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을 앞두고 계신 모든 분들은 들어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뭔가요?


" 먹는 거요! "


" 책 읽는 것이요 "


"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거요 "


" 자는 거요! "









- 그러면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 "


" 어... 모르겠어요.. "


" 글쎄요... 생각을 안 해봐서.."


" 없는 것 같아요. "










" 그런데요, 잘하는 것이 있으면 무언가 달라질까요? "












.


.


.






" 너를 믿어. 할 수 있을 거야. "  , " 열심히 한 만큼 잘 나올 거야. "



위로라고 생각할 이 말들이 아주 얄밉고 상처로 느껴질 순간이 온다. 우리는 "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분명 열심히 했을 것이고 최선을 다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나를 믿을 수가 없다. 그 모든 것이 내가 나를 믿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까 두렵다. 그 결과가 부정이라면 나는 나를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그런 것이 싫었다.



나는 한국사 시간 때 배운 그 독립운동가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싸웠다.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정신을 희생하면서 싸웠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이 현실과 싸울 수가 없다. 몸과 정신이 이미 부서져서 더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들은 적들로부터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적이 자신이 될 수 있음을 느끼기에 싸울 수가 없다. 애초에 우리들은 이 나라를 위해 싸울 수가 없다. 이 나라가 너무 증오스러우니까









D-00 이라는 말이 나는 죽음(death)을 나타내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 죽음 속에서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인권을 잃었다. 모두 나에게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나는 지난 1년간 책상앞에 앉아 있었다. 모두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고 모두 나에게 그렇게 물어본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앉아있었는데 당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부만 했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합니다.



당신들의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모두 나를 보며 울거나 웃는다. 엿을 나눠주고 후배들은 나를 향해 박수를 친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다. 숨이 턱턱 막힌다. 몸은 떨리고 눈물은 나고 상태가 최악인데 무언가 홀가분한 느낌이든다. 그냥 정말 이 시험 하나로 나의 인생이 결정 되는구나, 나의 인생이 겨우 이런 거였구나.

그래도 이번만 잘 해내면 이제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짧으면 짧고 길면 긴 그 시간에서 나는 나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모두 다 겪은 일이라며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렇게 다 겪었으면서 



전부 경험했으면서 



그렇게 망가져봤으면서




사람들이 너무 익숙해져서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었나?






나는 싸울 수가 없다. 나는 싸우고 싶지 않다.












" 있잖아요.. 저는 "






" 저는.. 이 전쟁터에 나간다고 동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



















나의 시체 앞에서 눈물 흘리지 마세요. 나의 죽음 앞에서 수고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나를 죽인 것은 모두 당신들입니다.
















D 반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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