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어렵사리 다짐하고 왔다면 황실의 법도 또한 익히 배우고 왔겠구나. 초야를 치르기 전에 내 황후의 마음을 다한 성의와 충심을 보고 싶은데, 혼수품은 성의껏 마련해 왔느냐?”

 


 

대대로 여제가 등극하는 대명 황실에서는 첫날밤에 황후에게 매를 들어 황실 법도와 황제의 명령에 순종할 것을 다짐하게 하는 훈육 의례가 있었다. 매질의 고통과 수치를 통하여 조정에 출사하는 뭇 사내들과 달리 황제의 가장 귀한 소유물인 황후로서만 존재할 것을 다짐하는 이 의식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황후의 지체에 따라 약식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아예 생략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예서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전통을 빌미삼아 선휘를 호되게 매질하여 콧대 높은 정헌대부의 기를 눌러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예, 폐하.”

 


 

선휘가 조용히 일어나 탁자 한 편에 놓인 흑단함을 꺼내어 가져왔다. 그리고 예서의 발치에 단정히 꿇어 앉은 채 함의 뚜껑을 열었다. 비단 위에 잘 마감된 물푸레나무 회초리와 자작나무 회초리, 대나무 회초리 세 자루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제 아비의 뒷배만 믿고 아니 가져왔다고 하면 그를 빌미 삼아 단단히 망신을 주려 하였더니. 저 얄미울 정도로 침착한 황후는 이마저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신첩, 황실 전례에 따라 이 자리에서 폐하께 예속된 존재로 거듭나길 염원하나이다.”

 


 

예서는 선휘가 내민 대나무 회초리를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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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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