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택시 안은 결혼식 가시는 거냐며 떠벌거리는 기사가 아니었다면 정적만이 감돌았을 것이다. 그마저도 영인이 단답형으로 쳐내서 끊어졌다. 지금은 AM 라디오에서 정치 뉴스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침묵을 먼저 깬 건 희수였다. 


"……."

"……그, 우리 오늘 가는 곳 어디야?"

"아. Giglio라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와. 나 너랑 양식 먹어? 오늘 무슨 날이야?"

"야. 나도 양식 먹거든? 요거트도 훌륭한 양것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이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희수에 영인은 눈을 또르륵 굴리며 변명 아닌 변명을 이어갔다.


"엄청 맛있지 않으면 파스타 같은 건 좀 뭔가. 돈이 아깝잖아."

"그런가? 맛있는 건 진짜 맛있는데!"

"아니. 그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조금 맛있고 만원 후반대인 곳도 많잖아. 약간 와 이건 집에서 못 먹지, 하는 맛인 경우는 잘 먹어."

"아~ 뭔가 알 것 같아."

"뭐 그래도 선호하는 건 아니긴 한가."

"결론은 안 좋아하는 거 맞네."

"상대적으로야. 너는 좋아하잖아."

"응. 난 좋더라. 느끼한 거 좋아~"

"알아."


다정한 눈으로 희수를 바라보며 영인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양식을 먹으러 가는 까닭은 크림이 붙은 건 다 좋아하면서도 늘 한식만 만들어 주는 눈앞의 사람 때문이었으니까. 희수 역시 그 의미를 알았는지 빙그레 웃으며 슬쩍 영인의 손을 잡았다. 깍지까지 옹골차게 끼고 나니 더는 침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클러치도 드는구나. 영인이는."


큰 길가에 택시를 세우고 가게까지 조금 걸어가는 길, 맨날 에코백이나 나일론 토트백만 들던 영인의 손에 들린 가죽 클러치백이 신기했는지 희수가 물었다. 영인은 가방을 들어올리며 대답을 했다.


"어. 뭐 결혼식 갈 때 정도지만. 애초에 나 뭐 갖고 다니는 것도 별로 없으니까."

"가방 귀엽네. 지갑이랑 폰밖에 안 들어갈 것 같지만."

"공영현이 재작년에 유럽 여행 갔을 때 사다 줬어."

"영현이 착하네."

"용돈 줘서 그래. 그리고 이것도 돈 받았어."

"금전 관계 확실하구나. 야무지네!"

"아주 악착 같아 가지고 그거……."


영인의 가족은 부모님만 졸업식 때 뵀던 희수였다. 고시니 취준이니 2년 늦게 졸업한 덕에 빠른인 동생이 먼저 취직을 했기 때문이었다. 영인 말로는 두 살 터울인 영인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았는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인이 먼저 소 닭보듯 하는 듯했다. 자신과 민서와는 완연히 다른 자매관계가 희수는 마냥 신기했다. 


"영현이는 MBTI가 뭐래?"

"몰라. 관심 없어."

"와 너무해."

"너는 뭐였지. 무슨 뭐 잇 머시기."

"ISFP! 영인이는 INTP였지?!"

"그랬던 것 같네. 근데 I인가? 그거 빼곤 다 중간에 걸쳐있어."

"나는 F가 제일 높아. P, J는 비슷할지도?"

"그게 무슨 뜻인데? 나 솔직히 아직 뭔지 잘 모르겠던데. 다들 무지 좋아하데."

"처음 만난 사람이랑 할 얘기 없을 때 하면 재밌어. 은근 잘 맞아."

"아이스브레이킹 용도인가…. 너무 헷갈려. 들을 때마다. 좀 더 직관적으로 알파벳을 정할 순 없나."


