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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산타의 12월

W.대니









D-24.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시간 23일 23시 59분 57초.

긴급회의는 자정에 시작했지만 입을 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3초간의 정적 끝에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친 용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 제정신이니?!”



회의에 참석한 인원 총 넷. 용선은 별이, 휘인, 혜진을 차례대로 보았다가 먼저 별이를 가리켰다.



“너 지금 크리스마스에 썰매를 끌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몸 안 만들어?!”

“No.”

“누가 노루 새끼 아니랄까 봐. No, 하는 거 보소.”

“지금 우리 집안 무시하셔?”

“아니. 너만 무시하셔.”



눈을 가늘게 접은 별이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 돌린다. 용선은 무척이나 빠르다는 노루 일족인 별이를 탐탁지 않게 보았다가, 다음으로 휘인을 마주 보았다.



“나비 요정아.”

“네?”

“애들 장난감은 언제 만들 거니?”

“…이제부터요?”

“올해 선물을 달라는 애들이 무려 302만 명이야. 나쁜 애를 가려도 290만 명은 훌쩍 넘을 거라고. 24일 만에 가능하겠어?”

“해봐야죠.”



대답은 참 잘하네. 대답만큼 선물 제작을 성실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선한 눈망울과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결의에 찬 표정에 목뒤가 뻐근해진다. 용선은 눈을 살며시 감고 목뒤를 잡았다가 마지막으로 혜진을 내려다보았다.



“썰매 정비했어?”



혜진이 고개를 젓는다. 용선은 곧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선물 목록은 나왔고?”

“…….”

“제작비 확보됐어? 올해 기부금은 어떻게 돼?”

“…….”

“넌 앉아서 하는 일이 뭐야.”

“장난감 제작 및 배달을 제외한 전부다만.”



‘전부’. 그 말에 곧게 뻗었던 손가락을 스르르 접고 머리를 긁적였다. 용선은 회계부터 시작해서 썰매 점검, 협조 요청, 선물 목록 정리, 일정 조율 등등 많은 일을 하는 혜진의 눈치를 살폈다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흠. 혜진이는 잠깐 빠져 있어. 그래. 노루 족, 나비 요정 족과 달리 산타 서포트에 능통한 다만 족은 죄가 없지.



“아무튼!”



용선은 양손을 허리에 얹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다들 정신 차려!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라고! 12월이야, 얘들아. 한국 어린이만 선물을 못 받았다는 소식이 핀란드 본부에 들어가면!”

“들어.”

“가.”

“면다만?”

“…우린 끝이야. 한국 지부가 다른 산타 손에 넘어가는 것은 물론, 이 일은 팀 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부 실업자가 되는 거야. 동종업계에 10년 동안 이력서도 못 내밀어!”

“저기, 용 산타님-.”



얌전히 듣고 있던 휘인이 손을 들었다. 장난감은 요정이 잘 만든다고 하지만, 하필 나비 요정일게 뭐람. 날개에서 흩날리는 가루를 들이마신 용선이 연신 재채기를 하며 별이에게 침방울을 쏘아댔다.



“아, 마스크 좀 쓰셔.”

“No.”

“…….”

“하여간. 왜 손을 들었지?”

“혹시 일정을 못 맞춰서 잘리면, 실업급여는 나오나요?”

“혜진아.”

“나오지 않는다만. 유책 사유로 인한 퇴사는 실업급여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니까다만.”



그렇지. 굳. 용선은 혜진을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대답이 아주 만족스러워. 역시 다만 족은 다 만족이야.



“어이, 산타.”

“뭐? 어, 이, 산, 타? 이 노루가 노루궁뎅이버섯을 잘못 먹었나.”

“아니, 솔직히 우리가 착해서 가만히 있는 거지. 우리도 할 말 많아.”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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