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 운동장에서 올려다본 숙소는 불 켜진 방 하나 없이 깜깜하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새벽부터 뛰는 게 일이니 한참 잘 시간이다. 나도 그게 일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구름은 요즘 습관처럼 굳어진 자조적인 생각을 하며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쪼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였다. 선수라면 자고로 운동장에서 뛸 때 숨통이 트여야 할 텐데 민구름은 니코틴이 들어와야지만 그게 가능했다. 매번 그랬던 건 아니고, 요즘 특히 담배 생각이 많이 났다.

재활을 마치고 기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 다음에야 합류하게 된 정규 훈련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몇 달 전 근신으로 훈련을 한참 빠졌던 경험이 있어서 공백기 후 재개하는 운동의 빡셈에 대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자신했다. 이번에도 그 정도로 힘들겠지, 열심히 하면 되겠지 여겼던 건 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근신은 재활에 비해 기간도 짧았고 새벽에라도 뛸 수 있었지만 재활 기간에는 아예 발목이 묶여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몰래 하던 운동은 은호한테 걸려서… 됐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한 달 넘게 쉬어 놓고 몸이 그대로이길 바라면 양심 없는 거지. 당분간 필드 복귀는 욕심내지 말고 근육량부터 회복해라.

기술이나 스피드 면에서 눈에 띄게 뒤처지는 구름에게 감독은 위로나 타박 대신 담백한 조언을 했다. 구름도 제 상황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와 별개로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이 답답했다. 더 일찍 나가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운동하는데도 컨디션은 상승세를 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속을 달래는 데에는 담배만큼 즉각적인 게 없다. 운동장 창고 쪽창 틀에 숨겨 놓은 담배는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구름을 위로해주고 있다.

 

"야, 너 뭐하냐?"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지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구름이 담배를 떨어트렸다. 몸을 일으키며 이미 짧아진 담배꽁초를 발로 지져 끄고는 뒷짐부터 지고 뒤를 돌았다. 고개는 푹 숙였다. 목소리만으로 이미 누군지 알았으니 굳이 화난 얼굴까지 볼 필요 없다.

 

"몰래 피울 거면 최소한 눈치는 봐야지, 어디 운동장에서 담배를 쳐 피우고 앉아 있어?"

"…죄송합니다."

 

애들 건드리기 싫은데 귀찮게 됐네. 구름의 푹 숙인 정수리를 보고 있자니 긴 한숨이 나왔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4,914 공백 제외
5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