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차유진의 "대박이요! 대박이요!"에서 시작된 차고영과 인간문대의 동거(?)썰

*캐붕주의

*고양이알못,,,

*유진문대 요소 아주... 쬑금







문대야, 혹시 ─ 맡아 줄 수 있을까…?


오랜만에 연락한 배세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 2시, 박문대가 일을 겨우 마치고 잠이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잠이 덜 깨 비몽사몽한 상태로 박문대는 임시 보호요? 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제집을 거쳐 간 아이들도 많았고 그도 개를 키운 경험이 많아서 배세진은 자주 박문대에게 그런 부탁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잠시 동물을 보살피는 일이 크게 힘든 것도 아니니 그는 항상 알겠노라 했다.


배세진은 박문대가 그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졸고 있다는 것도 모른 체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중 기억나는 말이라곤 상자, 낯가림, 베티(배세진이 키우는 강아지 이름)뿐이라 상자에 버려진 낯가리는 강아지를 베티랑 산책하다 발견했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이후 이 짐작이 단 하나도 맞지 않았다는걸 알게 되었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박문대는 겨우 네, 네, 라고 대답만 했고 배세진은 기뻐하며 무어라 더 이야기를 늘어놓았으나 그 기억은 없었다. 당연했다. 그는 잠들었으니까. 생각보다 긴 통화 시간에 그 뒤에 뭐라고 더 말했구나 할 뿐. 어쨌든 박문대는 이런 과정에서 배세진이 데려오는 아이를 강아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인간의 집에 솜털 보송보송한 아기고양이가 들이닥쳤다.


“잘 부탁해, 문대야! 고양이는 처음이지?”


정확히는 두 번째였다. 그것도 임보라고 할 수 있다면.


“고양이 키우는 분들이랑 수의사 선생님께 주의사항이랑 이것저것 적어왔어. 이거 보고 모르겠으면 연락 줘.”

“…네.”

“아, 고양이는 이 안에. 아직 자고 있어. 이름은 차유진이야.”

“…차유진이요.”

“유진이 엄청 개냥이니까 아마 낯은 별로 안 가릴 거야.”


어렴풋이 기억나는 낯가림이 낯을 안 가린다는 뜻이었군.


“나도 자주 보러올 테니까! 유진이 잘 부탁해, 문대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없어도 연락해 줘!”

“…네.”


그렇게 박문대는 태어나서 두 번째인 아기고양이, 정확히는 개냥이인 차유진과 남겨졌다.


냥냥냥~


고민하거나 준비할 틈도 없이 (예비) 사고뭉치가 깨어났다.

박문대는 고양이가 든 켄넬을 한 번, 배세진이 챙겨준 고양이용품이 든 가방을 한 번 보고, 한숨 한 번 푹 쉬곤 조심히 켄넬 문을 열었다.


“?”


‘일어난 게 아닌가?’


고양이가 안 나온다.

낯은 안 가리지만 경계는 하는 건가 싶어 켄넬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차유진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잠든 건가?

어떻게 할까 하다 배세진이 챙겨준 종이를 봤다. 두께가 꽤 되는 종이 뭉치 한쪽엔 역시 고양이가 안심하고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라고 적혀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길 한참.

조심히 몸을 숙여 켄넬 안을 본 박문대의 얼굴로 솜뭉치가 달려들었다.


캬오오옭!


박문대는 제 얼굴에 찰싹 붙어 마구 할퀴는 차유진을 떼어냈다. 공중에 대롱대롱 들려서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앞발, 뒷발을 파닥거리는 모습이 귀여울 법도 했으나 박문대의 감상은 하나뿐이었다.


‘아, 피봤네.’


화끈거리는 뺨에 핏방울이 맺혔다.

박문대는 켄넬을 거실로 옮겼다. 문은 열어 둔 상태였다. 있던 곳이니 제집이 어색하면 알아서 숨겠거니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따끈한 오뎅국물마냥 손을 데우던 차유진도 켄넬 옆 바닥에 놓아주었다.


‘집 탐색 시간을 줘야 한댔지.’


