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인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했는데도, 무표정으로 걷던 사람들의 얼굴이 웃음으로 바뀌고, 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검은 정장을 입는 사람보다 형형색색의 옷으로 자신을 꾸민 사람이 더 많았다. 아하하, 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축하의 의미에 어울리는 화환들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유키나 선배!”


이 애는 늘 이런 식이다. 사람들의 중심에서 모두를 즐겁게 만들다가도, 꼭 유키나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고는 한 걸음에 달려온다. 이제는 색이 바란 ‘선배’라는 호칭을 여전히 입에 달고 달려오는 폼이 언제나와 같이 불안불안 했다.


“카스미~ 넘어진다!”


같은 밴드인 사야아와 리미가 낯빛을 바꾸고 쫓아왔다.


“오늘의 주인공이니 조심해야지.”

“맞아, 기껏 예쁘게 꾸민 화장이나 웨딩드레스가 엉망이 되어버리잖아.”


에헤헤, 라며 카스미는 뒷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웃었다. 눈이 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는 이젠 한껏 성숙해진 카스미와 생각보다 더 잘 어울렸다. 짙은 보라색으로 치장한 유키나의 앞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유키나 선배.”


이제 선배라고,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은 카스미 밖에 없었다.


“축하해, 토야마씨.”

“에헤헤, 어쩌다보니 제가 먼저 가버리네요.”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포핀 파티의 시작이자, 늘 곁을 지켜준 아리사가 아니면 누가 토야마 카스미를 데려갈 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왔으니 이제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누구가 누구의 곁에 있을 지보다 누가 먼저가 될 지가 관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카스미가 시작을 끊었다.


“요녀석, 나도 있다구?”

“리사 선배! 물론 알고 있죠!”


유키나의 옆에 서있던 리사가 카스미에게 다가가더니 풀리려던 리본 하나를 묶어주었다. 아리사가 큰일이라는 리사와 남의 일처럼 정말이에요, 라고 대답한 카스미는 그대로 웃음을 터트렸다.


멀리서 카스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리사는 이미 사람들의 속에 합류해 오랜만이라는 둥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가 봐.”


카스미는 선뜻 유키나의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표정이 엉망인가 싶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미안.”


음악에만 전념해온 삶이었다.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도, 운이 좋게 밴드는 계속할 수 있어서 그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건 영 꽝이었다. 결혼이구나. 마치 카스미가 앞서가는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벽을 카스미는 넘었는데, 유키나는 그 앞에 멈춰서있는 것 같다.


“리사 선배랑은 잘 되어가세요?”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에엑? 아직도요?!”


진심으로 놀라는 카스미한테 화장, 이라고 지적해주니 표정을 고쳤다. 오늘은 모두 카스미의 행복을 빌러 왔는데, 주인공이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멀리있는 리사와 눈이 마주쳐서 카스미를 데려가라고 신호를 보냈더니, 리사가 아리사에게 무어라 얘기했다.


“토야마 카스미!!”


넓은 홀 안에서도 찌렁찌렁 울리는 목소리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카스미와 다르게 차분한 기모노를 입은 아리사는 입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였다. 빨리 와야지! 하고 부르는 건 학창시절과 똑같았다.


“유키나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에요.”


들고 있던 꽃다발을 카스미에게 내밀었다.


“진심으로 축하해. 토야마씨.”


카스미는 환하게 웃더니, 꽃다발을 들고 사람들의 속으로 사라졌다.


“무슨 얘길 했기에 표정이 어두워?”

“…별로.”

“요즘 계속 기분이 안 좋네.”

“그랬나.”

“설마 카스미를 좋아했다던가?!”


히죽 웃으며 장난을 치기에, 눈을 가늘게 뜨고 무시하며 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장난이야~ 리사도 유키나를 따라왔다.


식이 시작하고, 걸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며 포핀 파티의 멤버들은 거의 통곡수준으로 울고 있었다. 울지 말라니까! 그렇게 소리치던 아리사도 기어이 울고, 카스미로 말할 것 같으면 들어오면서 이미 울고 있었다.


“아리사~ 행복하게 해줄게~”

“바보! 같이 행복해지는 거야.”


맨 뒷문 앞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었다. 리사는 옆에서 박수를 치면서도, 드문드문 유키나를 살폈다. 카스미가 울면서 프로포즈 송을 불렀다. 밴드의 보컬이면서, 울면서 부르는 바람에 너무 끔찍한 노래가 되었다.


“리사는-”


가장 시끄러운 순간을 기다렸다가 유키나는 물었다.


“리사도 결혼 할 거야?”


제대로! 다시! 아리사의 말 때문에 카스미는 다시 노래를 불렀다. 아까보다는 들을 만 했다. 가사에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의 이야기가 함축되어있었다. 별의 고동을 따라가다 만난 인연. 별이 이어준 내 사랑.


“음, 언젠가는 하지 않을까?”


이렇게 요란한 회장 안에서, 작은 유키나의 목소리에 리사는 대답했다.


“…누구랑?”

“하고 싶은 사람이랑.”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지금 있기는 한 건지 묻기엔 너무 사생활이었다.


반짝반짝한 시간으로 채워지는 두근두근한 날들을 계속해서 나와 함께 해줘.


누가 뭐래도 카스미다운 가사로 채워진 곡이 흘렀다.


“너무 늦지 않게 하고 싶은데, 될지 모르겠네.”


눈이 부신 공간의 가장자리에서 두 사람은 작은 소리를 주고 받았다.




메세지 다시 열었습니다. 하고싶은 말은 댓글이나 메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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