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에서 나온 일기들을 바탕으로 우정2리 타임라인을 구성해 봤슈. 8화 보기 전에 정리해 둘 겸, 나중에 다시 볼 용도로 해봤는디 필요한 분들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글로 써봐유.


우선 주민들 생일부터!


1970년 5월 대지 출생

1971년 1월 곡길 출생

1972년 7월 왕눈 출생

1972년 10월 기린 출생

1972년 12월 복수 출생

1973년 9월 람지 출생

1976년 4월 꼬꼬 출생


즉 나이로 따지자면 

꼬꼬 < 람지 (꼬꼬 +3) < 복수 기린 왕눈 (람지 +1) < 곡길 (세 주민 +1) < 대지 (곡길 +1)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서도, 아무튼 이렇고요. 주요 사건은 왕눈이 일기 중심으로 쫙 나왔시야.


1977 왕눈이 발견 (왕눈 6세)

1980 그림자 출몰 (고북 사망)

토끼와 왕눈 이주•우정2리 개척, 왕눈 외출 허락 (왕눈 9세)

토끼, 꼬꼬 거둠 (꼬꼬 5세)


1986 대지 우정2리 입주 (대지 17세)


1990 왕눈 대학 진학 좌절 (왕눈 19세)


1994 왕눈 가맥슈퍼 개업 (왕눈 23세)


1997 곡길 우정2리 입주/수사를 위한 연막 (곡길 27세)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서로 진심이 되고 곡길은 형사를 그만뒀으며 왕눈이는 더이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살해를 하지 않음~


1999 복수 우정2리 입주 (복수 28세)


1999 토끼 별세


2002 기린 우정2리 입주 (기린 31세)


2003 람지 우정2리 전근 (람지 31세 기린 30세)


2003 왕눈, 복수의 장기매매 사업을 인지




일부러 나이랑 같이 정리해 봤는데, 이렇게 보니 더 실감이 난다. 첫단추부터 우정리 세상과는 너무 달라져버렸어. 원래대로라면 고북•대장이와 함께 우정리를 키워나갔을 토끼 할머니는 빱댁의 시간 이동에 따라붙은 그림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대장이의 만류를 뿌리치며 급하게 우정리를 떠났다. 그로 인해 대장이는 고북이 살해당한 그 땅에서 혼자서나마 고군분투를 하다가 건강과 돈을 잃었으며 대지도 안정적인 어린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그림자에게 어머니가 산 채로 먹힌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던 토끼는 우정2리로 향한 뒤에야 왕눈이의 외출을 허락해 줄 정도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그림자를 만난 후에 불안한 마음에 왕눈이를 잠시 못 나가도록 막았다가 이내 풀어준 걸 수도 있고. 하지만 거의 20여 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왕눈이만 보면 되살아나는 트라우마로 인해 토끼는 평생 그를 멀리한 듯하다. 우정리 때에는 자기가 거둔 복수에게 왕눈이와 친하게 지내라 말하고 왕눈이가 사회에 잘 섞여들길 바랐는지 왕눈이에게 청년회장이라는 직책까지 맡겼었잖아.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다르다. 아마 우정리 때에도 왕눈이를 발견한 시점과 상황은 별 차이 없었을 것 같지만,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면서 절친한 친구들과 마을을 꾸려감에 따라 마음이 다스려졌을 우정리 때와 그림자 때문에 친구도 마을도 잃고 급하게 떠나야 했던 현재의 세계는 다를 수밖에 없을 거다. 왕눈이를 꺼린 이유부터가 그림자랑 연관이 있는데 이 세계에서는 그림자를 한 번 더 만나버렸지 않나. 게다가 정신적으로 몰려 있을 시기에 기운이 좋지 않고 고여 있는 이 땅에서 거둔 새 생명까지 있었는데 그애가 사랑을 주는 대로 받아먹는 아이였으니 오죽할까. 김토끼 씨는 자기부터 치료받아야 할 상황에 생명을 둘이나 책임지려 함으로써, 결국 한 아이는 학대를 했고 한 아이에게는 지나치게 사랑만 줬다. 

원래대로면 어머니를 죽이고 도망친 복수를 할머니가 살려 주셨을 텐데, 복수가 도망친 땅은 우정리였을 거다. 그리고 그 땅은 이미 폐허였을 테니 그는 누군가에게 구조되기는 커녕 자기 패거리에게 잡혔을 것 같다. 하지만 우두머리를 죽이고 떠난 자가 평범한 배신자도 아니고 그 우두머리의 딸이자 미래의 보스로 키워지고 있던 존재라면-그런 사람을 숙청하기 위해 조직이 움직인 건 아니었겠지. 아마도 새로운 보스를 원해서 복수를 잡아갔을 조직을 복수는 자기 힘으로 처단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살기 싫어서 어머니까지 죽였는데 그런 어머니의 무리를 이어받고 싶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살벌한 환경에서 평생 '그런' 것만 보고 자란 복수는 살면서 다른 길을 상상할 수가 없었을 거다. 늑대 사이에서 자신이 늑대인 줄 알고 자란 아이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어린 여우는 자기가 봐온 대로 조폭다운 짓을 벌이기 시작한다. 죽고 싶지는 않아, 근데 먹고 살려면.... 

