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만 불어오는 하늘에 흙먼지만 나부꼈다. 카라쿠라 마을에서 겨울 추위로 인해 마을 사람들조차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추위 따위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듯한 이가 한 명, 아니 조금 다수가 존재했다. 추운 거리에서 당당하게 짧은 치마를 입고서 기다란 다리를 쭉 뻗으며 마치 자랑이라도 하는 듯 꼿꼿하게 세우며 걸어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모델이 걸어가는 수준이었다. 꽤나 날카로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쳐 가자 길게 늘여진 남색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따라 흐트러져갔다. 다리가 길고 각선미가 곱게 휘어져 예뻐 보이는 모습에 스스로도 잘 알고 있던 것인지 아슬아슬한 경계선처럼 절대 영역을 강조하며 걸음걸이를 옮겼다. 자랑이라도 하듯 손등으로 자신의 뒷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뒤에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오던 남자를 보며 M가 웃어 보였다.



" 어이, S. 봐라! 내 다리를! "

" 하..."



M의 말에 S는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뱉고서 잔소리를 하기 위해 M를 다시 보았을 때는 그의 코에서 코피가 한 차례 터져 나오고 말았다. M가 이 추운 겨울날에 S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겨우 오버니 삭스만 신은 채 미니스커트만 입은 다리를 들고서 각선미를 자랑했다. 그 아찔한 라인에 S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입술만 연신 벙긋거리다가 저 스스로가 잘났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M의 표정에 욱해서는 버럭 소리를 쳤다. 



" 문디야, 이기 뭐고!! "

" 보면 몰라? 바로 미니 스커트. 요즘 현세에서 엄청 유행중이래~ "

" 그걸 누가 몰라?! "



여전히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잔소리를 내뱉어대는 S의 목소리에 M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말했다. 아슬하게 엉덩이를 덮고 당장이라도 허리를 숙이면 속옷이라도 보일 것 같은 아슬한 미니스커트에 S는 정신이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대체 어떤 놈이 이딴 천 쪼가리를 옷이랍시고 유행으로 만들어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뻔뻔하게 답해오는 M의 말에 S는 더 울컥하는 탓에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목울대가 터져나갈 듯, 목에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소리를 높였다.



" 니, 니 그거 당장에 안 벗나?! "

" 벗어...? 나는 이거 벗으면 팬티뿐인데? "



" 그렇군. 너는 내 속옷이 보고 싶다는 건가? 이런 변태자 ㅅ... "



당장 벗으라는 S의 말에 어이없게도 너무 현실적인 답안을 내놓던 M가 변태라는 말까지 점점 커지는 목청에 식겁한 S는 다급하게 그녀의 입술을 막아 세웠다. 아무리 추위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몇몇 사람들은 돌아다니는 데다가 S와 M가 있는 공터 옆에는 민가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들을 수도 있었다. 단순히 변태 취급받아서 경찰이 오는 일을 막기 위해 M의 입을 막은 것이었는데 이렇게 되었을 줄은. S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M에게 진심을 담아 M에게 말을 꺼냈다.



" 너무너무 이뻐가 눈물이 다 날 거 같슴더, 제발 나한테만 보여주라. "

" 흠... 진작 그렇게 말했으면 될 거 아냐. 나를 숭배해봐! "



S는 M에게 거의 빌다시피 부탁을 말했고 M는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팔짱을 끼어 당당한 기색을 보였다. 그 기색이 마치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S는 당장에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우선 M가 진정하고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빌고 보기로 했다. 그냥 무작정 또 벗으라고 말하기엔 아까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 뻔했기에, 부탁하기 위해 합장하며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귀찮다는 듯한 한숨이 섞여 나왔다. 구시렁거리는 그의 중얼거림에는 많은 귀차니즘이 한데 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 아따, 너네는 어째 하루라도 조용헌 날이 읎냐? "

" 앗, H! "



M가 당당하게 말하고 S가 당황하던 순간 익숙한 사투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M는 고개를 돌려 익숙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백금 발의 양 갈래를 묶고 있는 붉은 츄리닝을 입고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가오는 SH였다. 건들건들거리며 다가온 H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S를 노려보듯 흘끗거리다가 짧은 한숨만 푹 내뱉고서 고개를 돌려 M를 바라보았다. M는 자신을 바라보는 H의 시선에 입꼬리를 올려 웃은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H는 M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리를 빠르게 휙 올리며 슬리퍼를 끌어서 손에 쥐고는 그대로 S의 뒤통수를 내려쳤다. S는 뒤통수가 아려옴에 다급하게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에 찬 소리를 내질렀다.



