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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 어서 오세요!”

“네드 일단 이거 받아.”


문이 열리며 토니와 피터 그리고 네드 세 사람이 마주 서게 되었다. 토니가 먼저 인사를 해왔고, 네드는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피터가 네드의 손에 피자를 쥐여주고 안으로 들어섰다. 피자를 받아 든 네드가 주방으로 향했고 피터는 토니에게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고 문단속을 했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손을 씻고 나온 토니가 조금은 어색한 얼굴로 집안을 둘러보았다. 방이 두 개 화장실 하나 작은 거실과 주방을 가지고 있는 작은 집. 그래도 둘이 살기엔 그리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여기 앉으세요.”

“아 네.”


피터가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은 상황에 네드가 조금 어색하게 토니를 불렀다. 토니도 어색하게 웃으며 그가 시키는 대로 주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식탁엔 의자가 4개가 있었고 토니는 의자에 앉았다.


“저..”

“네?”

“아니.. 아니에요.”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지 입을 열었던 네드가 곧 아니라며 조용해졌다. 토니가 의아하단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는 토니를 훔쳐보듯 흘깃 볼 뿐 더 이상 말은 없었다. 한참 공기가 어색해질 즈음 피터가 나타났다. 토니도 네드도 피터가 그 이상 반가울 수는 없었다.


“왔어요?”

“왔어?”

“응, 왜? 무슨 일 있었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피터가 어색한 공기를 느끼곤 무슨 일이냐는 듯 물어왔다. 둘은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피터는 생각 없이 토니의 옆에 자리하고 앉았다. 그리고 각자의 접시에 피자를 덜어 주며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여기는 네드 리즈. 내 제일 오래된 친구예요. 그리고 네드? 여긴 행크 팔머군. 일단은 내 제자?”


피터의 소개에 네드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토니도 자연스럽게 그 손을 마주 잡았다.


“Awesome. 이거 꿈 아니지?”

“오 네드 제발.”


악수가 끝나자 네드가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를 내뱉었다. 피터는 이마를 짚으며 제발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피터만큼이나 토니의 오랜 팬이었던 네드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진짜.. 진짜 닮으셨네요.”

“네?”

“아 저는 스타크 인더스트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회사 연혁에 가면 다양한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사진하고 많이 닮으셨네요.”

“아, 네드는 알아요. 제가 이야기했거든요.”


한숨을 쉰 피터가 이실직고하듯 입을 열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토니가 작게 웃고 입을 열었다.


“아, 그런 거면 나도 아는 척해도 되겠네요. 비싼 슈트 해킹했던 친구 맞죠?”

“네네 근데 그게 그때 피터가..”

“네드!! 식기 전에 얼른 먹어.”


피터가 앞에 있는 피자를 집어 들어 네드의 입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네드는 왜 그러냐는 눈빛을 잠시 보내고 우물우물 입안에 들어온 피자를 씹었고 토니는 그 모습에 한 번 더 웃었다.


“진짜 오래된 친구 같아 보이네요.”

“팔머군도 얼른 먹기나 해요.”


피터가 다른 한 조각을 들어 토니의 입에도 밀어 넣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입에 피자를 물리니 조금 조용해지고, 밀려오던 두통도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라 피터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피터가 어떤 기분이던 네드는 토니를 만난 게 마냥 좋았고, 토니는 물어볼 게 많던 차에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게된 네드가 반가웠다. 그렇게 둘은 피터가 모르게 눈빛을 주고받았다.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눈치였다. 그렇게 피터만 빼고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



갑자기 이루어진 피자 만찬에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피터였다. 네드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피터의 이야기를 풀어대기 시작했고, 토니는 아주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가 보면 10년은 알고 지낸 친구 같은 대화에 피터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 하라고 말리고는 싶었지만 한창 흥이 오른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다. 그렇게 피터가 괜한 피자만 꾹꾹 찌르며 괴롭히고 있을 때 주머니에 있던 피터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네, 교수님.”


같이 일하는 동료 교수에게 갑자기 온 전화에 피터가 식탁에서 일어나 궁금한 시선을 보내는 둘에게 양해를 구하는 시선을 보내고 곧 전화에 집중했다. 뭔가 필요한 자료가 있다며 온 전화에 알겠다고 대답하며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피터가 없어져 다시 어색해진 식탁.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 지금까지 신나게 이야기를 하던 네드였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물어보세요.”

