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널판타지14(FF14) 아이메리크 드 보렐X모험가

※ 동인 설정 및 캐해석 날조주의

※ 아이메리크와 독자적인 설정이 뚜렷한 모험가를 엮는 '드림' 연성입니다. 모두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모험가. 선호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읽지 않으시기를 추천합니다! (드림주 이름은 '모험가'로 표기)

파이널판타지 확장팩 창천의 이슈가르드, 용시전쟁 완결편 스포일러 약하게 포함. 용시전쟁 완결편 중 '슬픔을 품고' 퀘스트 스포일러 포함.

파판14 3.2까지 플레이하고 쓰는 글...이지만 3.5까지 끝난 상황을 전제로 썼습니다. 총장 보니까 그전에는 모험가한테 호감이 있더라도 연애는커녕 아무것도 안할 것 같더라고요...

※ 연인까지는 모르겠지만 친구 이상으로는 가고 싶은 아이메리크 이야기

※ 결제선 이하는 잡담뿐








 “이제 잠은 좀 제대로 자나요?”

말을 하면서도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은 입 밖으로 뱉어졌고, 정찬의 주인은 이미 나이프와 포크를 멈춘 채 모험가를 가만히 보고 있다. 여기서 화제를 돌리면 더 이상하니, 모험가는 물은 김에 더 말하기로 했다. 왜 이런 궁금증이 치밀었는지는 나중에 포르탕 가로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된다. 지금은 그저 의문을 해소할 겸, 종종 그를 보며 한 생각을 가감 없이 풀어놓겠다는 결심이 섰다.

 “과로는 여전한 것 같고, 수면 부족이라도 해결했나 싶어서요.”

 “…음.”

아이메리크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지난밤도 총장실에서 보내고, 오늘에야 모험가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예전에 한번… 제 앞에서 어지러워한 적이 있잖아요.”

모험가의 말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그런 모습을 보인 때는 아마 그녀가 새벽의 일을 하러 이딜샤이어에 갔다가, 제게서 평화협정 행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신전기사단 총장실을 찾았던 그때일 것이다. 아이메리크는 그때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모험가가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조금 민망하면서도 기뻤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물론, 기쁨이 더 컸다. 수많은 기억을 품었을 모험가에게 저 역시도 이렇게 다시 상기할 순간을 심어주었다는 것이 기뻤다. 비록 그렇게 긍정적인 기억은 아닐지라도.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낀 저를 보고는 깜짝 놀라던 모험가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

사실 그때 아이메리크는,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저를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조금 궁금했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급작스레 밀려든 현기증을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면서도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던 자신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곧장 원래 화제로 돌아갔던 기억도 났다. 결국은 한 번 더 붙잡아서 술 약속까지 받아내고 말았지만.

 “…….”

모험가는 묻는 말에 대답하기는커녕, 도리어 밝은 표정으로 제게 물어오는 아이메리크를 빤히 바라보았다.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왜지? 건강 상태에 의문을 표한 것뿐인데…. 아이메리크는 이런 시선에 익숙했다. 만족할만한 대답을 돌려주지 않으면 절대 물러나지 않을 시선. 그런 눈빛을 하도 많이 상대하다 보니 가끔 이골이 난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모험가가 자신에게 이런 표정을 하는 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왠지 평소처럼 완벽하게 빚어내 포장한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상처도 입었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였지. 지금도 바쁜 건 여전하지만 최소한의 수면시간은 확보하고 있네.”

 “…….”

 “수면 부족으로 쓰러졌다가 업무 공백이 생기면 그게 더 비효율적이니까… 건강에도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어.”

아이메리크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제 모험가는 그의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모험가는 이를 ‘정치용 미소’라고 불렀다)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 저 미소는 왠지 둘 다인 것 같아서 갸웃했다. 그 미소의 본질이야 어떻든 결국 의장님의 말씀은 ‘일을 위해 건강관리는 불가피하므로 최소한의 수준은 맞추고 있다’는 의미라 그녀를 불만족스럽게 했지만. 그래서 그녀는 답을 듣고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나 보군.”

모험가의 눈길을 돌리게 할 대답이 아니었기에, 아니 어쩌면 더더욱 제게 붙잡아 둘 만한 대답임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메리크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아이메리크 경은 참… 한결같네요.”

분명 칭찬은 아니었다.

 “그대도 그때와 같은 표정이야.”

그래도 기뻤다.

 “나를 걱정…해주는 건가?”

결국 모험가가 한 질문의 기저에는 그런 감정이 있었을 테니까. 비단 저를 향한 것만은 아닐지언정.

 “그렇다면 무척 기쁘군.”

저건 진짜 웃음이다. 그렇다 해도 가장 처음의 질문을 하게 한 무언가는 해소되지 않아서, 모험가는 입술을 일자로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걱정할까 봐서 달래거나 구슬리는 대신 솔직하게 말해주는 건 좋았지만. 얼마든지 그럴듯한 말로 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남자가 이런 자리에서는 화술을 내려놓고 진심을 조금씩 비추는 게 좋았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당신을 걱정하는 게 맞다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총장님이 누누이 말했잖아요. 그러려면 체력을 잘 아껴둬야죠.”

