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이용해 한국에 두번 들어갈수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 그닥 재미있지 않았다. 연봉은 동결되었으며 보너스도 예전수준이어서 금전적 재미도 못봤다. 나가부치 쯔요시의 노래 RUN에서  "돈만 쫓아가다보니 어느새 대머리가 되었다"라며 돈돈 거리며 늙은 남자의 추함을 표현하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나. 하지만 돈이 다이지 않느냐... 자판기 생수가 20엔이 오른것을 보며 주머니속 동전을 만지며 주저하는 게 바로 우리네 인생인것을.... 

올해의 잘된 일, 좋았던 음악, 영화 등등을 정리해봤다. 


1.올해의 앨범

model/actriz - dogsbody 

노이즈 락과 댄스가 어우러진 한마당.뭐에라도 쫓기기라도 하는듯 급박하게 속도가 올라가는 곡들이 재미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big black+swans(초기)의 감상이기도 하다. 이게 데뷔앨범이라니. 다음 앨범 정말 기대된다.

100 gecs - 10000 gecs 

100 gecs의 음악을 들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faith no more가 능력이 후달려서 못간 길을 이들이 대신 간다는 느낌이 든다. 90년대의 faith no more는 매우 유연한 음악이었지만 angel dust앨범을 만들고 그 이상의 아이디어는 나오질 않은거지. 나중에 재결성하고 낸 앨범 들어보면 아 딱 여기까지의 밴드였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온다. 그에 비하면 100 gecs는 그동안의 자양분을 마구마구 흡수해서 그것들을 하이라이트로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best new music! 이라고 딱 잘라서 칭찬하는 미디어들도 많은데 거기까지는 아닌것 같고 그저 잘 섞는다. 내 느낌으로 재미있는 곡이랍시고 10000곡정도 만들어놓고 그중에 솎아내고 솎아낸 결과가 이 앨범일것. 여전히 다음 앨범이 기대되는 듀오. 

earl swetshirt & alchemist - voir dire 

여전히 뭘 이야기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특유의 힘을 약간 뺀 듯한 래핑으로 쉼터같은 안식을 주는 얼 스웻셔츠가 알케미스트와 함께 만든 앨범. 내 느낌으로는 쌍욕같은 거 안하는 드문 힙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한다. 쏘주 한잔 해본적은 없지만 하는 음악의 스타일로 보아 얼 스웻셔츠는 매우 진지한 사람일 것 같다. 피춰링도 vince staples와 mike정도인데 둘다 기억에 남는다. 

mike - burning desire 

이쪽도 매우 진중한 타입. 그리고 작업량이 엄청난듯 하다. 거의 매년 하나씩의 앨범을 내고 있다. 얼 스웻셔츠가 많은 곡을 만들어놓고 그중에 간추려서 짧은 러닝타임의 앨범을 내는 데 비해 마이크는 웬만한건 다 보여주자 주의인듯. 그런데도 매 앨범마다 괜찮은게 또 졸라 얄밉다 이거야. 얼 스웻셔츠와 함께한 plz don't cut my wings가 좋다. 나는 이런 트랙 들으면 마음이 약해진다. 

larry june & cardo - the night shift 

쟈켓사진만으로는 올해의 앨범. 폭력과 마약과 여성혐오가 판치는 힙합판에 그나마 건강한 유희를 추구하는 래리 준이 프로듀서 카르도와 함께 한 앨범. 밤의 무드를 즐기는 힙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느릿한 여유로운 트랙과 플로우로 가득 차 있다. 난 이 앨범을 들으며 처음으로 자동차를 살까 생각했다. 그정도의 영향을 끼친 앨범이야 이 앨범이. 

pardoner - peace loving people 

파드너는 90년대풍의 게으른데다가 시니컬한 인디록을 하는 팀이다. 이 시대에 정말 안팔리는 음악이겠지... 그래도 이들은 앨범마다 멜로디는 잘 만들어낸다. 전작에서 확실히 두드러진 사분사분 가다가 갑자기 발작하듯 노이즈를 뿜어내는 것에는 너무 급발진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90년대에도 근본없는 인디밴드들은 갑자기 분노하고 그랬지. 나는 이들을 응원한다.


