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몸에서 악취가 나

더러워

목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옷을 하나둘 벗고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욕실로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가장 뜨거운 쪽으로 돌려 틀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물은 목과 등을 타고 다리로 흘렀다


비상등 센서 불로 희미하게 보였다 

발끝에서부터 빠져나온 물이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눈을 감았다

물이 뜨거워 살갗이 빨개졌다 


물은 보지 않아도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이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물이 점점 붉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 물이 마치 피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지 않아도 피는 몸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두르고 있던 악취가 무엇인지 

자신의 몸에 흐르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환풍기를 타고 남녀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남자는 소리를 질렀다

문을 닫는 소리와 발을 구르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싸우는 소리는 아주 비참하게 들렸다

그녀는 순간 저들을 안쓰럽게 여겼다

그럼에도 싸우는 소리는 그치지 않고 커져갔다


그녀는 급히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이 벗겨질 정도로 뜨거워졌다는 걸 알아버린 것

수건으로 몸을 두르고 

습기와 열기로 가득찬

악취와 더러운 것으로부터 

나왔다 




온 세상에 진하게 입맞추고 싶어 매 순간 사랑의 눈으로 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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