“월요일에 왜 만나고 하신 거예요?”

“아, 그거 연락이 벌써 갔어요? 난 월요일에 연락 갈 줄 알았는데.”

“어제저녁에 왔어요. 궁금해서 잠이 안 왔는데 이렇게 딱 와주실 줄은!”

“잠이 안 올 정도로 대단한 이야긴 아닌데 내가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 거요? 뭐든 아는 건 다 알려드릴게요!”


네드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네드의 대답에 조금은 안심한 토니가 피터가 들어갔던 방문을 한번 흘깃 보곤 입을 열었다.


“지난밤에 kid가 악몽을 꾸던데..”

“아 또요? 얼마 전에 꿔서 한동안은 안 꿀 줄 알았는데 요새 주기가 좀 길어져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라고 했거든요.”

“그렇다는 건 악몽을 계속해서 꾸고 있었단 이야깁니까?”

“네, 처음엔 빈도가 잦아서 많이 힘들어했는데 그래도 요샌 좀 빈도가 길어져서 나아졌다고 하긴 했어요.”

“대체 어떤 악몽입니까? 혹시 그 내용이나 그런 걸 알고 있습니까?”


토니의 말에 네드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네드의 시선도 닫혀있는 피터의 방에 잠시 향했다. 그리고 다시 토니에게로 향했다.


“제가 이걸 이야기해드리는 게 맞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내가 도와줄 게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 악몽이 나에 관한 거라면 더더욱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토니의 머릿속에 지난밤 피터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울던 그 얼굴.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악몽에 분명 자신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토니의 말에 네드는 또 한 번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조금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토니도 아무 말 없이 네드를 바라보았다. 결정은 그가 할 일이니 지금 토니는 기다리는 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 내려앉은 침묵 을은 얼마간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두 사람이 아닌 할 일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려는 피터의 움직임이었다.


“그.. 시간을 좀 주세요.”


피터 방에서 소리가 나자 네드가 얼른 말을 던졌다. 네드의 말에 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요일. 그날까지 생각해보고 이야기할게요.”

“그래요. 월요일에 11시 정도에 사무실로 올라오세요.”

“둘이 무슨 이야기 했어? 나 없다고 더 신나서 내 이야기 한 거 아니지?”


피터의 말에 토니도 네드도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왜 둘만 비밀 만드는 거냐고 피터가 툴툴거렸지만, 그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모두 피터를 생각하는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일찍 회사로 출근을 다 하십니까?”


누구에게든 반갑지 않은 월요일 아침이 결국 오고야 말았다. 평소라면 월요일엔 오후에나 이동하는 토니기에 해피는 자신의 스케줄도 오후부터 시작될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밤 아침에 회사로 갈 거라는 연락을 받고 난 뒤 해피는 언 해피해지기 시작했고 그 언 해피함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러니 평소보다 더 툴툴거리는 것도 있고.


“해피 화가 많이 났네. 월요일 출근이 그렇게 별로야?”

“누가 반갑겠어요. 아니 아침에 물어보니 회의도 없다 그러고, 아니 그전에 회의 참가도 안 하잖아요?”

“안 하지. 요새 회사 일은 결재만 하잖아.”

“그러니까, 결재를 아침부터 하러 갈건 아니잖아요.”


본능적으로 월요일 아침을 거부하는 직장인 해피의 반항에 토니는 헛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해피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러니까 오늘은 좀 이해하고 넘어갑시다.”

“무슨 약속인데요? 꼬맹이는 학교에 있을 테고.”

“꼬맹이 관련된 약속이니까 그냥 순순히 협조해 해피.”

“회사에서 만날 꼬맹이 관련된 사람이면 누구? 아 네드?”

“맞아.”

“아니 네드랑은 또 언제 알았어요? 언제부터 알아서 약속을 다잡았대?”

“나 이거 올리고 간다?”


토니가 자신과 해피의 사이에 위치한 작은 벽을 두드렸다. 해피가 휙 돌아보며 눈을 흘겼지만 그런 거에 이골이 난 토니는 별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니 뭐 얼마나 큰일을 꾸민,...”