" 악!! 니 와 때리는데?! "

" 바보 S! M 괴롭히지 마라. "

" 괴롭히는 거 아이다. "



S가 소리를 치면서 H에게 물어오자 H가 M 편을 들었다. H의 말에 M가 수줍게 웃으면서 손깍지를 끼고서 자신의 볼에 붙인 후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H는 수줍은 척하며 몸을 배배 꼬아대는 M의 모습을 보고는 썩어가는 표정을 지으며 M의 발부터 시작해 얼굴까지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것도 모자라선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옷 상태를 확인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뱉고서 M의 엉덩이를 슬리퍼로 아프지 않게 치는 것이었다. M는 자신의 엉덩이를 둔탁하게 쳐오는 슬리퍼에 움찔거리다 자신의 엉덩이를 문지르며 H를 향해 울상짓는 표정을 짓고서 구시렁거려댔다. 그 소리에 H는 콧방귀를 껴댔다.



" 아야! H, 왜 때리는 거야! "

" 문디 가스나야. 옷이 그게 먼데? "

" 요즘 유행하는 미니스커트래. "

" 유행은 개뿔, 아주 똥꼬 다 잡아묵것다. "

" 아 그니까! M, H 말 들읏제? "



H가 잔소리를 하자 뒤통수만 문지르고 있던 S가 신난다는 듯이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다. 언제 맞기라도 한 듯이 당당하게 말을 꺼내며 M에게 따져오는 S의 모습에 M는 삐치기라도 한 듯 볼을 잔뜩 부풀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 표정을 본 H가 S의 엉덩이를 발로 까며 M 쪽으로 S를 밀어냈다. S는 갑작스럽게 몸이 밀려나자 아슬하게 버티다가 M의 품으로 안기듯이 지탱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M 역시 H가 갑작스럽게 S를 밀어내는 모습에 의문을 가졌다. M와 S가 바라보는 H의 표정은 썩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 가자! R야! "

" 벌써? 내는 아직인데. "

" 저 문디 커플두고 가자고. "

" 재밌기만 한데... "



어리둥절한 S와 M를 남겨둔 채 H는 R를 불러내 V의 본거지로 향했다. 귀를 후비적거리며 껄렁댄 채 걸어가는 모습만 보여주며 먼저 나서는 H의 모습에 R는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웅크리고서 구경하던 몸을 일으켜 먼지를 털어주고서 M와 S를 향해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 손을 흔들어주며 H가 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S는 분명 저기, 저 떠나간 R가 분명히 떠나기 전에 맴돌았던 눈길이 닿았던 곳이 M의 다리였음을 알아차렸다. 그 모습에 외투를 벗어 그녀의 허리에 감아주려는 찰나 M는 냉큼 빠져나오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당당하게 S의 앞에서 말하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 음, 좋아! 다음 타자는 K다! "

" 어델 갈라고? "



고개를 끄덕거리며 기분 좋게 나서려고 한 발짝 내딛는 순간 M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정확히는 S가 M의 허리를 끌어안고서 옆구리에 끼인 탓에 M의 다리가 공중으로 둥 뜬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웠던 M는 짧은 치마를 입은 상태라 크게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저 미약하게나마 바둥거리며 놓으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S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게 아니었냐며 물어오자 되레 당황한 M가 놀란 눈으로 S를 보고 있었다. M가 힘을 주며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S는 더더욱 힘을 주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가 M에게 결박 술까지 펼쳤다.



