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도 벌써 반절이나 지났는데 산 중턱 폐차장에는 아직 봄이 오지 못했다. 이 주 전 내린 올해 마지막 눈이 완전히 녹지 않고, 차 무더기 사이사이에 이끼처럼 남아 햇볕을 받을 때마다 반짝였다. 하얀색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의 태록이 주머니에서 풍선껌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히터 때문에 사무실이 너무 건조하네. 문을 반쯤 열었다. 뒤에선 영채가 사무실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며 10초에 한 번씩 시계를 보고 있었다. 배영채, 가만 못 있어? 사무실 안쪽에서 정문이 영채를 타박했다. 죄송합니다, 정댐. 그래도 영채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사무실 중간에서 서성였다. 태록이 문에 기대서 풍선껌을 씹으며 후드티 주머니에 두 손을 넣었다. 주먹만큼 부풀었다가 꺼지는 풍선 너머로 삭막한 폐차장 공터를 훑었다. 주차장 구석에 있는 추사의 사탑이 반절만 응달에 있어, 반절만 눈이 녹아 뭔가 낭만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탑 맨 밑에 깔린 트럭 운전석 창문에 발 두 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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