내려주자마자 사방을 풀쩍풀쩍 뛰어다니는 차유진을 혹시라도 밟지 않게 조심하며 박문대는 종이를 천천히 읽었다. 밥그릇, 간식, 장난감, 그 외 필요할 법한 것들이 소량씩 담겨져있었다.

그는 거실을 둘러보았다. 강아지용으로 준비해 둔 배변 패드 위에 차유진이 몸을 비비고 있었다. 고양이가 올 거라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스스로 고양이 부리또가 되고있는 차유진을 내버려 둔 체 그는 창고로 쓰는 벽장을 열었다. 전에 썼던 고양이용품이 벽장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다행히 잘 포장된 고양이 화장실과 분리된 캣타워가 바로 눈에 띄었다. 모래는 없었다. 배세진이 챙겨준 것이 있으니 한동안은 그걸 쓰고 이후 사러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비닐로 잘 싸여 있었지만, 혹시 모르니 한 번씩 닦아주기로 하고 물건을 하나둘 거실에 두자 거실 탐색은 마친 차유진이 박문대의 방문을 긁어대고 있었다. 박문대는 차유진이 안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안아 들고 문을 열었다.

선물 받은 작은 화분들이 창틀에 일렬로 줄 서 있고 서류들이 흩뜨리기 좋게 쌓여있었다.


박문대는 방문을 닫았다.

정리가 끝날 때까지 여긴 봉인이다. 여기에 지금도 품 안에서 버둥대는 차유진을 풀어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머리가 아팠다. 한동안은 거실에서 보내기로 하며 거실 카펫 위에 앉았다. 거실에도 화분이 여럿 있었지만 제 방보단 나을 것이다. 

차유진은 안방의 존재를 잊은 듯 이번엔 박문대를 오르고 있었다. 딴생각을 하는 동안 열심히도 올랐는지 어느새 어깨에 앉아 머리 위로 올라가려 펄쩍대는 그가 떨어질까 박문대는 몸을 낮추며 차유진을 떼어냈다. 그의 불만만큼 힘이 가득 실린 발톱에 또 피를 봤다. 팔에 발톱을 박고 손가락을 깨물어대는 차유진을 카펫 위에 올려뒀지만 물 때마다 움찔대는 손가락이 더 재미있나 보다. 그는 박문대의 손가락을 연신 물어댔다. 차유진은 손가락에서 기어코 피를 보고야 신이 나서 깡총깡총 뛰어갔다.

피를 봐야 만족하다니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는 아닐까. 그러다 고양이도 맹수라는 사실이 떠올라 헛웃음을 뱉은 박문대는 짐 정리를 시작했다.




*




“차유진, 놔야지.”


미야웅~


“씁, 차유진, 형 지금 일하잖아.”


먁! 야오옹~


아기개냥이 차유진을 임보한 지 나흘째.

하루 만에 집에 적응한 차유진은 마치 여기서 1년은 산 것처럼 잘 지냈다. 이틀 전 방문한 배세진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런 차유진의 적응력은 장소에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박문대를 3년 쓴 캔따개처럼 대했다. 아주 편해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그는 툭하면 박문대 옆으로 와 여기저기 물고 할퀴고 치댔다. 그럴 때마다 하지 말라며 혼을 내도 그 순간에만 눈을 동그랗게 뜨곤 다 잊어버린 듯 다시 물어댔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발톱 조절하는 법을 몰라 망가뜨린 물건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중 대부분은 박문대의 옷이었다. 지금도 소매를 헤쳐놓고 있었다.


“유진아, 그만.”


눈을 마주치며 말하자 박문대를 빤히 보다 옷을 놓는다. 발톱에 걸린 실도 훌훌 빼내는 모습은 마치 사람 같았다. 그러곤 타박타박 걸어 작업 중인 노트북 위에 몸을 뉜다. 엉덩이 밑에 깔린 박문대의 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끄응. 땡그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차유진에 몇 번 손가락을 꿈틀거린 박문대는 결국 차유진을 쓰다듬었다. 오늘도 졌다.