*기대했던 JPEGMAFIA와 danny brown의 앨범은 제외했다. 생각보다 좋지는 않았어. 


2.2023의 노래들 한줄감상 

plz don't cut my wings-mike (feat.earl sweatshirt)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식의 비트는 내 안의 슬픔을 졸라 자극해.... 


the caliphate-earl sweatshirt (feat.vince staples)

이 곡의 비트도 위의 곡과 연장선상에서 들으면 미칠것 같다.

chops on the blade-larry june & cardo 

남자들의 자동차 사랑과 밤의 무드. 나도 밤에 드라이브 하다가 세워놓고 차에 기대 커피한잔 하고싶다 

are you free tonight? - pardoner 

2020년대에 이런 보컬을 기다려 왔다!!!!! 의욕없는 보컬!!!!

soccer mommy - here (pavement cover)

싸커 마미가 올해 낸 커버모음집의 첫곡. 말크머스의 보컬도 좋지만 마미의 보컬도 좋다. 더 두드러진 감정선. 

carcass - keep on rotting in the free world 

자유로운 세상에서 계속 썩어라. 나는 이 나이에도 이런 곡을 들으며 크크크크 켈켈켈켈 세상 빨리 망하면 좋겠당 ㅋㅋ 도너츠 맛있어 크크킄.하고 혼잣말을 한다. 미각도 정신도 중학교에서 멈췄다 이거야. 


3.올해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볼륨3

어벤저스 엔드게임으로 모든걸 화려하게 태워버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옛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망했다. 그러던 와중에서도 제임스 건의 이 영화만큼은 재미있게 봤다. 역시 구관이 명관인 것인가.... 나는 제임스 건의 영화에 등장하는 농담이나 우스개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즐길수 있었다. 

달짝지근해 7510

한국에 가서도 카페에 앉아있거나 본적지를 찾아 장충동을 가보거나 하는 것을 빼면 달리 할일이 없어서 영화관에 틈만 나면 갔다. 분노의 질주 새 시리즈는 생각보다 재미없었고(제이슨 모모아의 악역캐릭터는 재밌었음)그러면 올해의 남은 것은 달짝지근해 7510이다. 젊었을땐 연기실력에 의문이 제기된 김희선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동년대 여성의 눈높이같은 역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연기로는 나이값 못하는 게 정우성. 연기00년 베테랑이라면서 어찌 그리 연기가 딱딱하니.... 


4.올해의 게임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클리어에 10시간 좀 넘게 걸리는 게임을 하고 또 해서 90시간을 즐겼다. 그래도 아직 입수하지 못한 아이템이 있을 정도. 바이오해저드4 리메이크에 비하면 네임밸류는 엄청 떨어지고 인기도 엄청 밑이지만 그래도 나는 즐겼다. 


5.올해의 남자/올해의 여자는 해당사항 없음 


6.베스트 바이 2023 

-carhartt wip의 초어 코트 

색상은 dusty fuchsia라고 한다. 위키로 검색해보니 핑크와 퍼플의 색감이라고 한다. 플래쉬를 터뜨렸는데 주변 조명상황과 맞물려 사진이 조금 어둡게 나왔다. 아무튼.... 나는 개인적으로는 막 입다가 신경쓰이면 바로 세탁기와 건조기에 넣을수 있는 옷들을 선호하는데 칼하트wip의 옷들은 본가 칼하트의 옷들부터가 육체노동자가 막 굴러다니면서 입을수 있는 옷이 베이스인지라  캐쥬얼 라인인 wip이라 해도 곱게 입는다고 세탁소에 들고가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다. (하지만 wip이 매년마다 사카이랑 콜라보로 내는 것들은 꼭 세탁소로 달리시라.)주머니가 많은 것도 좋다. 단추달린 주머니에는 잃어버리면 곤란한 집 열쇠와 자전거 열쇠를 넣고 나머지 주머니들에는 볼펜과 동전 휴대폰 영수증같은 것들을 마구 쑤셔넣고 다닌다.

