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글은 특정 참가자 아이돌을 비방하거나 곡해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 서술되어 있음을 명시합니다.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진정한 레전드는 만든다고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걸.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좋게 말하면 배짱 좋게도, 나쁘게 말하자면 설레발 치기로 레전드가 되겠다는 포부를 이름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이 프로그램의 첫 인상은 과연 빛을 발하고 있었을까? 일단 아쉽게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1주차를 겪고 느낀 것은, 이건 '킹덤 : 레전더리 워' 보다는 '로드 투 레전더리 워'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진정한 '레전드'라기보다는 아직은 '레전드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1일 진행되었던 제작발표회에서 각 팀 출연자 대표 인터뷰에서 비투비 서은광은 킹덤 출연 계기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던 중에 "킹덤이란 레전드 무대를 만들기 위한 프로잖아요?" 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당연히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킹덤은 너무도 아쉬운 요소들이 이목을 끌고 있었다. 물론 첫 주부터 벌써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말이다.  MC를 포함한 출연자들의 논란과 하차 문제 등의 외부적 문제를 제외하고 프로그램 자체만의 내부적인 부분만 봐도 흥행에 있어서는 너무도 허술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다. 지금부터 그 요소들에 대하여 언급해 보려고 한다.

갑자기 웬 탈락 제도 삭제?

보통 남성 아이돌들 혹은 이를 지망하는 연습생들이 참가자로써 출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함은 주요 타겟층이 10~20대의 여성들이다. 이들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극적인 편집? 경연의 맛? 물론 그 이유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보통 대다수의 경우는 남성들이 서바이벌이라는 체제 하에 탈락의 위기 속에서 간절한 마음가짐과 함께 아이돌로써의 실력과 외모를 갈고닦는, 새롭거나 혹은 재발견을 노리는 모습을 원하기 때문이다. 반면 킹덤은 출연자들이 과연 이 안에서 무조건 간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많이 걱정되는 경쟁의 체제를 띄고 있다. 출연자들만 봐도 10년차를 거의 앞두고 있는 9년차의 비투비, 7년차 아이콘, 5년차 SF9 등 다수의 이미 연차가 있는 그룹들이 다수 포진되어있으며 로드 투 킹덤에서 우승을 하고 올라온 더보이즈의 경우 이미 한 번 우승을 하며 대형 팬덤의 성장의 구축을 이뤄냈고 스트레이키즈는 이미 국내든 해외든 충분히 흥행에 있고 가장 막내인 에이티즈 또한 국내 인지도는 아쉬울 지 몰라도 해외 입지는 이미 꽤나 단단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탈락 제도까지 현 시리즈 중 유일하게 삭제되었다는 것은 참가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잃을 것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참가자들이 위 내용과 상관없이 정말 이 프로그램에서의 우승을 간절히 원하거나, 혹은 다른 상대팀들에 의해서 승부욕을 자극받거나,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터닝 포인트를 찾고 있을 경우엔 말이 달라지긴 한다. 그래도 과연 실질적으로 기회를 얻어서 출연했다기보다는 방송사의 압력으로 인해서 섭외에 응했을 참가팀들이 이 프로그램에 있어서 정말 열심히 백 퍼센트 그 이상의 전력으로 임할까라는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우승 상품이 컴백쇼와 리얼리티로 단순 컴백쇼와 킹덤 진출권이 고작이었었던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추가되었기는 하지만 '보이그룹들 입장'에서 그게 정말 아주 큰 메리트는 아니니까. 다행히도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대부분의 참가팀들의 의지를 보아하니 꽤나 불타오르고 있어 혈기 넘치는 경쟁이 될 듯하긴 했지만, 벌써부터 경연에서 제대로 된 라이브는 커녕 립싱크도 제대로 안 하는 등의 아쉬운 면모를 보이는 출연자가 있었던 걸로 봐서는 과연..?

해당 측면 외에도 탈락 제도에 대하여 말을 덧붙이자면, 사실 탈락 제도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정말 당연하고 또 당연한 내용의 큰 전환 요소 중 하나인데 다른 방송사라면 몰라도 무려 '엠넷'이 이를 없앤 것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서바이벌에서 탈락 제도 빼면 솔직히 그게 서바이벌이 맞긴 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걸 뭐 JTBC도 어디도 아닌 악마의 편집으로 한국에서는 제일가는 MNET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게 참 신기했다는 것이다. 제작발표회에서는 참가팀들이 모두 훌륭해서 탈락시킬 수 없다느니 하는 했지만(그럼 전 시리즈 참가팀들은?ㅋㅋ) 그건 정말 말도 안 되고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참가자 섭외가 계속해서 난항을 겪었다보니 조건으로 이를 해당 제도 삭제를 내걸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확실한 증거는 없고 그냥 추측일 뿐이지만.

뻔하디 뻔하고 재미없을 구성

 어느 프로그램이든 간에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 지나치게 쉽다면 웬만한 시청자들은 흥미도가 어느 정도 떨어지게 되어있다. 킹덤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모든 내용이 정말 예상이 쉽다.

