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승 학
붙잡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이
세월만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떠오르지가 않아서
하늘을 보았네
하늘은 옅은 코발트빛이 도는
커다란 영사막 하나를 내 앞에
펼쳐 내렸으나
숱한 회한 감추고만 싶어서 나는
빛나는 하늘은 등 뒤에 세워둔 채
돌아섰네, 돌아서서
헝클어진 머리카락만
자꾸 매만졌네
영화관 같은 세상이
시나브로 어두워질 때
잊지 않고 있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필름 처럼 감겨진 나날
영사실이듯 쌓아두던 나의 외진 가슴이었기에
매표소 앞의 인파들 속에서 나는
저무는 하늘은 등 뒤에 세워둔 채
멈춰섰네, 멈춰서서
멀어져가는 뒷모습만
자꾸 붙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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