보면 단톡방에서도 자신과 지수, 유민이 온갖 심리테스트에 과몰입하고 있으면 영인이 가끔 산통을 깨긴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하라고 링크를 올리면 해서 결과를 캡처해 올려 주는 게 또 공영인이었다. 아마 또 잊어 버릴 것 같았지만 영인은 희수의 MBTI 강좌를 들으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32.2. 


"응?"

"왜? 못 먹는 거 있어?"

"아, 아니야."

"이렇게 주세요."


웨이터에게 코스 주문을 마친 영인은 외마디로 의문을 제기한 희수에게 무슨 일이냐는 듯 눈썹을 올렸다. 희수는 별거 아니라며 웃었다. 


"술 안 시키길래. 택시 타고 오길래 술 마실 거라고 생각했거든."

"아. 여기 주차장이 좁대서. 그리고 데이트인데 너 차 신경쓰게 하고 싶지도 않고."

"진짜 스윗하네. 영인이."

"애인이 단 거 좋아하니까. 별수가 있나."

"아, 으응."

"…거기서 부끄러워하지 마! 내가 다 쑥스럽네."

"아니이. 마주 보고 들으니까 너무…. 좀 두근거려서."

"돌겠네……."

"내가 할 말이야…."


영인은 토마토처럼 익은 희수를 보며 자신의 귀도 빨개지는 걸 느꼈다. 어우 처음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러지. 

[스무살 스물한 살도 아니고]

아. 김 대리 말처럼 스무살 스물한 살만도 못하게 사귄 지 2주 됐는데 제대로된 키스도 못해서 그런가. 하긴. 나름 오래 만나며 연애 경험치가 쌓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봤자 피차 한 번이었다. 상대방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첫 데이트 때 뭐 했더라…."

"지금 첫 데이트에서 예전 애인 얘기하자는 거야? 첫 싸움도 한 큐에 하려고?"

"아니이. 그냥 긴장되니까."

"농담이야. 뭐. 너는 뭐 했는데 쓰레기랑."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슨 재활용장에서 데이트한 거 같잖아."

"재활용도 안 되지. 암튼, 뭐 했었어? 들은 거 같기도 한데."

"나는 한강 갔었어. 사귀기로 한 게 가을이었어서."

"아. 너 막 치마 입고 자전거 타도 되냐고 물어봤었지. 기억나네."

"아 맞다. 그랬지. 너네가 그래서 청바지 입으라고 했던 것 같아. 기억력 좋네."

"내가 무심해 보여도 다 알고 있다고."

"영인이 무심하지 않아. 세심하지."


어색하고 새콤달콤한 분위기를 피하려고 괴상한 화제 선택에 응했음에도 금세 다시 달달해졌다. 하여간 입만 열면 꿀 발린 말을 해 대는 이 화상이 문제였다. 영인은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뭐 그렇지 알면 됐다며 답하곤 말을 이었다.


"나는 영화 봤던 거 같은데."

"아하! 뭐 봤어?"

"기억 잘 안 나는데."

"으응? 네가 기억을 못할 리는 없는데…. 야한 거 봤어?"

"아, 아니거든?"

"괜찮아. 영인아. 우리 그때 성인이었잖아!"

"아 아니라고."

"그럼?"

"…거의 안 봐서 기억 안 날 뿐이야."


선주의 얼굴을 구경하느라 바빴으니까. 물론 그러다가 키스신 나올 때 키스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그러나 영인은 내뱉고 나서 흠칫했다. 아이고 이거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러나 순딩이 희수는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수긍하는 듯했다. 영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와. 생선 미쳤네."

"그러게. 엄청 부드럽고 맛있다."

"어. 맛있네."


다행히 음식이 서빙되기 시작하면서 어색할 뻔한 분위기는 많이 풀어졌다. 요리사였던 김 대리의 전남친 픽은 과연 훌륭해서 나오는 요리마다 다 맛이 좋았다. 생선 요리, 고기 요리, 파스타로 이어지는 코스는 생각보다 양이 적지 않아서 영인은 파스타는 두세 입 정도 먹고 나가떨어졌다. 