*




“헉, 흐억,”


얘 고양이 아닌 거 아냐?!!

하루에 한 번 이상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발장난을 치는 차유진을 번쩍 들어 이리저리 살폈지만 어떻게 봐도 고양이는 맞았다. 그런데 이 엄청난 체력은 뭔데! 대형견을 보살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장난감 낚싯대를 든 박문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에 낚싯줄 끝에 달린 깃털 장난감도 덩달아 흔들리자 품에 안긴 차유진이 깃털을 향해 앞발을 마구 휘저었다.


차유진은 아직 어려서인지 태생이 그런 건지 체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몸에 올라타 우는 녀석에 물이 모자란 건가 하며 물그릇을 확인하면 멀쩡했다. 그래서 왜? 하고 찾으면 어느새 바지를 타고 올라와 있었다. 놀자는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아지풀을 꺼내들자 차유진이 몸으로 달려들었다. 그래봤자 짧은 팔다리라 무릎 높이밖에 안 됐지만 어쨌든, 정답이었다. 그래서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박문대는 강아지풀 모양 장난감을 열심히 흔들어댔다.

아침, 씻고 나온 박문대의 명치를 털뭉치가 강타했다. 소파에 올라 높이를 보완한 차유진이었다. 아직은 가벼운 털뭉치라 큰 타격은 없지만, 습격에 당황한 박문대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차유진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넘어진 박문대의 몸에서 내려왔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기운이 났는지 캣타워를 수십번 오르내리던 차유진이 풀쩍 뛰어 박문대의 얼굴로 착지했다. 덕분에 또 피봤다.

쉴 틈 없이 뛰어다니는 차유진은 정말 발이 땅에 닿는 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티비를 보는 박문대의 무릎에 앉아 꾹꾹이를 하던 차유진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쓰다듬어주는 박문대의 손을 내팽개치고 몸을 일으켜 어디론가 달려갔다. 따라오지 않는 박문대에게 달려와 앞에서 펄쩍펄쩍 뒤고 다시 달려갔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자 장난감을 넣어둔 서랍 앞에 앉아 있었다.


여기 넣어둔 건 어떻게 아는거야.


바보같이 굴다가 이럴 땐 똑똑한 차유진의 마수에 걸려둔 박문대는 조용히 그의 사냥놀이에 함께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 뛰어노니 드디어 피곤했는지 오후가 되어서야 차유진은 바닥에 몸을 늘어뜨렸다.

드디어, 박문대는 일거리를 가지고 거실로 나올 수 있었다. 깨어있는 차유진 앞에서 일하면 그의 방해를 받을뿐더러, 전에는 그가 전원 버튼을 눌러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배고픈 말썽꾸러기가 깨어나 밥을 요구했다. 저녁을 먹여두니 또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박문대도 끌어들였다. 그쯤 되자 박문대는 힘에 부쳐 소파에 드러누웠다.


애웅


쓰러진 인간 위에 올라간 차유진은 몇 번 꾹꾹 눌러도 일어나지 않자 몸 여기저기를 지근지근 밟으며 걸어 다녔다.


"그만, 밟아. 차유진. 형 명치 밟지 마. 아파."


눈 뜬 박문대가 손수 떨어뜨려 놓자 다시 뛰어다닌다.


“너 고양이 아니지. 무슨 고양이가 이렇게 잠이 없어.”


고양이는 24시간 중에 20시간은 자는거 아니었어? 투덜대며 차유진을 공마냥 이리저리 굴리자 놀이인줄 아는건지 저 혼자서 떼굴떼굴 잘도 구른다.


“…얼굴만 예쁘긴.”


공(이 되는)놀이를 하다 불쑥 박문대의 눈앞에 들이민 얼굴은 미묘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아직 어려 맑은 파란색을 띄는 눈은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끌었다.


“어쨋든 좀 쉬자. 너도 자, 차유진.”


꿈틀대는 작은 털뭉치를 붙잡아 토닥여주자 곧 얌전해진다. 가슴 위의 따끈한 고양이에 박문대도 서서히 눈이 감겼다.