이어지는 해피의 말에 토니가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조용해진 차에 기대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메신저를 켜니 지난밤 피터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그 메시지를 한번 훑다 며칠 전 악몽에 괴로워하던 피터의 모습이 생각나 작은 한숨이 밀려 나왔다. 오늘 네드를 통해 그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길. 토니는 믿는 신은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 있을 누군가에게 간절히 빌어보았다. 누군가는 듣고 도와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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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와 페퍼의 잔소리 콜라 보를 들으며 출근한 토니는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11시를 맞이할 수 있었다. 네드가 도착해 노크할 때 까지도 페퍼가 던져놓고 간 서류에 파묻혀 있었으니까. 고개도 한번 못 들고 활자와 다투던 토니에게 네드는 퍽 반가운 이가 되었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어서 와요.”

“와우! 여기가 회장실인가요? 저 여기 처음 와 봐요!”

“그렇겠죠? 나도 여기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Awesome. 제가 이렇게 Cool 한 곳에 오게 되다니! 그럼 이제 복귀하는 거예요?”

“아직은? 몇 년 있다가 하지 싶어요. 그전에 주식 사놔요. 대박 날 거야.”


네드가 들어서니 분위기부터가 달라졌다. 첫 발 들이면서부터 방방 뛰기 시작한 텐션은 서류에 지쳐있던 토니의 텐션마저도 떠오르게 만들었다. 텐션이 오른 토니가 장난스러운 대답을 했고, 그런 그의 말에 네드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토니는 그런 네드를 보고 웃으며 일단 소파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자신도 자리했다.


“음 커피?”

“와 영광이에요! 커피 좋아요.”

“오케이 접수.”


이틀 전 봤을 때 보다 더 눈을 반짝이며 신나하는 네드를 보며 토니는 어릴 적 피터가 떠올랐다. 그때 아이도 저랬던 것 같은데 랩실에 올 때마다 어마어마한 텐션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리던 그때. 아마 지금의 피터도 네드와 있을 땐 그럴지도 몰랐다. 자신의 앞에서만 무게를 잡는 거겠지. 토니가 머리를 저으며 머릿속에 자리 잡으려던 피터의 생각을 떨쳐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머신의 전원을 올렸다.

네드는 머리를 흔드는 토니의 모습도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토니 스타크가 머리를 흔들었어! 뭔가 복잡한 생각을 떨치려는 걸까? 역시 이공계의 아이돌 토니 스타크는 그의 팬들에게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경이롭게 보여졌다.

거기다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았던 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그리고 커피도 마시다니! 이건 흡사 마이클 잭슨이 다시 돌아와 자신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그렇게까지 생각하던 네드가 곧 머리를 흔들었다. 그를 따라 하려는 의도 보다는 머릿속을 가득 채운 팬심 때문에 자신이 오늘 하려던 이야기가 잘 전달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정리하려는 의도에서였다.

토니가 가고 난 뒤 네드는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피터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에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직접 이야기하도록 하는 게 맞는 건지. 하루를 꼬박 걸려 고민한 결과 네드는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피터는 입을 꾹 다물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아마도 피터의 말처럼 그와의 일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고, 그걸 본인이 도와준다면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둘 중 피터가 원하는 건 후자이지만, 정답은 전자이리라. 그러니 네드는 굳게 마음을 먹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던것이다. 이렇게 커피와 팬심에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네드가 강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자 일단 여기 커피요.”

“Awesome! 아, 이게 아니라.”


겨우 커피 따위에 질 순 없었다. 겨우 이성의 끈을 붙든 네드가 이번엔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두드렸다. 정신을 차리고 무거운 이야기가 될 테니까. 심호흡한 네드가 토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 일단 커피 잘 마실게요.”

“그래요.”


네드의 대답에 토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보았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좋을까? 기다리는 게 좋을까 토니가 고민할 즈음 네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을 좀 많이 해봤어요.”

“네.”

“이야기를 안 하는 게 좋은 건지 하는 게 좋은 건지 둘 중 어느 게 피터를 위하는 건지 고민을 좀 했거든요.”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네드의 목소리는 조금 전 들떠있던 소년 같은 모습은 생각도 못 할 만큼 달라져 있었다. 토니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터의 주변에 이렇게 피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토니는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며 네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실 가장 좋은 상황은 피터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만 피터 고집이라면 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할 거거든요. 원래 옛날부터 그랬어요. 평상시엔 막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잘 치는데 정작 자기 힘든 일이나 걱정 끼칠 일엔 꾹 입을 다물어요.”