"벌써 다 먹었어?"

"맛있는데 더는 못 먹겠어."

"양이 정말 적구나."

"생각보다 양이 많은 거라고. 코스로 먹으니까."

"아하하. 나도 배부르긴 해."

"디저트 먹어야지. 여기 잘한대."

"진짜? 기대된다."

"배부르다며?"

"으. 그건 다른 배야…!"

"커피 마시고 싶다. 느긋하게 마시자."


영인의 말에 희수는 고개를 끄덕하고선 빙그레 웃었다. 


"고마워. 영인아."

"……? 왜?"

"늘 맛있는 곳 데려와 줘서. 오늘도 데이트 하자고 먼저 얘기해 줘서 되게 기뻤어."

"맛있는 거야 내가 맛있는 거 먹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너무 마음 안 써도 돼. 데이트도 나도 너랑 시간 보내고 싶었으니까."

"응. 그냥 내가 기뻤으니까 얘기해 주고 싶었어."

"말 예쁘게 하는 것도 뭐 학원서 가르치냐. 정말."

"나 말 예뻐?"

"말도. 어으. 디저트 안 먹었는데도 입이 달다."

"나도 먹은 거 많은데도 배부르다~"


별로 나오지도 않은 (핏한 원피스라 다 보였다) 배를 통통 두드리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희수에 영인도 만면에 웃음을 띨 수밖에 없었다. 


"앞뒤가 안 맞는데요? 웃기네. 조희수."

"웃겨서 좋지?"

"재밌는 것도 좋아. 아까부터 왜 이렇게 떠 보는 거야?"

"그냥. 재밌어. 너랑 그런 얘기하고 너한테 그렇게 나면 다 좋단 얘기 듣는 게."

"누가 너면 다 좋대? 오독 장난 아니네."

"재밌는 것'도'라면서!"

"디저트나 달라고 하자. 어우 달아. 커피 쓰리샷으로 달라고 해야 하나."


웨이터를 불러 디저트를 달라고 이야기하는 영인을 희수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32.3.

 

배부르다는 말이 정말이었는지 영인은 후식으로 나온 과일 무스는 건들지 않고 희수에게 건네곤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맛있어하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어서 영인은 보람이 있다 생각했다. 


"맛있는데, 한 입만 먹어 보지."

"너 먹는 거만 봐도 배불러."

"그냥 배부른 거면서?"

"겸사겸사 부른 거지. 너 많이 먹어."

"이잉…."


그래도 한 입은 먹어 봤으면 좋겠다며 희수는 포크로 한입 크기로 자른 무스 케이크를 내밀었다. 영인은 모르는 척 아 받아먹었다. 


"맛있네."

"공영인. 이러려고 나한테 다 준 거지?"

"천만의 말씀이야."

"흐응. 아~"

"아~"

"그냥 배 부른데 맛이 있어서 먹었다?"

"누가 주니까 더 맛이 좋네. 한 입만 더 줘."

"아하하. 못 말린다. 진짜."

"너도 이 맛 좋잖아."

"응? 응. 맛있어. 달콤하면서도 상큼해서."

"그니까 많이 먹는 거야. 배불러도. 아~"


희수는 정확히 맥락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는 영인이 귀여워서 또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뜻을 희수는 정확하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이었다. 디저트를 먹고 슬슬 일어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먼저 일어난 영인이 잡고 일어나라는 듯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잡아당겨져 일어나니 희수는 영인의 품안이었다. 확 가까워진 거리에 희수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며 흠칫했다. 


"어디 가."

"그. 응."

"이리와."

"…응."


느긋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허리를 잡아당기는 손짓이 느긋하지만은 않았다. 새빨갛게 익었을 귀와 잔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손짓에 희수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게 귀여웠는지 쿡쿡 소리를 죽여 웃자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니 바로 "귀여워서 그래. 미안." 하며 부드러운 사과가 들려왔다. 