" 주박술 1, 새(塞). "

" 익...! 치사하게 주박술까지 쓰는기가! "

" 자꾸 벗어나려고 하니까 그라지. "

" 당장 이거 풀어라! "



M의 팔이 등 뒤로 묶인 채 수갑이라도 채워진 듯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M는 여전히 S의 옆구리에 매달린 채 바둥거렸지만, 어깨만 들썩거릴 뿐이었다. 당장 풀어내라는 M의 외침에 S가 힘을 주어 그녀의 허리를 꽉 들어맸다. 공원에 놓여있던 벤치에 와서 앉고서 S는 자신의 허벅지 위로 M를 앉혀주고서 그대로 품에 끌어안았다. 주박술에 더해 결박까지. 마M는 HS식 결박 술에 벗어나야만 했지만, 자꾸 달아오르는 얼굴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항상 자신이 끌어안고 S를 놀라게 하거나 놀리기 바빴지만 이런 식으로 S가 자신을 안아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벗어남이 약해져 가던 찰나 퍼뜩이며 정신을 차린 M가 다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 이, 이거 놓아라! 괴롭히지마라! "

" 흥, 벌이다. 가스나야. 도망가볼라카믄 어디 가보든가. "



M가 말까지 더듬는 상황이 오자 S는 상관없다는 듯 뻔뻔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꽉 끌어안고서 놓아주거나 풀어줄 생각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S의 모습에 M도 어느 정도 지쳤는지 점점 포기를 하고 있었다. 축 늘어져선 S의 어깨에 기댄 M는 또다시 S에게 장난 아닌 장난을 치려고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었다. 둘은 만났다 하면 항상 영양가 없는 만담을 하곤 했는데 남들이 보기엔 누가 보아도 분명 만담이었다. 물론 정작 본인들은 만담이 아니라고들 하긴 했지만 H 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저드가 인정한 일이었다. S가 보기엔 힘없이 늘어진 M의 모습에서 더 이상 벗어날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주박술을 풀어주었다. 주박술을 풀었지만, 여전히 S는 놔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HS식 결박 술은 풀려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M는 그 예쁜 두 눈을 휘어내어 웃으며 S를 바라보았다. S는 그 모습에 움찔거렸다.




" 교복 이렇게 입고 다닐 건데 어때? "

" 뭐? 말 잘했다. 안 그래도 불만이 있었거등. "

" 아~ S, 넌 질투가 많군. 그렇게 날 소유하고 싶은 건가? 오만하다! "



S는 M가 내뱉은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보니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저 M의 말에 남자 놈들은 전부 늑대 같은 놈들이라고 변명이라고 내뱉은 말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자 M가 멀뚱거리며 S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 눈길에 S는 잔뜩 긴장한 듯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켜냈다. 그러자 S의 목울대가 울렁이는 것을 M는 포착해냈다. 팔짱을 끼며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M는 가만히 S를 바라보았지만 의외로 S는 긴장한 탓에 말을 제대로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시선만 돌리고 있는 S의 모습에 M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S는 마른기침을 내뱉는 것이 최선이었다.



" 질투, 하면 우짤낀데. "

" ...어? "

" 내가 그 치마랑 니 다리 보는 놈들한테 질투하면 우짤끼냐고. "



갑작스러운 S의 말에 M는 말을 할 수 없었다. S의 말에 그저 부끄러워서 입만 연신 벙긋거리면서 더듬는 것이 전부였다. 어안이 벙벙해서 S의 얼굴만 보고 있자니 평소와 다른 진지한 표정에 M는 할 말을 잃었다. S는 답이 없는 M의 모습에 괜한 말을 꺼냈나 싶은 생각에 괜히 머쓱한지 자신의 목덜미만 문지르고 있었다. 완전히 풀려난 M였지만 아까 같은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른 S의 표정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전부였고 S는 자신이 들고 있던 외투를 M의 허리에 묶어주며 걱정되는 듯 툴툴거린 채 말을 이어갔다.