쨍그랑

웨에에옭! 먀악!

우당탕


시끄러운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박문대는 시간을 확인했다. 2시간 정도 잔 것 같았다. 그사이 깨어난 사고뭉치는 손안에 없었다. 뭘 그리 부수는지 시끄러운 쪽으로 박문대가 시선을 옮겼다.


“차유진, 너….”


우당탕

박문대가 소파에서 헐레벌떡 일어나 차유진에게 뛰어갔다. 올라가지 못할 거라 생각한 장식장 위에 올려둔 화분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도자기로 된 무거운 화분은 산산조각 나 있었다. 바닥은 흙투성이였고 지금 차유진이 그 유리 조각 섞인 흙을 밟기 일보 직전이었다. 박문대가 그를 재빨리 들어 올렸다.

차유진을 노려보자 작게 먀악, 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쩐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이 다리를 휘적이는 아기고양이는 솔직히 말하면 웃겼다. 결국 웃음이 터진 박문대가 차유진의 코를 톡톡 쳤다.


“예쁘서 봐주는 거 아니야, 차유진.”


뛰어다닐 것 같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켄넬에 차유진을 들여보내고 박문대는 화분을 치웠다. 한 둘쯤 깨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필 선아현이 생일날 선물한 화분이라 신경 쓰였다.

시무룩한 고양이의 사진과 임시로 물에 담가둔 식물 사진을 함께 선아현에게 보낸 박문대가 문자를 추가했다.


[시무룩한 차유진][물컵에 담긴 식물]

[☜범인]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장문의 문자(요약하자면 옮겨심을 화분을 가지고 고양이를 만나러 가도 되냐고 묻는 내용)가 왔다.

휴대폰 화면을 끈 박문대가 켄넬에서 차유진을 꺼냈다.


“형 졸리니까 내일 혼나자.”


애웅


그러고보니 세진 형이 차유진 언제까지 봐달라고 했더라.

뺨에 보드라운 뭔가 닿는 느낌을 받으며 박문대는 잠이 들었다.




*




잠시 나갔다 왔더니 집이 개판이 되어있었다. 서랍 문은 어떻게 연 건지 안에 들어있던 장난감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휴지가 다 풀려있는 건 당연지사. 뜯어진 커튼, 솜이 튀어나온 쿠션, 넘어진 식탁 의자, 찢긴 담요, 심지어 거실 탁자는 다리가 부러져있었다.

다신 못 볼 난장판에 박문대는 성큼성큼 차유진에게 다가갔다.


“차유진, 니가 이랬어?”


애웅


고개를 갸웃거리듯 머리를 움직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차유진은 뒷배경만 아니면 천사 고양이 그 자체였다.

초롱초롱한 푸른 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박문대는 최대한 미간을 찌푸리며 차유진의 두 앞발을 들었다.


“누가 쿠션이랑 담요 다 찢어놓으래,”


예리한 눈이 두 앞발, 뒷발의 발톱이 혹 실에 걸려 다치진 않았는지 살폈다.


“휴지도 다 풀어두고,”


휴지를 삼키진 않았는지 입을 벌려 안을 유심히 보았다.


“탁자도 고장 내고,”


무너지는 탁자와 어디 부딪힌 곳은 없는지 몸 곳곳을 만져보는 손길이 아주 조심스럽다.


“너 때문에 담요만 다섯 개 째 사고 있어, 알아?”


혼내려는 의도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게 두손은 차유진을 마구 쓰다듬고 있었다.


“못산다, 진짜.”


두 눈에서는 아주 꿀이 뚝뚝 떨어졌다.


냥~


박문대가 차유진을 임보한 지 1년, 오늘도 따스한 품에 안긴 차유진이 귀엽게 울었다.




*




+수인물 훛훛


집에 돌아왔더니 털뭉치가 덮쳐왔다. 차유진의 집사 경력 3년의 박문대는 이제 당황하지 않고 날아드는 그를 받으려 두 팔을 뻗었다.

그런데 정작 품에 들어간 건 박문대였다.

