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에레입니다.


외인도시의 긴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인도시는 작년 1월부터 홀로 글을 쓰기 시작해 제주 편을 어느 정도 완성했을 때 즈음, 올 1월부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일 년 여 동안 틈틈이 글을 쓰면서 재미있고도 행복했습니다. 조아라에 글을 올리기까지 고민하고 또 제 글을 과연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연재하는 동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외인도시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이북을 통해 일 년 여 동안 비엘작품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아주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생활이 바빠서 그동안 비엘 작품을 읽지 못했다가 간만에 이북으로 힘든 시기에 많은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독자로서 글을 읽다보면 보통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아마도 여기 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독자님들도 소설을 읽다가 때로는 스스로 써보고 싶다는 욕구도 들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런 평범한 독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입맛에 맞게 비엘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 구상하게 된 건 일단 비엘 안에서 어떤 하위 장르를 선택하느냐와 공과 수는 어떤 캐릭터로 잡을 것인가 였는데요. 일단 서해웅의 캐릭터는 아주 쉽게 잡혔습니다. 잘나가고 잘생긴, 그리고 바람둥이에 뺀질뺀질하고 능글맞은 공은 많은데 그런 수는 제가 아직 못 본지라 (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능글 수 시급합니다!!) 공이 가진 많은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수로 탄생시켜보면 어떨까, 해서 해웅이란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해웅이는 말도 거침없고 독자님들이 소위 말씀하시는 수치 사를 일으키는 돌발행동이나 실수가 잦은 인물입니다. 개그 입담도 잘 떨고 현실에서 인싸이면서 좆도 가볍게 잘 흔드는, 그런 수가 있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는 해웅의 성격을 가진 공(능글공, 바람둥이공, 하찮공)도  써볼 생각입니다. 


해웅이 성격은 만들기 쉬웠지만 시제, 크리스 캐릭터를 만들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특히 시제는 비엘에서 공에게 기대하는, 어느 정도의 판타지적 요소도 갖추어야하기 때문에 해웅이처럼 막 굴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시제는 해웅이보다 연하로 잡았었는데 동갑내기가 더 잘 맞겠다 싶었습니다. 쓰면 쓸수록 해웅이 성격이 연상이기에는 너무 철이 없어보여서 연상수와는 매칭이 잘 안되었거든요. 시제는 쓰면 쓸수록 제가 감정이입을 가장 많이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특히 2부를 쓰면서부터는 완전히 시제 입장에 빙의되어서 글을 쓸 때 감정적으로 격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해웅이 입을 통해 예쁜이라고 여러번 불렀는데 실제 작가맘이 그랬습니다. 2부 내내 우리 예쁜이라 부르며 시제를 써나갔습니다. 


크리스는 게이로 설정했으나 유부남으로 바뀌었습니다. 크리스도 성격 잡기가 힘들었는데, 끼 부리는 게이로 만들면 외인도시가 그야말로 게이월드인 것 같아서...그리고 크리스의 지금 성격을 저는 아주 마음에 들어 합니다. 하지만 크리스를 가지고 스핀 오프 할 생각은 없습니다.^^ 크리스와 메건은 둘 다 속물적인 성격이라 결혼이 하나의 비즈니스이자 계약입니다. 그들은 결혼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추적하고, 명예와 신분을 유지합니다. 메건 역시 크리스 몰래 바람을 피우는 걸로 설정을 잡아놓았으나 외인도시에서 메건의 스토리까지 다루면 조연의 서사가 너무 방대해지기 때문에 따로 묘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쓸 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캐릭터는 창화입니다. 창화는 어떻게 보면 소위 예술을 한답시고 떠들어대는... 음 창화는 떠들어대는 건 아니죠, 아주 성공한 젊은 감독이므로... 어찌되었던 간에 현실에서 은근히 마주칠법한 인물입니다. 비엘 문법에서 가장 벗어나있기 때문에 독자님들도 인물을 이해하는데 어려우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창화의 해웅에 대한 예찬과 집착은 비엘의 문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가 하는 행동들은 서브 공 스러우면서도 또 수와 이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도제방식으로 학자와 제자사이에서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했듯이 창화는 해웅을 뮤즈로 삼고, 그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갈망을 정신적인 것으로 대체하고자 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모두가 지성인이 아니듯이, 창화가 비록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온 것은 아니나, 등장인물들 중에 지적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도 그것을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제 손안에 가지고 노려는 습성이 있다는 겁니다. 통제적 성향은 시제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데, 시제는 한때 미술을 전공했고 패션계에 몸담았음에도 이런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 소위 아트한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경멸합니다. 그가 한때 몸을 팔았던 대상들인 아트 디렉터나 패션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예술을 빙자해 젊은 남자의 육신을 뮤즈라 탐하면서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입니다. 창화와 시제는 닮은 면이 있지만 또 다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맨물을 선택한 이유는...어른 남자들의 사랑을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나름대로 창의적인 분야의 비즈니스 음모같은 것들이 곁들어지면 재미있겠다고 생각도 했는데..기업관련 얘기가 초반에 너무 나와서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셨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만 쓰면서 신나고 재밌었습니다.^^)


김현식 국장, 윤원희 대리, 피 대리, 효영이, 희진이, 메건, 캐서린 등 저는 조연들과 여성 캐릭터들을 쓸 때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공수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아무래도 저도 긴장해서 쓰기도 하고 성적 텐션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묘사든 뭐든 힘을 줄 수밖에 없는데 감초 같은 조연들은 쓰기에도 편하고 재미있어서...그래서 또 조연들이 많이 튀어나왔습니다. 이것 또한 외인도시를 읽으시는데 조금 허들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저는 해웅이 캐릭터는 조연들과 대화를 치면서 조미료 친 것처럼 맛깔스럽게 살아나는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해웅이가 조연들과 붙었을 때의 케미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외인도시를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완결부터 정해놨습니다. 결혼하러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것부터 생각해두었고 그 뒤를 점점 살을 붙여나갔습니다. 바람둥이, 문란한 공수가 참된 사랑을 깨닫고 삶의 마지막까지 정착할 운명과도 같은 상대를 만난다는 게 어찌 보면 비현실적이겠지만 그런 비현실적이면서도 예쁜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은 문란한 공수의 성생활이 주제가 아니라 운명적인 사랑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가볍고 유희적인 연애가 트렌드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적어도 벨타지를 통해서라도, 서로에게 운명을 느끼고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고리타분하지만 신데렐라적인 동화 관을 좀 더 성인버전으로 질척거리게 썼습니다. 


여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Q&A가 많아서 지금부터 Q&A의 답을 쓰러 가야하는데...오늘 다 쓸 수 있겠죠? ... T_T. Q&A를 훑어보니 외전이나 캐릭터 설명 등 자세히 묻는 질문들이 많아서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자세한 답변을 통해 후기로 못 다한 이야기들을 대신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외전과 관련된 소식, 그리고 출간 공지는 조아라의 외인도시 창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재 계획은 7월에 출간되지 않을까 싶은데 외전도 같이 나올지는 제가 확신이 없습니다. 지금 일단 외전 쓸 시간이 나지 않아서요. 그래도 아마 전권 출간월과 많이 뒤처지지 않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트위터는 아직 개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아라가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될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이 말씀하신 3부는 외전을 통해 결혼 에피소드가 소개될 예정이고, 이후 정말 쓰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조아라 연재창이든, 외전 이북 출간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본 작품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습작 처리 됩니다. 


감사합니다. 


비에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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