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글이므로, 현실과는 매우 다릅니다.

* 강압적인 장면(체벌 장면 묘사, 강압적 분위기 등)이 등장하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제 글을 처음 읽으시는 분은 꼭 공지사항 참고 후 읽어주세요. 

* 작가의 가치관이 글에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안다미르





"잘 쉬었어?"

"예, 단장님."



태운이 들어오자마자 웃으며 묻는 말에 하람은 기겁하는 줄 알았다. 분명 도현은 내려오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대략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저러고 있었는데, 저게 어떻게 쉬는 거지? 하람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태운의 뒤를 따라 들어온 윤재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래서 수습 단원들이 들어오는 기간은 힘들다니까. 하람이 딴에는 놀라서 그런 거겠지만, 이미 안다미르에 찌들대로 찌든 윤재의 입장에서는 단장이 앞에 있는데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도현이, 일어나서 가져와. "

"예, 단장님."



태운의 한마디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도현은 맨 마지막 캐비넷을 향해 달렸다. 오래 엎드려있어서 힘들 텐데 어디서 나오는 힘일까. 하람은 도현을 힐끔거리며 아까부터 너무 저리다 못 해 감각이 사라진 것 같은 하반신을 어루만졌다. 자신은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사라진 것 같은데... 도현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자 하람은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케비넷에서 도현이 꺼내온 건 딱 봐도 무식하게 아플 것 같은 플라스틱 파이프였다.



"이걸로는 처음이지?"

"예, 그렇습니다."

"축하해. 이제 진짜 조단장 된 거네."



저게 대체 무슨 말이야? 태운에게 파이프를 건네주고, 바닥에 엎드린 도현의 엉덩이에 떨어지면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숨도 못 쉬고 있는 하람에게 축하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눈앞에서 매가 엉덩이에 떨어지는 걸 보고만 있는데도 제가 아픈 기분이었으니 태운의 축하한다는 말은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 둘, 셋. 도현은 묵묵히 숫자를 세며 매를 버티고 있었고, 지민과 윤재는 태연히 구경하고 있었다. 사실 하람은 지민이라면 이 상황을 말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소 제게 힘내라며 밝게 응원해주던 지민은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싫어할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태운의 뒤에 서서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지민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마치 지금까지 제게 보여주던 지민의 모습은 모두 연기였던 것처럼.



"후우, 열, 감사합니다."



일어나. 딱 열 대의 매가 끝나자 도현을 일으켜 세운 태운은 싱긋 웃었다. 도현은 엉덩이가 아플 텐데도 벌떡 일어나 태운의 앞에 뒷짐을 진 후 고개를 숙이고 섰다.



"후배 잘 챙겨야지. 저렇게 쉽게 포기하게 둘 거야?"

"아닙니다. 제가 더 잘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이래서는 곧 그만둔다고 말하겠어."

"그런 일... 생기지 않도록 잘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래, 믿을게. 태운이 도현의 어깨를 툭툭 친 후, 먼저 간다며 단실을 나섰다. 윤재와 지민이 태운을 배웅하기 위해 잠시 나왔다가 돌아왔고, 도현은 다시 뒷짐을 지고 섰다. 태운이 주는 벌은 끝났지만, 아직 부단장이자 도현의 짝 선배인 윤재가 남아있었다. 도현은 태운보다는 윤재가 더 두려웠다. 제 짝 선배는 옛날부터 실수 하나에도 가차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수습 단원일 때는 정말 수도 없이 혼났다. 무서운 윤재 때문에 몇 번을 그만두고 싶었는지 몰랐다. 지민이 옆에서 달래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차도현. 조단장 달면 다냐?"

"아닙니다"

"근데, 짝 후배 하나 컨트럴 못해서 쪽팔리게 뭐 하는 짓이야."



죄송합니다. 도현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딱히 할 수 있는 말도 없었고, 그 어떤 말도 윤재에게는 변명으로 들릴 테니까.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왕복 10번. 쟤 데리고 갔다 와."

"예, 선배님. 알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가볍게 넘어가 주는 윤재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하고, 구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혼란스러워하는 하람이를 데리고 빠르게 단실을 벗어났다. 윤재가 직접적으로 확인은 하지 않을 테지만,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저 많은 계단을 언제 다 뛰지. 무대 앞으로 쭉 펼쳐진 계단을 보며 한숨을 쉰 도현은 욱신거리는 엉덩이를 천천히 쓸었다. 제 몸이 잘 버텨주면 좋겠는데.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본 도현은 빨리 끝내야겠다며 제 옆에서 다리를 소심하게 두드리고 있는 하람을 바라보았다.