"립 색깔 예쁘다."

"응…. 오늘 바르려고 새로 샀어."

"잘 어울려."

"응."

"좀 지워져도 괜찮지?"

"………응."


동의를 구하자마자 뭉근하게 맞닿는 입술. 이전의 가벼운 뽀뽀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입맞춤에 희수는 몸에 열이 올랐다. 희수는 고개를 살짝 꺾으며 살짝 입술을 열었다. 그 신호를 바로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뜨거운 혀가 입안을 파고들었다.

숨소리와 쪽쪽거리는 소리만이 룸안을 채웠다. 혀가 얽히고설키는 사이, 희수는 두 팔로 영인의 목을 끌어안았다. 약간 굽이 높은 힐을 신어 평소보다 벌어진 키 차이였지만 오히려 키스하기엔 편했다.


"하아. 좋아?"

"응. 너무 좋아. 영인아."

"나 네가 그렇게 내 이름 부르는 거 좋아."

"백 번도 더 불러 줄, 쪽, 흐읍, 아아아!"

"근데 이게 더 좋아."

"……."


끊어졌던 입맞춤이 다시 시작되었다. 살짝 뒷걸음질친 희수는 벽을 등지고 서서 쏟아지는 키스를 받아냈다. 그렇게 몇 회의 입맞춤이 끝나곤 영인은 이마를 맞대고 뜨거운 눈으로 희수를 바라보았다. 희수 역시 촉촉히 젖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지금 말하면 너무 좀, 그럴 것 같긴 한데."

"뭔데…. 하."

"사랑해. 영인아."

"…미치게 하네 진짜."

"그냥 말 안 하면 마음이 터질 것 같아서."

"나도 그래."


쪽 다시 버드키스를 하고선 영인은 희수의 번진 립스틱을 손끝으로 닦아내며 웃었다. 희수는 그런 영인의 자켓 어깨에 고개를 묻고선 얇고 가는 허리를 꽈악 껴안았다. 달달한 키스는 꿈만큼이나 아니 꿈보다도 더 완벽했다. 




32.4.

 

'? 삐졌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집에 가고 싶었으나 차려 입은 게 아깝기도 했고 너무 대낮이었기에 두 사람은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왔다. 마침 영인이 보고 싶었던 감독의 영화가 상영 중이기도 했다. 기대한 것보다 더 괜찮아서 영인은 꽤 흥이 올랐다. 

희수가 백화점 온 김에 구두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영화 얘기도 좀 하면서 매장을 둘러 보며 아이쇼핑을 했는데. 어느새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니 뒤에서 봐도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야."

"응?"

"왜 퉁퉁 뿔었어."

"불다니. 뭐야. 사람한테."

"왜 울상인데? 발 아파?"

"으응. 괜찮아. 안 울상인데!"

"거울 좀 보고 얘기 해. 봐 봐. 완전 불어터진 물만두지?"

"씨이."


여전히 불만스러워 보이는 얼굴에 영인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허리를 슬쩍 안았다. 싫은 건 아닌지 입술만 삐죽거리는 게 크게 뭔가 화난 건 아닌 듯했는데 또 희수가 서운해하는 걸 오랜만에 봐서 신기하기도 했다. 


"뭐 서운해?"

"아니야…."

"그러면?"

"그냥. 영화 재미있었구나. 영인이."

"음?"


계속 영화 얘기를 한 게 좀 지루했나. 하긴 취향이 갈릴 법한 감독이었고 희수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까 보니 그런 장면이 있었냐며 고개를 갸우뚱 했으니까. 영인은 미간을 좁히며 사과했다.


"재미없었구나. 미안."

"아니! 아니야. 재미있었어…."

"그럼 왜?"

"아니야, 가자!"

"거 신경쓰이게 할래? 왜?"

"그냥………. 아 진짜 바보 같아."

"내가?"

"아니. 너 지금 놀리지. 자꾸우."


