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죽여주세요.
-......
-지난 몇 년을 치욕스럽게 살았는데, 그런 남편 이젠 더 필요 없어요. 그 사람한텐 제가 성처리 도구로 밖에 보이지 않을 거에요.
-부인은... 용감하시군요.
-네?
-대뜸 남편을 죽여달라고 하다니, 그것도 여자한테.
-당신은 믿을 수 있으니까요.
-제 고향이 어딘지도, 신분이 어떤지도 모르시면서.
-그런 건 몰라도 상관 없어요. 그 동안 본 당신이 중요하지.
-...역시 용감하시네요.
-보수는 필요한대로 드리죠.
-부인.
-왜 그러죠?
-부인의 남편 같은 높으신 분들은 어렵습니다. 잠깐만 없어져도 이목이 모이니까요. 소리소문 없이 없애도 그럴거고 시끄럽게 난리를 부려도 그렇죠.
-사고로 위장하는 방법은요? 말에 치인다던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던가.
-글쎄요, 어딜가나 경호를 달고 다녀서 쉽지 않습니다.
-하...
-뭐... 술을 왕창 먹여볼까요? 혹시 모르죠. 발을 헛디딘다거나.
-됐어요, 그냥 내가 죽이고 도망치는게 더 빠르겠네요.
-......
-고마워요, 별로 도움은 안됐지만.
-도망치신다면... 도움을 드릴 순 있습니다.
-네?
-빠른 말과 별장을 비워드리죠. 밤에 보초병이 순찰을 도는 코스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도 매수하겠습니다.
-당신...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에요.
-...충분하네요. 아, 한가지 더. 별장에 말을 더 준비해줘요. 아주 멀리 떠나버리게.
-그러죠, 언제까지 도와드릴까요?
-내일 당장.
-...부인은...
-그래요, 나 용감해요.
-행운을 빌어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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