"하람아. 지금부터 저기 계단 끝 찍고, 이 무대까지 달리기를 10번 해야 해"

"아... 달리기.."

"최대한 힘 아껴서 달려보자."



하람이 반발할 틈도 없이 도현은 하람의 팔을 붙잡고 열심히 달렸다. 싫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던 하람은 도현이 이끄는 대로 우선 달렸다. 문제는 3바퀴째부터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하체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람은 금세 지쳤다. 



"하아, 하... 선배님.."



하람이 숨을 헐떡이자, 살짝 앞서던 도현이 뒤를 돌아봤다. 하람은 도현의 생각보다도 더 체력이 없었다.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게 누가 보면 혼자 10바퀴 뛴 줄 알 정도였다. 도현이 한숨을 쉬며 하람을 팔을 제 어깨에 두르고 함께 계단을 올랐다. 윤재가 같이 뛰라고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람과 끝까지 같이 마무리 해야 한다. 동기를 챙기는 것, 응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동기와 한 몸처럼 움직여야 응원이 완성되었기에 수습 때부터 몸에 익혀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동기 사랑'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기와의 유대감을 형성을 위한다는 의미로 안다미르에는 연대책임이 많았다. 



" 조금만 더 힘내봐. 다리에 힘 주고. " 



하람이 멈추면 도현도 같이 멈춰주고, 거의 도현에게 의지해 걷고 있긴 했지만 체력을 거의 소진한 하람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숨을 쉬기도 너무 힘들었고, 입에서 피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열심히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아직 1바퀴나 더 남았다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도현의 말에 하람은 남은 힘을 모두 쏟았다. 계단을 내려오고 무대 위에 뻗어버린 하람과 그 옆에 앉아 조용히 숨을 몰아쉬고 있는 도현. 어두운 공간에서 헉헉 힘겨운 숨소리만 들려왔다. 



" 데려다줄게. "



먼저 일어난 도현이 하람을 부축했다.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확실히 지금은 혼자 걷기 힘든 상태였다. 어제도 겨우겨우 걸었는데, 오늘은 기어가도 될 정도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집이 어디야? 도현의 말에 하람은 주소를 말해주었다. 학교와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기에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집에 들어가서도 걷는 게 영 어정쩡한 하람을 본 도현은 한숨을 쉬었다. 얘는 무슨 갓 태어난 고라니도 아니고.. 하람을 앉혀놓고, 허벅지부터 뭉쳐있는 다리를 도현이 주물러 주기 시작하자 하람은 괜찮다며 얼굴을 붉혔다.



" 하람아. 내일, 훈련은 포기하지 말고. "

" 저도 안 하고 싶은데... " 

" 나도 알지. 힘든 거. 아마 내일은 기초 동작 알려주실 거야. "



아마 하람 뿐 아니라 다른 수습 단원들도 오랜만에 근육을 많이 써서 힘들어할 것이 뻔했다. 하람처럼 이렇게 대놓고 힘들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도현은 처음 생긴 제 짝 후배가 안쓰러웠다. 자신도 처음에 힘들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엄살도 심하고, 못 할 것 같으면 포기도 빠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하람이 응원단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어차피 조단장을 달았으니 혼나는건 예견된 일이었다. 저 하나 희생해서 하람이가 정식 단원이 된다면야. 윤재에게 몇 대를 맞아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응원단을 그만두면 끝인 인연이었지만, 왜인지 하람을 보면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외동인 도현은 평소 동생을 가지고 싶다고 입방정을 떨어댔는데 때마침 후배로 하람이 들어왔다. 첫 만남부터 도현은 하람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쉽게 포기해버리는 하람이 너무 안쓰러웠다. 조금만 더 잡아주면 하람이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


  


" 야!!! 주하람!! 너 괜찮아? "



한솔이 늦은 오후 학교에 등장한 하람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하람은 오버하지 말라며 한솔을 진정시켰다. 어제 너무 무리했는지 늦게 일어난 탓에 오전 강의를 자체로 휴강한 하람은 오후에 응원단 연습에 나가지 않으면 도현이 또 혼이 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온몸에 파스를 뿌리고 근육 이완제까지 하나 먹은 후에야 겨우겨우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응원단을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굴뚝 같았지만, 어제 저를 위해 같이 달려 준 도현을 생각하면 예전처럼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저 때문에 단장에게 무식한 매로 두들겨 맞기까지 한 도현은 끝까지 저를 감싸주었다. 집에도 데려다주었고, 다리도 주물러주었다. 어쩌다 보니 도현에게 살짝 마음을 내 준 하람은 결국 훈련 시간에 맞추어 학교로 향했다.