" 그니께 짧게 입고 다니지 말어. "

" ... "

" 알아 들었... m? "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어가던 S가 M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Km가 사탕을 먹으며 가만히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가만히 마주보기만 하던 M가 화들짝 놀라더니 다급하게 S의 무릎 위에서 일어나 S를 퍽 밀어내버리는 탓에 S는 등받이가 없던 벤치로 인해 그대로 밀리는 힘에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이상한 모양새로 엎어져 버린 S는 지금 상황에 대해 짧게 생각했고 M는 S를 밀어낸 뒤에 바로 벤치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았다. m는 둘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여전히 사탕을 쪽쪽 빨아댔다. 가까이 와서는 뒤집어진 S를 빤히 바라보다가 M를 흘끗 보다 다시 S를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 S는 왜 그러고 있어? "

" ... 하늘이 참말로 보기 좋아서. "

" 아하~ 안녕, M! "

" m도 안녕. "

" 내일 카라쿠라 학교에 간다며? "



m의 말에 놀란 S가 다급하게 허둥거리다 자세를 다잡고는 일어났다. 뭐? 학교?! 큰소리로 외치자 m가 사탕 막대기를 잡고 있는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귀를 막으며 한쪽 눈을 찡그렸다. M 역시 S의 외침에 양손으로 귀를 막을 정도였다. M가 귀를 틀어막는 모습에 움찔하던 S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m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움찔 겁을 먹은 m가 눈동자를 굴리며 조금씩 몸을 움직여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S가 붙잡고 말았다. S가 붙잡자 잔뜩 겁을 먹은 듯한 m의 표정이 그녀가 진짜로 겁을 먹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S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m를 바라보며 말했다.



" M가 내일 학교를 간다꼬...? "

" 으응, 그렇게 들었는데... 비밀이었어? M? "

" ... "



S의 어깨 너머로 눈만 빼꼼 내밀어낸 m가 M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오자 M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는 것이 전부였다. M가 큰일 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자 S의 손이 m를 붙잡았던 손을 놓아주자 m는 이때다싶었는지 후다닥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m가 완전히 도망치고 나서야 S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M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진지함 속에서 묻어나는 화가 난 듯한 그 표정에 M는 마른 침을 삼켜야만 했지만 정작 M에게 돌아온 것은 화를 내는 S의 목소리도 아니었고 오히려 따뜻한 그의 품이었다. S가 아무런 말도 없이 M를 힘껏 끌어안은 것이었다. 힘껏 끌어안았지만 다소 부드럽게 안은 팔은 M의 허리를 감아왔다. S의 의문스러운 행동에 M는 마른 침을 삼켜냈다.



" S...? "

" M, 니 학교는 어찌 갈라캤는데? "

" ... U 씨랑 Y 씨가... "

" ...하... "



M의 입에서 나온 말에 S는 다소 당황스럽다는 듯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그녀라면 자신의 힘보단 그쪽의 힘을 도움받는 것이 좀 더 유력하고 안전하기까지 할 테니 타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학교에 가노라고 적게나마 언질이라도 해주었, 아. 그제서야 S는 오늘 M가 짧은 치마를 입고서 자랑을 하던 모습에 대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래서였나, 교복과 유사해 보이기에 그냥 그렇게 차려입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S가 가볍게 콧바람을 내뱉고서 어깨를 으쓱였다. 고개만 뒤로 빼내서 M와 시선을 마주한 채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M는 여전히 생소한 S의 반응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 가도 되는데, 그리 짧은 건 입지 마라. "

" 어째서?! "

" 아까 내가 한 말 으디로 들은 긴데, 질투 난다고! "

" 에이씨... "



짧은 건 안 된다는 말에 엄청난 충격이라도 먹은 듯한 표정이 되어선 왜 안 되느냐고 덧붙여가며 되려 따지고 물어오는 M의 말에 S는 부끄러움따윈 날려 먹은 표정으로 뻔뻔하게 말했다. 분명 학교에 가면 남정네들이 많을낀데 하나하나 질투하기엔 힘들다며 말하는 힘없는 목소리 톤에 M는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구시렁거려댔다. S의 손이 M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왔다. 그러자 M는 흠칫 떨며 얼굴을 잔뜩 붉히다가 고개를 저어대고는 S의 손에서 벗어났다. M는 흘끗 S를 바라보다가도  깊은 숨을 내뱉으며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했다.