웃음기를 띠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영인은 희수는 째려보고선 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유치해서 말도 안 나온다며 꽁알대고선 제 허리를 안고 있는 영인의 손을 꼬옥 쥐고 말했다.


"질투났어…."

"뭐에? 여자주인공 별로 내 취향 아니던데."

"에? 왜? 예쁘잖아!"

"그런가? 그냥 캐릭터는 좋았지만. 얼굴은 글쎄."

"뚫어져라 봐 놓곤…. 내 쪽은 한 번도 안 보고."

"아."


빨개져서는 고개를 돌린 모습에 영인은 희수가 삐진 이유를 이해했다. 순딩이라서 모를 줄 알았는데 다 알았구나. 영인은 미안해졌다. 한 번도 안 봤다는 말은 곧 희수는, 그때 자신이 그랬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미안. 내가 영화 볼 때 영화만 봐서 삐졌구나?"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이상한 사람 같아."

"예전 데이트 얘기 괜히 해선 신경쓰게 했네."

"으으응. 영화 차이였겠지. 너 엄청 재밌게 봤으니까. 그리고 어릴 때랑 다르니까……."

"아이구."

"이해는 하는데에…. 미안. 나 서운했나 봐."

"누가 이렇게 삐져도 아기 물만두 같냐."

"아기? 물만두? 욕이야 칭찬이야…?"

"대박 칭찬이지. 나 물만두 좋아해. 귀엽잖아."

"그래?"


대번 밝아지는 얼굴이 귀여웠지만 영인은 눈썹을 찡그렸다. 아 진짜 이 아기 물만두 호로록 먹어 버리고 싶은데. 원래 아는 맛이 무서운 건데. 꼭 신발을 오늘 사야 하나. 영인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4시 반이네. 슬슬 들어가도 되지 않나. 배도 안 고픈데. 그냥 가서 키스나 하면 안 되나.


"이상한 거 신경쓰느라 데이트인데 이래서 미안…."

"조희수 나 만두 좋아해."

"응? 응. 고마워!"

"오늘 그냥 집에 가서 물만두나 먹어도 돼?"

"………으응?"


그 말을 하며 입술을 쓰니 희수는 빨개진 얼굴을 푸욱 숙였다가 다시 올려 눈을 맞추었다. 그리곤 다시 피하며 우물쭈물거렸다. 영인은 자신이 너무 서두른 건가 싶어서 농담이라며 만두나 사서 가자며 둘러대려 했다. 그러나 퇴로는 희수에 의해 막혔다.


"하나만, 백화점 지하 백영루에서 만두 사가자는….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지? 비유인 거지?"

"아. 그…. 아니지. 맞지. 비유."

"그…."

"미안. 내가 서운하게 해 놓고 바로. 염치가 없네."

"으으응. 그게 아니구우. 그 하나만 더…!"

"응. 얼마든지."

"……만두만 먹을 건 아니지?"


'응?'

영인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만두가 넌데 내가 다른 거 먹으면 안 되지. 그렇게 말하기엔 조금 너무 직설적인 감이 있었다. 의아해하는 표정에 희수는 당장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빨간 얼굴로 입술을 물다가 상황에 대한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먹기만? 아니…. 어떻게 말해야 좋지. 만두보다 위가."

"천천히 말해도 되니까."

"아. 영인아. 나 이 옷!!"

"응?"

"예쁘긴 한데. 그, 그러니까."

"응. 진정하고 말해 봐. 희수야."

"……조금 불편해서어."

"………응."

"벗, 으아아."


창피한 듯 새빨간 얼굴을 손바닥에 묻는 희수에 영인은 자신의 얼굴 역시 새빨갛게 열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리곤 급하게 택시를 호출하며 "만두 중 제일은 피 없는 만두기는 하지. 그럴 만두?" 하며 이상한 농지거리를 했다가 희수에게 그건 완자라며 핀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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