우선 출연진부터가 그렇다. 비투비, 아이콘, SF9의 3세대 아이돌들 vs  더보이즈,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의 4세대, 즉 구세대 아이돌들과 현세대 아이돌들의 대결 구도가 안봐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킹덤은 당연하게도 후자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주작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건 '현 시류'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비투비나 아이콘은 구세대 아이돌들의 특징이었던 보다 더 '노래'와 '여유'와 '흥'이라는 기본에 참가팀들 중 누구보다도 충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히트 아이돌들이다. 그러나 그런 이들도 지금의 시장에서는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당연히 위에서 언급한 현세대의 특징, 그러니까 시각적 강렬함을 주는 퍼포먼스의 힘을 중시하는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던 1화의 1차 대면식 100초 퍼포먼스와는 달리 예고편 속 비투비와 아이콘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이미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변화는 그냥 디스코그래피 활동 상에서라면 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절대평가가 아닌 이 킹덤이라는 상대평가 속에서는 경연의 승부하는 방식이 비슷비슷해지는 결과를 낳기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이는 당연히 각 팀 경연들의 전체적인 통일화를 낳을 수밖에 없다.

아마 킹덤을 보는 대다수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같은 시리즈의 전작인 로드 투 킹덤의 시청자였었거나 혹은 아니었다 해도 사전 예습의 의미로 로드 투 킹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한 바가 있을 것이다. 로드 투 킹덤 또한 경연 각 팀의 유사성에 있어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위 링크는 그 중 하나였던 로드 투 킹덤 당시 발행되었었던 틴아님의 글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자 대부분이 청량 노선에서 다크 노선으로 틀었던 팀이었기에 다채로운 경연의 색을 보여주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글에 백퍼센트 공감하지는 않는다. 로드 투 킹덤이 이미 종영한 지 꽤나 한참 된 현 시점에서 어쨌거나 결론적으로는 무대 전반에 특정한 의미나 메세지를 담는다거나, 영화에서 모티브나 컨셉트를 따온다던가, 동양풍 혹은 청량한 에너지가 두드러지는 선곡을 통해서 컨셉트에 차별화를 가진다거나, 다른 노래를 자신들의 곡과 매시업하여 보다 더 아이디어가 넘치게 재탄생시킨다던가 등의 시도들로 예상보다도 꽤나 다양하고 참신한 유형의 경연들이 나와 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같은 다크 컨셉트이다 하더라도 각 그룹의 음악의 장르적 측면에서 차이점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방식들이 한동안은 안 그러다가 갑자기 막 퍼포먼스의 빡셈을 어마무시하게 강조하기 시작한 3세대 아이돌들에게서도 보일 수 있을까? 남들 다 빡센 거 하니까 따라가기에 급급한데 돌아볼 여유도 없고 돌아보고 혼자 느슨한 방향으로 간다 해도 그 경우 오히려 덜 빡세서 경연이 상대적으로 밋밋해보일 수 있다는 점까지 감수해야 하니 당연히 모 아니면 도라서 위험성이 크다. 그러면 당연히 해당 선택지는 꺼려질 것이고 그러면 각 경연의 방식들은 하나같이 다 빡세고 화려한 돈 바른 퍼포먼스 위주가 되면서 다같이 유사해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다. 예를 가정해보겠다. 아이콘의 경우, 현세대 아이돌들 중에서는 스트레이키즈나 에이티즈와 상당히 에너지가 유사하다고 꼽히는 그룹인데 스트레이키즈는 특유의 훅과 뽕삘로, 에이티즈는 호러 컨셉트 소화력이나 세계관을 통해서 그나마 차별화되어 있다면 아이콘은 빡센 퍼포먼스를 선택함과 동시에 기존의 여유라는 무기를 잃거나 포기하게 될 경우 여기서 또다른 차별점을 찾아서 그것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운이 없으면 그냥 다른 그룹들이랑 비슷하게 빡센대로 빡세기만 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빡센 것도 빡세기만 한 게 아니라 거기에서도 또 다른 차별점까지 찾아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킹덤과 같은 단기간의 서바이벌에서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전부 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각 팀들의 퍼포먼스 유형 통일화 문제는 3세대 아이돌 팀들 뿐만이 아니라 4세대 아이돌 참가자들 또한 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현 시류에 있어서는 그들이 그 중에서의 차별점을 보다 더 빠르게 확보한 위치에 있으니까.)

각 팀의 경연들의 지나칠 정도의 통일화와 유사성은 당연히 시청자들의 흥미도를 떨어뜨리고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까지 잃어버리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부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작진의 개입을 통해서라도 밸런스 조치가 필요하게 느껴질 일이 없기를 바란다. 물론 사실 애초부터 제작진이 이런 일이 없도록 미리 무언가 방지책을 마련해 놓았다면 좋겠지만... 기획 자체부터가 부실한데 그런 걸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컨셉트 경연이라는 방안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항상 그랬던 거 알지만 새삼스러운 이야기로 이 글을 마치겠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시리즈는 경연들이 각기 레전드로써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역량도 필요하겠지만 이미 기획부터가 제작진보다는 순전히 참가자들을 뒷받침하는 기획사를 포함한 서포터들의 힘과 참가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과연 이번 전쟁은 유의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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