" 어제 다들 걱정했어. "

" 난... 괜찮아. " 

" 아, 진짜 다행이다. 어제 우리 집에 가면서 네 얘기 많이 했거든. "

" 그래? 괜히, 미안하네. "



그래도 한솔은 하람이 응원단 훈련 시간에 맞춰 학교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도 훈련 중간에 사라진 하람이었고, 아침부터 전화도 안 받길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혹시 단장님들한테 혼났어? 한솔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하람은 고개를 저으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내가 혼났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지. 이건 뭐.. 



" 뭔데, 무슨 일인데? " 

" 아니야. 아무것도.. " 



하람이 말이 아끼자 한솔은 더는 묻지 않고,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오전에 강의는 딱히 별 내용은 없었어. 밥은 먹었어? 하람이 고개를 젓자 한솔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빵을 꺼내 들었다. 이거라도 먹어. 훈련하러 가야잖아. 딱히 빵을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훈련을 해야 간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봉지를 뜯어 입에 물었다. 아,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으려나.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빵을 다 먹은 후 천천히 응원단 실로 걸음을 옮겼다. 



" 안녕하십니까! " 

" 안녕하십... 니까 " 



오늘도 단실에는 어김없이 도현이 먼저 와있었다. 그들의 인사를 받아 준 도현은 하람에게 다가와 몸 상태가 어떤지 체크했다. 어제 거의 걷지도 못했던 게 집에 가는 내내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긴 했지만, 표정은 어제보다 더 암울해 보였다. 오늘은 기초 동작 훈련이긴 했지만, 그 동작이라는 게 처음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도현조차 윤재에게 매일같이 혼나가며 배웠으니까. 하람에게 힘내자는 말을 남기고 어깨를 두드려 준 도현은 마저 훈련 준비를 위해 밖으로 향했다. 정확히 어제와 같은 시간에 야외무대에서 시작된 기초 동작 훈련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기초동작이라고 해서 오늘은 조금 어제보다 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하람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기초 중에 기초여서 동작 자체가 간단했지만 다른 부원과 한 호흡을 쉬며 동작을 연결해야 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하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부동자세였다. 



" 누가 자꾸 움직여. 부동자세 몰라요? "

" 하나, 둘, 하나, 멈춰. " 



부동자세는 하람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힘들긴 했는지 태운의 목소리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단원들을 체크해주는 윤재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훈련 시작한 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무대에 서 있는 이들의 옷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태운의 구호에 맞춰 팔을 쭉 뻗었다가 몸 돌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점점 거친 숨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제일 끝에 서 있던 하람은 이미 지적을 여러 번 받은 상태였다. 



" 잠깐 쉬었다가 가자. "

" 예, 단장님. " 

" 아. 하람이, 도현이는 나 좀 따라오고. "



태운의 부름에 이마에 흐른 땀을 닦던 하람은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왜 불렀을까. 왜... 왜, 나만. 그런 하람을 챙기기 위해 급하게 달려온 도현은 하람의 끌며 단실로 향했다. 어떤 일이든 단장이 불렀으니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무대에서 단실로 향하는 문을 앞두고 도현은 자리에 멈춰서 하람을 바라보았다. 



"  단장님, 앞에서는 정신 차려야 해. 하람아. " 

" 네... " 



별 일은 없을 거야. 거의 울 지경인 하람을 달래 준 도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람에게 별일 없을 거라고는 했지만, 정말 별일이 없는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그래도 무식하게 하람을 패지는 않을 테니. 그건 다행인 걸까? 이렇게 잡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도현은 이마에 흐른 땀을 한 번 닦은 후 문을 열었다. 










너무 띄엄띄엄 와서.... 
죄송할 지경입니다 ㅎㅎㅎ 

재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쓰면서도 혼돈의 도가니ㅎㅎㅎ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혹시 재미가 있으시다면 작은 반응이라도 해주시면 
만족하는걸로...ㅎㅎㅎㅎㅎㅎ

전 응원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걸,
기억해주세요..ㅎ

장마철이네요. 비조심 하세요 ^^ 

 

소소하게, 취향 타는 글을 씁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분위기를 현실로 끌어오지 말아주시길..

리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