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없이 작년에 써서 에버노트에 있던 글 재업함

*논컾인데 키스신이 있음






  "생일 축하해!"


  생일이었지, 참. 하스미 케이토가 학생회실의 문고리를 잡아 돌려서 연 직후에 들리는 텐쇼인 에이치의 목소리와 요란한 폭죽 소리에 중얼거리며 오늘이 무슨 날인가를 자각했다. 그는 자신의 생일을 잊을 정도로 우둔하지 않다. 다만 오늘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일에 치여서 잠시 구석에 밀어 넣고 뒷전에 두었을 뿐이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정도로 평소와 똑같았다.


  하스미 케이토는 머리에 붙은 것을 털어내고 엉킨 리본을 풀어내느라 바쁜 상태였다. 이런 그가 귀엽다는 듯이 텐쇼인 에이치가 거들어주려 손을 내밀었지만 하스미 케이토는 연거푸 얼굴을 찌푸리곤 '혼자서 할 수 있다.'며 그의 손을 내쳤다. 물론 텐쇼인 에이치가 얼굴을 찌푸린다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유난하게 적막하군. 작년까지만 해도 너는 전교생을 전부 불러모을 열기로 파티를 열 기세더니."

 

  "결국 네 저지로 학생회 임원들만 불렀잖아?"


  "게다가 바닥에 놓으면 천장까지 닿을법한 커다란 10단 케이크까지 준비했었지. 거슬러 올라가 첫 생일 파티에는 텐쇼인이 소유한 저택의 모든 고용인을 불러와서 나를 축하해줬던 것보단 나았지만 말이야."


  "후훗, 작년처럼 약소하게만 열면 재미가 없잖아? 이번엔 사람을 좀 모았어. 홍월의 멤버부터, 학생회, 궁도부, 3학년 A반의 모두까지?"


  하스미 케이토가 안경을 고쳐 쓰며 텐쇼인 에이치의 말을 이어나갔다.


  "작년보다 많아진 것 같은데."


  "조금 많아도 괜찮잖아? 곧 졸업할 텐데."


  "아아, 그렇군. 유메노사키에선 마지막인가."


  "저기, 케이토."


  텐쇼인 에이치의 눈꼬리가 크게 휘어졌다. 분명 뭔가 재미있는(하스미 케이토 자기 자신에겐 87%의 확률로 재미가 없을) 일을 꾸미고 있으리라 하스미 케이토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눈 감아줄래?"


  뭐가 어렵다고. 하스미 케이토는 회실에서 한 발짝 들어온 그 자리에서 그대로 눈을 감아 내렸다. 분명 자신의 소꿉친구가 자신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워낙 성격이 그랬는지라, 뭘 준비하고 있을지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회실에 무언가를 준비해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파티장으로 바꾼다거나, 책상 밑에 히비키 와타루가 꽃다발과 비둘기를 들고 숨어있을 가능성까지. 뒤에서 히메미야 토리가 백허그를 하면서 (텐쇼인 에이치의 명령이니 웃는 표정이긴 하겠지만) 반 정도만 진심인 생일 축하 멘트라거나. 텐쇼인 에이치가 자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그에게 들렸다. 아마 제 근처에 있는 모양이었다.


  "케이토, 정말로 눈 뜨면 안 되니까?"


  "뭘 그렇게 걱정하나. 이 정도 약속은 지킬 수 있어."


  케이토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순간적으로 제 몸을 잡아당기는 힘으로 무방비 상태였던 몸이 대책 없이 에이치의 품에 안겨버렸다.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입이 막혀버렸는데, 기교나 아양 하나 없이 입술만 맞대는, 그저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의 버드 키스였다. 자신의 소꿉친구는 정말로 막무가내라고 케이토는 생각했다. 다만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아니해서, 에이치가 자신에게 표현하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주었다.


  입을 떼었을 때도 눈을 뜰 타이밍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것을 멈춘 건 텐쇼인 에이치가 눈을 떠도 된다고 몇 마디를 한 뒤였다.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가 없군. 막무가내야."

 

 "처음 해봤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 너랑 한번 해보고 싶어서."


  "···후우. 파티장으로 가지. 저번보다 요란하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이후 하스미 케이토는 텐쇼인 에이치가 자신에게 뿌렸던 꽃가루와 폭죽 리본의 몇 배나 되는 양을 머리에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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