그것도 처음 보는, 갈색머리의 건장한 소년의 품으로.


“문대 형! 좋아요! 형 좋아요!”

“야, 잠깐만, …차유진?”

“네, 형! 저 차유진이요!”


겨우 떨어뜨려 놓으면 다시 달려들어 몸을 찌부러트린다. 박문대는 숨이 막히건 뭐건 당황스러움에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게 차유진이라고? 얘가? 수인이었어???


“너, 수인이란 말은 안했잖아.”


차유진의 밑에서 발버둥 친 박문대가 외쳤다. 그때까지도 그의 품에 고개를 박고 고롱대던 차유진이 몸을 번쩍 일으키고 말했다.


“아니라고 안 말했어요!”


장난하냐! 애초에 고양이가 그걸 어떻게 말해!


“무거우니까 좀 비켜!”


그제야 차유진은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문제는 혼자 일어나진 않았다. 박문대도 함께였다.


‘이 녀석은 무슨 성인 남자를 이렇게 가볍게 들어.’


수인이 아무리 비수인 보다 힘이 세다지만 굳이 이렇게 일으켜 줄 필요는 없었다. 몇번의 발버둥 끝에 차유진의 품에서 내려온 그는 주방으로 가 일단 물을 마셨다. 맑은 머리로 이 사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문대형!”


하지만 차유진이 그걸 도와주진 않았다. 틈만 보이면 달라붙는 통에 혼자 차분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체력 좋고 활발한 건 사람 모습이어도 여전하다며 박문대는 결국 차유진의 치댐을 받아주었다.



물컵을 탁자 위에 올려두는 박문대를 본 차유진의 눈에 반짝임이 스쳤다. 인간 형태인 차유진은 고양이일 때 보다 본능이 덜한 상태였다. 즉 지금의 들이댐엔 의도가 있었다.


단순 유기묘는 키워도 되지만 수인은 다르니까.

수인 보호법에 따라 모든 수인은 수인 보호 기관에 등록 해야 했고, 친인척이나 보호자가 될 수인이 없다면 수인 보호 기관의 도움을 받아 교육 기관을 졸업해야 했다. 즉, 지금 박문대가 수인 보호법을 떠올리는 순간 차유진은 좋아하는 문대형의 옆을 떠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정신을 못 차리게 해서 이대로 눌러앉을 생각이었다.


‘문대형이랑 절대! 안 떨어질 거야!’


고양이 수인이 아니라 여우 수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앙큼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뛰는 차유진 위에 나는 박문대가 있었으니, 그는 차유진의 치댐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고 머릿속에선 자연스레 수인보호법과 보호자 없는 수인을 발견했을 때의 행동요령들이 착착 정리되고 있었다.


‘중성화 수술을 미뤄서 다행이군. 잘못하면 애먼 수인을… 아니, 여기까지만 생각할까.’


다소 오싹할 생각과 함께, 박문대는 제 팔을 돌돌 감는 차유진의 꼬리를 떼어내며 배세진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머리를 굴렸다.



++수인물 추가(+유진문대)


아침, 거울에 비친 제 등을 이리저리 살피던 차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박문대를 보았다. 깨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침대에 파묻혀 끙끙대고 있었다. 범인이 본인임은 생각도 않고 역시 약한 문대형은 제가 지켜줘야한다고 다짐한 차유진이 물었다.


“고양이는 전데 왜 형이 할퀴어요?”


그러자 이불을 확 걷은 박문대가 차유진을 노려보았다. 그 사이로 보이는 하얀 몸에는 잇자국이 가득했다.


“그러는…큼, 그러는 차유진 넌 개도 아닌데 왜 자꾸 물어.”


“고양이 맹수요! 무는거 맞아요!”


해맑게 대답하는 예쁜 얼굴에 질색하는 표정을 지은 박문대는 침대에서 벗어나며 꿍얼댔다.


“그래, 아주 짐승이 따로 없더라.”







*졸지에 차고영 키우는 문대... 축하해!

*열심히 써도 5~6천자 정도네요.

*0621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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