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이 튈 뻔했다.

손에는 말리부로 만들었다는 칵테일

들고 육교 아래의 물웅덩이

가장 잘 비치는 곳

하나비가

그렇게 이쁘게 보일 수 없었다며

기억이 날 이끈다. 비가 온 뒤라 날은 서늘하다.

사루비아 향

기억에서

우비가 내는 소리를 기억한다.


불꽃 얼굴만한 사탕을

입에 물었을 때 복장은

처음 입은 유카타. 먹물이 튈 뻔했지. 오미쿠지는 항상 불길하니

大吉

직접 써서 넣어보면 어떨까. 나쁘지 않네.

저녁 식사 직전에는 웃음이 많아졌다.


오미쿠지가 불길한 건, 초등학교에서도 분명 저런 것을 뽑았을 때. 음. 달달한 냄새를 풍기던 것보다도 항상 의도적으로 누군가는 엄한 것을 뽑길 바랐지.(불꽃이 잔뜩 터지는 저녁에도) 그러니 그 누군가는 항상 불안했겠지. 불안해서 먹물이 튀도록 새로 산 유카타를 망치고 가면에 넌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 적어두는 장난을 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지.


비 온 뒤라 역시 서늘하다. 먹다 남긴

사탕을 쪼개어 나누는 

풍족한 최후의 만찬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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