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에 부딪힌 바닷물이 철렁거리는 소리가 정확히 귓가에 꽂혔다. 

항구는 이곳으로부터 정확히 9km. 서늘한 새벽 공기에 식어버린 땀이 카게야마 토비오의 턱끝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컨테이너 벽에 무장한 몸을 바짝 붙이면서 그는 이를 악 물고 총을 끌어 당겼다. 방아쇠를 잡는 손가락의 촉감은 어렸을 때부터 한번도 변함이 없었다.

임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그는 힘을 싣은 다리로 거세게 문을 차고 들어갔다. 그러자 온갖 소음과 먼지가 굉음하듯 폭발했다. 곳곳에 포진된 적들의 형체와 움직임이 시야에 정확히 펼쳐졌다. 카게야마는 입꼬리를 끌어 당겼다.

“……!”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반대편에서도 총탄이 쏟아졌다. 무수히 많은 총탄들은 카게야마 등 뒤 철벽에 그대로 박혔다. 몸이 욱씬거리는 감각은 이미 없다. 카게야마는 마찬가지로 총질을 하며 날렵하게 움직였다. 총을 맞은 자들은 경련이 일어나듯 몸을 떨다 죽어갔다. 1시 방향에서 폭탄의 노즐을 푸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카게야마는 그쪽을 향해 총을 쏘았고, 적의 손가락과 함께 폭탄이 날라갔다. 카게야마는 먼지를 들이 마쉬며 구석으로 구르다 일어났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명. 뿌연 먼지가 가라앉은 상황은 처참했다. 카게야마는 마지막 상대의 머리통에 총구를 깊숙히 쑤셔 박았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총탄이 그의 머리를 뚫는 장면까지 느리게 펼쳐졌다. 혈관이 수축하는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clear.”

카게야마가 싸늘하게 입을 열며 대답했다. 그러자 일순간 까만 정적이 흘렀다 하얀 조명들이 차례로 켜졌다. 실제와 같은 매캐한 기름냄새가 서서히 사라졌다. 카게야마는 눈을 찌푸리며 고글을 벗어던지고 본부석 쪽을 바라보았다. 까만 정장을 입은 정부의 관리자들과 지휘관들이 일제히 진지한 얼굴로 상의를 하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피곤한 얼굴로 그들을 쭉 살피다 이윽고 시선에 걸리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이카와 토오루였다. 

“역시…굉장했어, 토비오. 등급 판정엔 이견이 없을 거야.”

카게야마와 눈이 마주친 오이카와가 희번뜩 눈을 뜨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 픽 하고 웃음이 났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최상급 센티넬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저 사람만을 뛰어 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방탄 재킷을 벗으면서 카게야마가 밖으로 빠져 나왔다. 두꺼운 서류를 들추던 관계자는 결과가 며칠 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상관 없었다. 그리고 녹초가 된 발걸음을 옮기며 카게야마가 걸어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조그맣게 입을 열자, 오이카와 토오루가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선배.”

궁금한 게 있어요. 늘… 궁금한 게 있었어요. 

카게야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숨소리를 죽이고 끝없는 복도를 걸었다. 카게야마는 방금전 시뮬레이션으로 인해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훈련 내내 발화되었던 능력이 가이드 없이 가라앉으려면 최소 세 시간은 필요했다. 그러나 그에겐 아직 정해진 가이드가 없었다. 오이카와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바라보다 차분하게 물었다. 

“왜.”

“센티넬이 같은 센티넬과 섹스하면 어떤 이점이 있죠.”

카게야마는 여러 감각에서 뛰어났지만 그 능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이 부족했다. 카게야마는 시신경을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의지와는 상관 없이 앞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다리가 아주 미세하게 휘청거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이대로 밖을 나가면 그대로 폭주하는 자신의 능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상부에서 그렇게 되도록 그냥 두지 않을테지만. 오이카와는 어쩐지 입안이 쓰려 조금 발걸음을 늦췄다. 

그 순간 카게야마가 의식을 잃고 천천히 쓰러졌다. 그리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오이카와가 비스듬히 떨어지는 카게야마의 어깨를 잡고 멈췄다. 

“글쎄…….”

고개를 슬쩍 돌려 옆을 바라보자 까만 머리카락이 환풍기 바람에 옅게 흩날리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반듯한 이마와 감긴 속눈썹…. 나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닿지 않는 말을 내뱉으며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끌어 안았다. 숙소 정도는 혼자 걸어가야 할거 아니야. 토비오, 정말 쓰러진 거야? 오이카와가 곤란한듯 미간을 찌푸렸다. 







센티넬 가이드...다신 못쓸 것 같아요..........

세계관을 잘 몰라서 그런지 너무 어렵다ㅜㅜ 근데 미련이 남으니 나중에 이어 쓰는 것으로..

라고 2016년 2월의 욕조가 티스토리에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이어쓴다고 하고 절대 이어쓰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다시 읽어본 결과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센티넬x센티넬 오이카게가 취향이군요... 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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