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시우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방파제 위를 걷고, 거대한 테트라포드를 폴짝폴짝 넘어 다녔다. 금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바람을 타고 온순하게 흔들거리는 바다를 응시했다.

나는 시우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놀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을 골라서.

“딸기가 좋아, 초콜릿이 좋아?”

나는 두 손에 든 아이스크림 두 개를 흔들어 보였다. 내 물음에 시우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말을 바꿨다. 짓궂게도.

“아니다. 항상 시우가 먼저 골랐으니까, 오늘은 내가 먼저 고를게. 난 초콜릿.”

부드러운 손길로 솔솔 어루만지듯이, 시우의 얼굴 위로 평온한 햇살이 머물렀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색깔의, 황금빛 온기가.

시우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가만히 내 행동을 보고 있었다. 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봉지를 뜯어 시우에게 건넸다.

“자, 여기. 시우가 좋아하는 초콜릿, 내가 먹어버릴 줄 알았지?”

다정한 웃음을 머금고 시우를 바라보자, 시우가 살짝 고개를 흔들더니 입으로 아이스바를 물었다. 조그만 입안으로 쑥 밀려들어 가는 아이스크림이 귀여웠다. 아이스크림 말고, 시우가.

“딸기 맛은 내가 뜯어줄게.”

“그럼 고맙지.”

시우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더니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봉지를 죽 뜯었다. 나도 시우처럼 입으로 아이스바를 물었다. 붉은색 저녁놀 때문인지, 시우의 볼이 빨갰다.

“초콜릿, 먹어 봐도 돼?”

열심히 아이스바를 빨던 시우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달콤한 초콜릿 아이스바 하나. 황혼에 물들어 스르르 주홍빛으로 녹는 구름이 한 조각.

시우가 내 쪽으로 아이스바를 내민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 찬란한 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눈동자.

나는 아이스바가 아닌, 시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상냥한 미소를 머금고서.

 

햇볕에 녹아, 아이스크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간질간질 어렴풋이 흩어지는 달콤한 액체. 살결을 타고 미끄러지는, 끈적거리는 아이스크림.

나는 한 손으로 시우의 뺨을 부드럽게 잡았다. 내 앞에 앉아, 내 액체를 받아내는 남자의 모든 것을 원한다는 듯이, 나는 능숙하게 키스를 했다. 축제 날 밤, 익숙하지 않던 어설픈 키스와는 다르게. 어른들이 하는 것처럼.

“으응…하아, 흐읏.”

천천히 입안을 쓸다가, 구름처럼 촉촉이 젖은 혀를 빨아먹었다. 가슴 아래께부터 꿈틀꿈틀 흘러나오는 욕망이 사르르 번지더니, 맞물린 입술을 타고 아른아른 흩어져버린다.

“하아…하아.”

자연스레 입술이 떼어지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시우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전히 시우의 두 눈에는 붉게 물드는 저녁놀이, 나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바다가 담겨 있었다.

시우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는 시우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가지 마. 여기에 있어. 날 두고 떠나지 마.”

내 곁에 있어.

시우는 대답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것도 모르고, 나는 한동안 그렇게 시우를 껴안고 있었다.


...다음 편에 마지막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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