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이제노는 고개도 못 들고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얼굴로,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어떤 얼굴로 그의 앞에 서 있는건지 내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는 차라리 서로를 안 보는게 나을 것 같았다.

 

..이건 그가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안다. 내가 원해서 김도영을 좋아한 게 아니었듯이, 김도영의 잘못으로 내가 이런 감정을 품은 게 아니듯이... 이제노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게 누구 잘못이면 그 사람 탓이라도 하지. 이건... 그냥 스스로를 원망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왜 하필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나? 이런 생각만 반복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상대가 환영해주지 않는 감정을 품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얼만큼 힘든 일인지 알았다.

 

사과하지 말라고 말해주려고 했다. 이제노의 감정은 무엇보다도 나를 슬프게 했지만 동시에 그를 이해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괜찮지 않았지만 말으로 라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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