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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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존/셜존) 셜록의 휴식




달그락 거리는 소리.
셜록은 두 눈을 감은 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만히 집중하자. 낯익은 발자국 소리도 나지막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느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보폭.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셜록의 머리속에 어느새 은은한 밀밭색의 머리칼을 한 단정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언제나 살며시 도닥여보고 싶은, 보슬보슬한 그 금빛 머리칼은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다정한 노란색. 그가 눈을 감을 때면 언제나 두세 걸음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뒷모습이 있었다.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리고 싶다. 날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지만...


뒤에 누가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인지, 밀빛 머리통은 무심히 좌우를 살피고는 종종종 앞으로 걸어나간다.
셜록은 언제나 저 뒷모습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쫓을 뿐이다. 현실 속에서도, 그리고 공상 속에서조차... 함부로 다가갔다가는 놀라 달아날지 모르니까. 그는 오늘도 가만히 지켜만 볼 뿐이다.


몇 걸음 뒤에 셜록이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눈치채지 못한 채, 노란 머리의 남자는 여러번 멈춰 서며 자신 앞의 풍경을 관찰한다. 풀밭에 펼쳐진 작은 들꽃들을 앉아서 살펴보기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람에 부드럽게 밀리는 구름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들을 둘러싼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적한 봄날이었다.
그러나 셜록의 눈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의미없었다. 그가 멈춰 설 때마다 셜록은 마음이 몹시 애달파지는 기분이 든다. 지척에 두고 닿을 수 없어서? ...닿고 싶지만 닿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른채 햇살을 만끽하는 자신의 친구가 오늘따라 더 무신경하게 느껴진다.
둔한 녀석... 공상 속에서조차 여전히 너는 둔하다. 영원히 모를거야.
셜록은 가슴 한쪽이 아려옴을 느끼며 이런 짓들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건 취미에 없었는데... 이제 정말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하면서 셜록은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_____

한참 깊은 잠에 취해있던 셜록은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잠들기 전 자신이 했던 기나긴 공상과 생각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산뜻하게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세수를 하고 이도 닦고. 거울에 비친 부스스한 흑빛 곱슬 머리를 손으로 몇 번 매만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느긋한 휴식. 약간의 허기가 느껴진다. 뭐라도 먹을까. 기분 좋은 노곤함을 느끼며 그가 문고리를 돌린다.


짧은 복도를 지나 부엌문을 열었을 때, 그는 일순간 다시금 그 괴로운 감정에 파묻혀짐을 느꼈다.
식탁 의자에 자신을 등진 채 앉아있는, 동그란 밑밭색 머리가 보인다. 셜록은 하릴없는 착잡함에 입술을 살짝 깨물어버렸다. 달콤한 악몽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된다. 셜록은 미간에 약간 힘을 준 채로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노란 머리통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다. 짙은 청회색 눈동자 안에 셜록이 담긴다.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넨다.


"셜록, 일어났어? 차 한 잔 할래?"


아무것도 모르는 저 순진한 표정.
말없이 가만히 본인을 쳐다보는 셜록을 보며, 존은 알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읽고 있던 신문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셜록은 그런 모습을 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릿한 편두통이 시작됨을 느꼈다.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타버릴 걸 알면서도 소용없는 날개짓으로 램프를 향해 힘껏 날아오르는, 날벌레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디에서? 머리 위... 어쩌면 나에게서.


그의 다짐은 오늘도 이렇게 쓸모없어 진다. 내일도, 모레도...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존의 뒷모습을 쫓을 자신을 생각하면서. 셜록은 씁쓸한 기분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피어오르던 찻잔의 김이 아스라이 흩어진다.





end

글쓰기 연습하는 이너테일 입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커플링 BL소설을 주로 적고 있습니다. 그림도 가끔 그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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