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백 한여름


여름 밤 축제에 놀러간 날

날은 덥고 좀 있으면 장마라 꿉꿉하기까지 한데 호열이에게 사랑에 빠진 백호가 보고 싶어서 쓴 글. 


퇴고x

음슴체 주의


2023년 5월 29일 월 오후 1:15


*



그날은 마침 마을 축제가 열린 날이었고 오늘은 기필코 한나랑 데이트 해야한다는 주장 송태섭으로 인해 부활동도 일찍 끝난 날이었음. 평소 농구하느라 어울리지 못했던 백호군단과 한참을 놀다가 축제음식으로 저녁도 떼울 겸 거리로 나온 백호와 백호군단. 


성큼 다가온 여름에 장마도 얼마 남지 않아 그런지 해가 져도 여전히 후덥지근하니 안 그래도 몸에 열이 많은 백호는 조금 힘들었지만 이런 날에 혼자 집에서 선풍기만 틀고 있기는 싫어서 나온김에 겸사겸사 축제를 즐기기로 함. 

 

하지만 낮에 오랜만에 간 빠칭코에서 죄다 잃는 바람에 돈이 없어 금붕어 잡는 꼬마들을 구경만하고 호열이가 장난감 총으로 따다준 과자를 먹고 펀치기계를 있는 힘껏 쳤다가 주인 아저씨한테 쫓겨나기도 하니 어느새 밤이 되었음. 


호열이가 알바한 돈으로 사준 볶음 국수를 저녁으로 떼우고 부족해서 용팔이가 먹고 있던 구운 오징어도 뺏어서 간식으로 야무지게 먹다보니 꽤나 즐거워진 백호. 


그러다 게임하러 뛰쳐나간 대구팔을 쫓아가다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호열이랑만 남게 되고. 


귀찮기도 하고 불꽃놀이 보려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돌아다니면서 찾는건 그만둔 둘은 이러고 있으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에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구석에 있는 밴치에 앉음. 밤인데도 여전히 더워서 반팔티만 펄럭거리고 있는 백호를 가만히 보던 호열. “잠시만” 하고 사라졌다가 근처 자판기에서 차가운 음료를 뽑아 옴. 


땀 흘리며 사람들 구경하던 백호는 볼에 차가운 게 닿아서 후눗하고 깜짝 놀라서 보니 호열이가 씨익 웃으며 포카리를 내밀고 있었음. 


“덥지? 이거 마시고 있어”

“어..응”


순간 당황해 어버버 하면서 받은 자판기에서 막 꺼내 차가운 음료수 캔을 가만히 만지작 거리는 백호. 차가운 캔만 손에 쥐고 있어도 더위가 좀 가시는 것 같음. 날이 더워 금방 캔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기 시작하자 말없이 그 물방울들을 손으로 뭉개는데 뭔가..뭔가.. 간질간질함. 그래서 음료수 캔을 따는 척 하면서 호열이를 힐끔힐끔 봄


“아 ~~ 진짜 덥다.”


아무것도 모르는 호열이는 캔콜라를 마시고 있었음. 

시원해보이는 파란 셔츠를 입은 양호열. 피부도 하얗고 머리는 까맣고… 원래 호열이가 이렇게 생겼었나? 괜히 목이 홧홧해져 목 뒤를 차가워진 손으로 쓸다가 캔음료를 마시려고 하는데 옆에서 콜라를 마시는 호열이의 목젖이 움직이는 게 보임. 


왠지 입이 바짝 마름. 목이 타는 것 같아서 캔을 따서 차가운 포카리를 벌컥벌컥 마셨는데도 이 더위가 가시질 않아. 방금까지 괜찮았는데 호열이를 보니까 아까보다 더워지는 것 같아. 

저 파란 셔츠 때문인가? 온통 뜨거운 빨간색으로 뒤덮힌 주위에서 파란 옷을 입은 호열이 혼자 바닷가에 있는 거 같아서. 

뭔가… 오늘따라 호열이가 달라보이는 것 같아. 


힐끔힐끔 곁눈질로 보던 것도 무색하게 어느새 멍하니 호열이를 바라보던 백호의 시선에 호열이 고개를 돌림. 


“왜?”

!!


몰래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서 뭘 보냐고(그렇겐 안물었지만) 물어보니 당황할 수 밖에 없는 백호. 자신이 당황한 이유도 모른채 땀 뻘뻘 흘리면서 우물쭈물 하는데


“백호 너 이 콜라 먹고 싶어서 그러지”

“눗! 아 아니”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자.”


하면서 못말린다는 듯이 콜라를 내미는 양호열. 네가 한입만 달라고 할 것 같아서 일부러 너 좋아하는 콜라로 골랐다며 눈가를 접으며 웃는데, 때마침 하늘로 쏘아진 불꽃이 펑 터지며 호열이의 웃음을 오색으로 반짝반짝 물들였음. 순식간에 찬란해진 시야에 눈을 떼지 못하는 강백호. 


그런 백호가 이상해서 호열은 백호야? 하다가 펑펑 터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한창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음. 


“아아 불꽃놀이 시작했네. 백호야 차라리 불꽃놀이 하는 쪽으로 가볼까? 거기 대남이들 있을거 같은…?”


호열이는 대답이 없는 백호를 봤지만 백호가 자신을 보면서 멍 때리고 있는게 보였음. 야 백호야?? 강백호?? 하고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봐도 애가 이상함. 오늘따라 더워하더니 결국 더위 먹었나 싶은 그 때 


“야아아 여기 있었냐!!”

“어디있나 했네”

“한참 찾았다!!”


시끌시끌 나타난 대구팔.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백호. 정신을 차리고 아직 불꽃놀이가 한창인 하늘을 한 번, 양손에 뭘 잔뜩 들고 나타난 대구팔을 한 번, 대구팔에게 뭐라고 말을 하다가 정신차린 자신에게 다가온 양호열을 한 번. 그러다 괜찮냐고 너무 더워서 그러냐며 다정하게 묻는 까만 눈을 마주하고. 


“야 백호야 너 땀 장난 아니다. 괜찮아?”


하면서 아까부터 자꾸 시선이 가서 괜히 침만 꼴깍 삼키게 되던 그놈의 파란 셔츠를 벗어서 자신의 이마에 배어난 땀을 닦아주려는 양호열을 보자마자 


“…누우아아아악!!!!”

“백호야?”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더니 


빡!!!!!!!

?!?!


그대로 자기 앞에 있는 양호열의 이마에 전력으로 박치기를 하고 도망가버리는 강백호. 


“헉 뭐 뭐야!!!”

“야 강백호 갑자기 뭔 어디가?!”

“소리 대박이었는데 호열이 죽은거 아니냐?”


깜짝 놀란 대구팔이 뒤에서 백호에게 소리를 치고 영문도 모른 채 박치기를 맞고 기절한 호열을 깨우는 등 소란스러웠지만 백호는 사과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음. 

뒤에선 여전히 불꽃놀이가 한창이고 불꽃이 펑펑 터질 때마다 환호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끌시끌한데 딱 그만큼 소란스러운 제 마음 때문에 당황스럽기만 하고

농구 한 판 뛴 것처럼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은채 머리만큼 붉어진 얼굴로 집까지 전력질주하는 강백호. 




정신차리고보니 잡덕이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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