네드의 말끝에 작은 한숨이 묻어나왔다. 함께 해온 시간이 긴 만큼 그 나름대로도 여러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시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긴 했거든요. 저도 직접 본 건 아니라 완전히 다는 모르지만 일단 아는 것에 한해서는 알려드릴게요. 대신, 이건 지켜주세요.”

“말해요.”


네드의 제안에 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도 피터에게 직접 그걸 안다는 티는 내지 마세요. 아마 티 내시면 피터 더 꾹 다물고 아무 이야기도 안 할 거예요.”

“알겠어요.”

“피터가 그 꿈을 언제부터 꾼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알게 된 건 피터랑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니까 아마 블립 이후 그 다음 해. 저희가 MIT에 입학하게 된 그해 부터였어요.”


네드의 이야기에 토니도 네드도 각자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어느 날 엄청나게 괴로워해서 깨워서 물어봤더니 머뭇거리다가 이야기를 하는데 그 당시엔 거의 매일 그 꿈을 꾸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꿈이었죠?”

“시작은 늘 같대요. 피터의 표현으론 마지막 전투가 있던 그 날이라고.”

“아...”


토니의 머릿속에 마지막 전투의 그 날이 떠올랐다. 과거에서 온 타노스를 이기기 위해 힘겹게 싸우던 그 날.


“피터는 그곳에서 계속 스타크씨를 찾는다고 했어요. 스타크씨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대신 스냅을 한다면 결말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대요.”

“하아...”


토니는 생각지도 못했던 피터의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황당한 이야기긴 하지만 그간 피터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마 피터의 생각대로 피터가 대신 희생했다면, 자신은 살 수 없었을 터였다. 그 죄책감에 오래지 않아 극단적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열심히 찾아다니는데 한 번도 막을 수가 없었대요. 매 꿈속에서 빠르면 스냅을 하고 있을 때 늦으면 이미 그 이후에. 그 장면을 보고 또 보고 수백 번을 보는 데도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매번 괴롭대요. 그래서 깨고 나면 보통 잠들지 못하고 술을 마시거나 밤을 새우거나 해요. 사실 얼마 전에 꾸었다고 저한테 이야기해서 한동안 안 꿀 줄 알았는데 이젠 그마저도 잘 모르겠네요.”


네드의 이야기에 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의 악몽이 어떤 내용인지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마워요. 쉽지 않을 텐데 이렇게 이야기해 줘서.”

“아니에요. 근래에 꿈을 꾼 날 스타크씨를 만났다고 했어요. 그날은 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헷갈려하긴 했지만. 그리고 다음 꿈은 스타크씨 앞에서 꿨다면, 이건 아마 스타크씨가 해결해 줘야 한다는 뭐 그런 하늘의 뜻이 아닐까요?”

“그럴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잘 이야기해 볼게요. 고마워요.”


속이 후련해진 얼굴의 네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니도 따라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혹시 뭔가 있다면 좀 이야기해 주면 좋겠네요. 부탁할게요.”

“오 저 스파이..는 좀 그렇고 정보원 같은 게 되는 건가요? 제가 아직 의자에 앉은 사람의 꿈을 온전히 버린 건 아니라서!”


다시 돌아온 소년 같은 대답에 토니가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드는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하며 돌아섰다. 다시 자신의 자리에 돌아온 토니는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피터의 마음이 가벼워 질지. 지금 당장은 아무래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프라이데이.”

“Yes, Boss.”

“kid에게 메시지 하나 보내. 오늘 저녁에 뭐 하냐고.”

“네,”


프라이데이의 대답을 들으며 토니는 다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까만 건 글자 하얀 건 종이 수준으로 집중이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피터를 찾아가게 될 것 같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comment.

양심도 없이 두달도 더 지난 글을 올립니다.

오늘 비축으로 두었던 세편을 모두 올리고 아마 이 글은 한동안 쉴듯 합니다.

안 올리려고 했는데 사이사이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 업로드라도 해놓고 가요.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러번 읽고 올리긴 하지만 오타나 실수가 있을 수있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부드럽게 알려주세요.

++구독해주신 분들, 좋아요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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