" ... KM라고 정했어. "

" 그대로네. "

" ... 응 "



S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던 M를 보던 S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는 그대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으로 안전하게 모셔주겠다며 장난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던 S의 표정은 아까와 달리 평소처럼 장난스레 웃고 있었다. U 상점으로 가는 길목에서 S는 엄지손가락으로 괜스레 M의 손등을 간지럽히듯이 문질러댔다. M는 간질거려오는 손등에 손을 꿈지럭거렸고 그게 벗어나려는 줄 알고 S는 M의 손을 더더욱 꽉 아프지 않게끔 움켜잡았다. 깍지 끼워진 손으로 밤길을 걷자니 꼭 오래된 연인 같아서 M는 수줍기만 했다. 아, 사실 따지고 보면 진짜로 오래된 연인이 맞긴 한가... M는 자신도 모르게 푸스스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 웃음을 듣고 있던 S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왜 웃냐는 질문에 그저 마른기침을 하며 아까의 생각으로 인해 웃어버린 것을 S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 S는 꽤 싱거운 반응을 보이는 M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도보에서 커버를 돌고 나니 바로 U 상점이 나왔다. 입구에는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UK가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S는 대번에 인상을 찡그렸다. 오랜만에 보는 인물이긴 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웃음이다.



" 이야~ M 씨랑 S 씨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군요~? "

" 알면 넘보지 말어라잉? "

" 저는 연하보단 연상 타입이라서요~ 유감이네요! "

" 흥, M. 좋은 꿈 꾸고, 내일 짧게 입고 나오지 말어. "

" ... 생각해볼게! "



U와 S가 투닥거리는 듯 말을 나누다 S가 M에게 좋은 꿈 꾸라며 안부를 전해주자 M는 S를 빤히 바라보다가 발꿈치를 들어 그대로 S를 짧게 끌어안았다가 놓아주며 도망치듯이 상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생각해볼게라는 그 말에 잔뜩 의문만 남긴 채 가버려서 S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가 사라진 입구를 허망하게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U가 펴진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괜스레 발길질하며 돌아갔다.







" 당장 안 벗나!? "



다음 날, 아침이 밝아서 참새들이 기분 좋게 노래를 지저귀며 날아가다가 나뭇가지에 앉았지만 마치 천둥과 번개와도 같은 외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파드득 소리를 내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S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침 일찍 K 마을 거리를 가득 메어왔다. M는 짜증 난다는 표정을 일관하며 검지손가락으로 귀를 막은 상태였다. S가 왜 소리를 쳤나 했더니 M가 어제와 같은 치마는 아니었지만 K 고등학교 교복이지만 심히 짧아진 치마를 입고서 또 곱게 뻗어있는 자신의 다리 각선미를 자랑하며 저 멀리서 걸어오는 게 보였기에 S가 버럭 소리를 쳤던 것이었다. 당장에 돌아가서 갈아입히자니 곧 학교 수업 종이 울릴 시간이었고 돌아가기에도 상점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돌아간다고 한들 예비용 치마가 있을지도 문제였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S가 아니었다. 차라리 제 여분 바지를 입혀서라도 저 짧은 치마를 당장에 벗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아, 왜! 왜! 이 정도 다리면 예쁜 거 아이가? "

" 맞긴 한데... 그걸 왜 딴놈아한테 보여줘야되는기냐고! "



또다시 둘은 보자마자 티격태격하며 남들이 보기에는 만담이라도 하는 것 같은 개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K 학생들은 지나가면서 이번에 전학 온 S와 처음 보는 여학생이 무슨 일로 저렇게 다투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지만 늦으면 지각하기 때문에 힐끗 보고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교문 옆에 서서 서로 벗어라. 안 벗을 거라며 땍땍거린 채 소리를 치고 있는 모습을 교문 앞에 있던 체육 선생님이 발견하고는 씨익 웃었다. 삐죽 나와 있는 수염과 그 미묘한 웃음이 S와 M의 학교생활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예견해주는 듯했다. 서로 땍땍거리기 바쁘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가리는 그림자가 생겨나자 화를 내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처음 보는 덩치 큰 남자가 웃으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체육 선생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S가 M의 손을 붙잡고서 후다닥 학교 건물 안으로 냉큼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교문에서는 우렁찬 체육 선생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아아, K 마을과 V에도 로맨스가 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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