 “맞는 말이야. 걱정해줘서 고맙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식사가 재개되었고 모험가는 부드럽게 익힌 채소 조각을 포크로 쿡 찔러 입에 넣었다. 그러면서 눈을 살짝 들어 물을 마시는 아이메리크를 보았는데, 그도 저를 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덕분에 다시 모험가의 입이 터지고 말았다.

 “어제는 몇 시간이나 잤어요?”

‘신전기사단 총장의 수면시간’이 괜찮은 화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험가가 원한다면 아이메리크는 기꺼이 대화를 더 이어나가기로 했다. 물론 수치까지 묻는 제법 구체적인 질문에 웃음이 나오려고 해 입술에 힘을 주어 참아야 했지만….

 “꽤 개인적인 질문인 것 같지만… 영웅께서 물으신다면 함구할 도리가 없지.”

모험가는 내심 긴장했다.

 “어제 출근해서 오늘 귀가했네.”

 “…….”

 “답이 됐나?”

모험가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입을 다무는 데 이어 희미하게 인상을 찌푸린다. 그녀의 표정을 본 아이메리크가 놀란 듯 눈을 떴다. 그간 짧지 않은 시간을 옆에서 지켜보며 모험가가 표정이 풍부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고작 이런 문제(자신의 수면 부족)로 이런 표정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총장실에서 그녀의 반응을 궁금해했던 때의, 스스로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감정이 다시금 떠올라 아이메리크는 당혹스러웠다. 이번에는 불유쾌함과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그 정도로 나를 걱정-”

식기를 내려놓은 모험가가 테이블 밑으로 두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아이메리크를 똑바로 바라본다.

 “총장님 주무시게 얼른 돌아가야겠어요.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아이메리크는 당황했다.

 “벌써? 아직 포도주도 열지 않았는데,”

 “저보다는 잠을 소중히 여기세요, 총장님.”

모험가는 정말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다급해졌다.

 “아니, 가지 말게.”

 “…….”

 “잠은 언제든 잘 수 있지만 그대를 보는 건 그렇지 않아.”

붙잡기 위해 꺼낸 말은 진심의 순도가 높았다. 그게 느껴져서, 모험가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대는 내 잠에 비할 수 없는 존재야. 그러니 좀 더 같이 있어 주게.”

기본적으로 달변이지만 이것도 진심인 것 같기는 했다.

 “그러면 오늘 밤은 정말로 푹 잘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모험가가 다시 포크를 쥐었다. 아이메리크는 이를 보고야 안심했다. 그리고 자신의 잠에 계속 신경을 쓰는 이 다정한 모험가도 안심시켜주기로 했다.

 “그대와의 정찬을 마치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도록 하지.”

이정도 주제를 매듭짓는 거야, 아이메리크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가져온 서류도 보지 않고 바로 자겠네.”

모험가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하, 못 믿겠다는 표정인데. 영웅에게 신뢰를 잃다니 이거 큰일이군.”

아이메리크가 웃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눈썹을 낮추고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입술에만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다. 본 적이 있는 표정이었다. 보는 사람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표정. 아마도 이 대화의 발단이 된 ‘휘청거리는 총장님’ 장면에서 봤던 것 같은데, 다시 봐도 역시나 파급력이 있는 표정이다. 입술은 웃고 있으니 정말로 곤란한 건 아니고 일부러 지은 표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역시 얼굴을 참 잘 쓰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정하고 덤비면 상대가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게 만들 수도 있는 그런. 물론 제게는 그런 적이 거의 없는 것 같긴 했다.

 “직접 보여주면… 믿겠나?”

처연한 미남의 표정을 거둔 아이메리크가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꺼낸 말에 이번에는 모험가의 눈이 커졌다.

 “뭘요…?”

 “내가 자는 모습 말일세. 아무래도 영웅께서는 직접 눈으로 보는 걸 선호하시는 듯하여.”

 “…네?”

 “그대만 괜찮다면… 내 침실도 보여줄 수 있네. 그대는 나의 벗이자 우리 이슈가르드의 맹우이지 않은가. 내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믿고 맡길 수 있어.”

 “……네?”

 “아, 결코 이성으로서 희롱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알아주게. 내게는 그대가 침실을 열어줄 수 있을 만큼 친밀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진심으로 말이야.”

아이메리크의 표정이 진지했다. 모험가는 상상도 못 한 전개에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파격적인 제안으로 신뢰와 우정을 보여주고, 수면인증까지 하려 한다니… 자신은 생각지 못한 방안을 가져오는 남자이니 젊은 나이에 상당한 지지를 받으며 개혁의 선두주자가 된 거겠지만, 모험가는 그가 그 머리를 이런 데도 써먹는 데에 상당히 놀랐다. 돌처럼 굳어있던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농담이죠?”

아이메리크가 눈으로 웃었다.

 “농담이…”

 “맞죠?”

 “…아니라고 말하면 또 자리에서 일어날지 모르니, 농담이라고 해두지.”

 “아이메리크…!”

모험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대가 나를 재우고 싶을 때 일어나주면 좋겠어. 그럼 군말 않고 자러 가지.”

 “정말이죠?”

 “물론 자고 가도 좋아. 가장 좋은 방을 준비시키겠네.”

 “아이메리크…….”

그가 웃었다. 그녀가 앞으로도 저를 이렇게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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