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크-근대혁명기 AU



6. 


새로 산 붉은 셔츠를 입고 소매가 거치적거리지 않게 커프스단추를 꼼꼼히 채운다. 검푸른 빛이 도는 긴 바지를 입고 검은색의 가죽벨트로 단단히 여몄다.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감색의 프록코트를 입고 가장 위쪽의 단추만 잠근다. 평소라면 절대 신지 않을 법한, 최초의 반짝임은 모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검붉은 가죽 신발을 신고 잠시 자리에 앉았다 일어서며, 활동하기에 어디 불편한 곳이 없는지 재차 확인했다. 흠집이 가득한 거울로 비춰본, 붉은색과 검푸른색이 적절히 조화된 복식이 제법 마음에 들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미소 지었다. 


조심히 방문을 열고 그 누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복도로 나선다. 복도를 따라, 다른 사용인들의 거처를 지나, 주방으로 향하는 오른쪽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2층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이 눈에 들어오고, 동시에 지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쓰러지던 맷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이 터진 당시만 해도 괜찮은 건지, 어디 다치진 않았는지, 혹시라도 정신을 잃었거나 잃는 중인 건 아닌지 걱정하며 무너지던 그의 고갯짓을 쫓아가던중, 나에게 점점 가까워지던 그의 얼굴을 피해 황급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상시 그렇게 예민한 그가 바로 앞에 있는 나를 모를 리 없는데 왜 그렇게 가까이 다가온 걸까. 내가 안 피하면 어쩌려고? 아니면 당연히 내가 피할 것이라 생각한 걸까. 

내 팔을 잡는 그의 움직임에 바짝 닿아있던 몸을 떨어뜨리고 다시 얼굴을 확인하니, 금세 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눈은 조금도 웃지 않은 채로. 그런 사고를 겪고 나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존을 채근하거나, 놀란마음에 예민하게 굴만도 한데 그는 그저 유난히 지쳐 보였다. 말을 타고 오는 동안 내 허리를 잡고 있던 조심스러운 손길이나, 사람들 앞에서 그냥 눈을 감은채 말없이 사용인들의 보살핌을 받던 그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힌다. 한 번 찾아가 보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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