에 기대 앉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깔린 뒤였다. 그 밤, 잠에서 깬 즈홍은 침대에 엎드려 잠든 유스케의 까만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나도 사랑해.”

 

 

사랑,

그까짓 단어 뭐가 어렵다고

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걸까

사랑한다, 사랑한다,

마음껏 얘기하고픈 사람이 있는데

왜 처음부터 그러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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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때 꼭 보고싶은 장면이 있어서 

그 장면을 넣는 편입니다. 

유가 즈홍이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했거든요. 

살짝 아프게 했지만 .....



샘유포타쟁이 그러나 BL작가가 되고싶은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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