여우가 아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장기매매 사업까지 운영하는 진짜 조폭이 되었다. 스물 여덟이 되기까지 복수의 삶에는 아무도 없었을 텐데, 우정2리에 온 지금도 복수에게는 이렇다 할 술친구 하나 없었다. 술냄새만 맡아도 취할 것 같은 애가 자기는 술을 궤짝으로 마신다면서 맥주 한 번 못 맞추는 걸 보면서 복수가 '귀엽네'라고 했잖아. (호감도 수첩에서) 그게 대단히 사랑스럽다는 의미는 아닐지언정, 나름의 호의가 담긴 진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좀 우습게 보고 있으니까 귀엽다고 한 것 같긴 해. 그런데 어차피 복수는 대부분의 인간이 우스워 보일 거다. 날 때부터 왕관을 쓰게 될 팔자로 태어나서 평생 어머니를 제외한 모두에게 윗전으로 대우받으며 자랐을 애가 결국 그 조직마저 제패하고서는 자기 사업까지 성공시킨 채 누구에게도 굽힐 일 없는 세력가의 위치를 굳건히 하지 않았나. 빱이도 자기 비위를 맞추는 토끼기는 하지만 자기를 무서워 하면서도 나름대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복수 눈에 나빠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복수가 피고용자일 뿐인 대지를 종종 챙겨주는 것만 봐도 그.... 약간 느낌이 오잖아요? 30여 년 동안 복수는 힘들었을 거야.


근데 봐봐. 왕눈이는 정말 어렸다. 꼬꼬는 그보다 더 어렸고, 대지도 겨우 열 일곱에 흘러흘러 우정2리에 온 뒤 친척에게 학대를 받았어. 람지는 아주 어린 나이에 고모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아직까지도 불면증에 시달리곤 한다. 복수는 조직을 끝장낸 뒤에도 그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자기 삶에 회의를 느꼈지만 이제는 정말 조폭이라고밖에는 할 수가 없다.


빱댁이 원한 건 그냥 다같이 친구가 되는 것뿐이었는데 그림자가 저지른 일의 여파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지경으로 퍼져나간 거다.




경험자의 말은 틀린 게 없다. 그런데 빱댁이 시간여행 능력을 가진 게 자기가 원해서는 아니었잖아.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뭔가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니, 그러면 말 그대로 관람밖에 할 수가 없다는 소리잖아. 과거로 가서 다른 행동을 할 수는 있는데 과거를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할 거라니, 너무 잔인한 능력 아닌가. 


그런데 이 변화라는 게 꼭 나쁘게만 도드라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30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마을에서 옷가게를 인수받아 뿌리를 내린 기린이는 이전 세상에서는 직장에서 담배나 빨면서 으시대는 꼴통들에게 실적까지 가로채기 당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직장 사람들과 아직까지도 연락을 해. 우정리 때의 직장에서는 목 길다고 수군대는 사람까지 조금은 있었던 것 같던데, 이번에는 '신긴모'라는 사내동아리에도 들었다! 기다란 음식을 싫어했던 기린이가 이제는 긴 걸 좋아한다. 아마 원래대로면 우정리에 오기 전 직장에 폭탄만 터뜨리고 관둘 때쯤에 고북에게 연락이 오거나..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의 제안이 오지 않았을 거다. 뭘 해먹고 사나 고민하다가 다른 직장으로 들어간 기린이가 이번에는 무능하고 비열한 동료 (남자들로 추정됨) 가 아닌,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만났나봐. 어릴 때부터 돈,돈 했던 기린이는 이제 돈 얘기도 잘 안 한다. 욕심이 없다는 말이 아니고, 여전히 불같은 성미도 가끔 보이지만 우정2리의 기린 씨에게는 이제 여유와 정이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위해 이사를 온, 또 어릴적 기억으로 인해 생긴 인생의 숙제를 풀기 위해 전근을 왔다가 우연히 마주한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가 됐다. 친구는 어른이 되어서도 만들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왠지 심적 장벽이 생기고 자꾸 멈칫멈칫하게 되기 쉬운데 람지는 서른이 넘어 간 낯선 마을에서 친구를 만났어. 어릴 때의 기억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로 인해 인생의 이정표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지만, 람지는 정말이지 다른 사람이 됐다.



단 한 번의 선택, 그리고 그림자의 개입은 수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그게 빱댁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 결과를 안고 모든 걸 헤쳐나가고 있는 빱댁에게 오롯이 믿을 수 있는 방범대 친구들이 생겨난 지금, 모두가 이전보다 행복해질 수 있기만을 바란다. 가장 어깨가 무거울 빱이도 행복할 수 있기를.


글로 세상을, 또 당신들을 만나는 여성주의자이자 레즈비언입니다.

김파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