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록! 그 노래 부탁해!"

"좋죠!" 


언뜻 들은 바로는, 선장은 이 해적단을 만드는 아주 초기때부터 음악가를 원했다고 한다. 워낙 시끌벅적한 일당이라 그런 선장의 취향에 납득이 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이토록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밀짚모자 로그 

4. 노래와 해적



"  ~~ " 


흔히 배의 분위기는 선장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선장이 싸움을 좋아한다면 밑으로는 전투를 즐기는 크루들이 모여들것이고,  보물을 좋아하는 선장이라면 대부분 돈을 좋아하는 이들로 배가 채워질 것 이다. 선장이 해적기 아래에 모인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이전에 몸담던 룸바 해적단 또한 그랬다. 선장인 요키가 음악을 사랑하기에 음악을 사랑하는 해적들이 모였다. 



"브록은 그 노래 어디서 배운거야?"

밀짚모자 해적단도 예외는 아니였다. 유쾌한 저희들의 선장은 연주를 들으면 언제든지 함께 노래했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빙크스의 술'은 이 배에서는 아주 각별했다. 그는 저가 그것을 연주 할때마다 말없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두곤 했다.


"글쎄요, 너무 오래된 노래라.."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체 갑판에 앉아 음악에 맞춰 선장이 물어왔다. 손 끝의 한가로운 낚시대는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브록에게도 오래 된거면 정말 오래된거네?" 


배 밖으로 다리를 흔들며 그가 평화롭게 대답했다. 


"분명 아주 오래 된 노래일껍니다. 제가 바다에 나오기 전에도 .. 해적들이 불렀던걸 기억하니까요."


왕궁의 기사단장으로 있었을적, 자신 또한 흘러가는 선율로 귀에 담았던 노래는- 지금에서는 뗄래야 뗄 수 없을 운명이 되었다. 요키를 만나고 룸바와 헤어지고 밀짚모자와 만나게 해준 노래.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을 축하하며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는 노래.


"샹크스는 술에 취하면 항상 이 노래를 불렀거든..가끔 너무 시끄러워서 마키노에게 혼나기도 했지만 -"


상실과 그리움의 편린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그대로 입을 닫으며 바다 바람에 사그라들었다. 루피는 자신의 연주를 들을 때 종종 샹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추억에 잠기는것을 즐겨하지 않는 선장이 유일하게 먼저 운을 떼는 주제가 바로 노래였다. 



"그거 아세요?"

자신을 올려다보는 선장의 눈빛은 여전히 너무나도 앳되고도 빛나고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파도를 타고 일렁였다. 


"오래된 이야기는 때때로 노래로 전해지곤 한답니다. 이 노래 또한 우리가 모르는 해적들의 이야기죠" 

"이야기?"


그가 반문했다. 때때로 젊음 만이 가지고있 반짝임을  보고있노라면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나 본인의 길을 나아가며 그 눈빛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네, 누구도 모를일 입니다.. 이 노래속에 그 '샹크스'라는 분의 모험이 들어가 있을지."


선장의 눈이 일렁이는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에서는 그 전설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엿한 대 해적 이건만, 그에게 붉은 머리는 여전히 동경의 대상인 모양이였다.


"헤에.." 


공중에 흩어지는 대답을 끝으로 잠시 파도소리가 저희 주변을 매웠다. 그리고 그가 다시 입을 연 것은 한참 뒤 였다. 


"...그럼 우리도 나중에 노래로 불릴수 있을까?" 


바람에 뭍혀 사라진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자신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아는 '마지막 풍경' 이란 입에 담을수 없을 만큼 비참한 광경이기에, 애써 겹쳐보지 않으려 했던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였다.   누군가에게 노래로 불릴 만큼의 시간이 지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있을까. 우리는 여전히 함께 일까. 

이 여행의 끝에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을까. 


바람의 방향이 몇번이고 바뀌었지만 그는 자신의 침묵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끝의 풍경에서 여전히 어린 당신에게 하고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 천천히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 노래의 작사는 밀짚모자 일당의 유능한 음악가에게 맡기시죠. 캡틴"


멀뚱히 바라보던 그가 조금 늦게 자신의 뜻을 알아챘는지 나즉히 웃어보였다. 


"물론이지."

"요호호호 " 



혈기 넘치게 바다를 누비는 저희들의 선장은 반드시 이 긴 여행의 종지부를 찍을것이다. 이것은 바램이 아닌 확신이였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갈수없는 바다의 끝은 여전히 그의 눈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우리들이 나아가야할 바다는 예전처럼 낭만적인 꿈으로만 가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함께 걸어나온 수평선은 여전히 선명한 꿈으로 채워져 있었기에, 자신은 그와 함께 마지막 항해를 끝야만 했다.

바람에 닳지 않은 그의 기백은 곁에 서 있는것 만으로도 여전히 가슴을 뛰게 했다. 함께 걸어온 시간동안 꿈을 꾸고 그 너머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젊음이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 이였다. 


브록은 때때로 선장의 눈빛이 일당의 마지막을 결정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곤했다. 분명 이 일당에게도 '마지막'은 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 조차도 기대될 만큼 우리는 당신의 모험을, 어쩌면 당신의 노래를 모두가 함께 바라고 있는것 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함께 노래를 부르며 당신의 뒤에 있을것이다. 자신의 낡은 노래와 오래된 악곡은 젊은 선장을 향한 존경이자, 그와 함께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는 젊은 세대를 향한 응원이였다.

약속해, 우리의 마지막에 울려퍼질 노래는 끝까지 함께 할게.

이것은 항해중의 어느날, 음악가의 Monolog(독백)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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