-잔스포츠의 라이트팩

다 나이들어서 무슨 잔스포츠니 할수도 있지만 또 늙은이가 백팩(옛말로 쌕)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보면 또 이만큼 싸고 질 좋은 것도 없다. 물론 돈 좀 주면 세련되고 나이에 걸맞는 거 살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건 막 짊어지고 다니기 힘들다. 질좋은 나일론, 가죽이라는 것은 광택이 나고 보기도 좋지만 관리도 동시에 해줘야 하기 때문에 사고 나서 시간 좀 지나면 내가 애물단지를 산 것 같은 느낌만 든다. 아무튼... 가방을 보고 있으면 90년대에 이스트팩이냐 잔스포츠냐 무엇을 사지 하고 고민을 했던 과거도 떠오른다. 


-vans의 authentic 

올해도 어센틱을 뛰어넘는 스니커를 발견하지 못했다. 20년동안 베스트바이 항목에서 빠지지 않는다. 

-AXE 보디 워시 

늙은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래된 신문지에서 풍기는 것 같은 냄새나 강력한 겨드랑내를 풍기고 있다. 무엇을 주저하리. 나역시 그 공포에 살고 있다. 가족과 지인들은 향기가 너무 나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불평을 하지만 그래도 쉰내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라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액스 파우더리 플로랄 향기맛 워시는 강력추천 상품이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서 옷을 훌러덩 벗을때 아침샤워의 향기가 맨몸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마치 니가 냄새가 나? 그럼 내가 향기를 더 내주지 이런 느낌이다.

-세븐 일레븐의 쵸코칩 쿠키 

다이어트에 쿠키를 먹으면 안되지만 반쪽은 괜찮잖아? 이것을 사서 반을 쪼갠다음 오늘밤에 반 먹고 나머지 반을 내일 밤에 먹는 식으로 나는 한밤의 심심함을 속여왔다. 다이어트는 길고 긴 싸움입니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세요. 쿠키 반 덜먹으면 그만큼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내일 아침에 극적인 변화는 오지 않으니 반 정도는 괜찮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것보단 나아요. 


7.만화2023

삼십대 마법소녀 - 사쿠라 유메(三倉ゆめ)

세상의 눈을 신경쓰며 살아가는 35살의 회사원이 어쩌다가 마법소녀가 되는 이야기. 라고 해서 왕도의 마법소녀 전개 같은 것이 뒤틀려 있다. 여성의 외모를 골려먹는 흔해빠진 개그만화는 아니고 사회가 가지는 여성에 대한
통념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현대여성의 희비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놓았다


8.올해의 위기 

-6월의 일요일에 회사 체육대회를 하고 싶다는 사장의 발언. 우리는 공포에 휩싸였다. 고등학교때도 대학생활 과에서 단체로 몰려간 볼링장에서도 나는 좋은 기억이 없다. 수능 시험에 넣어주는 체력장 점수는 턱걸이 1개도 못했지만 내 미래를 걱정한 담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만점을 매겨 겨우 살았던 게 그나마 체육의 가장 좋았던 기억. 하지만 이것은 회사 센터 총책임자(영업으로 회사에서 실적이 제일 높은 사람)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역시 사람은 출세하고 볼 일이다라는 것을 이 사람을 통해 통감하였다. 


9.올해의 슬픔 

사진같은 모양의 모자는 혹시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캉골매장에 들어가봤다. 점원이 옆에서 보는 가운데 모자를 써보는데 들어가지 않았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점원이 더 큰 사이즈를 꺼내오겠노라 했지만 나는 다음에....라고 말끝을 흐리며 매장을 뒤로 했다.




10.들으면 쉰내나는 것들과 2023 올해 싫었던 것들 

-노량 등 이순신 관련 영화들 

-서울의 봄

-정우성(연기선수 00년 경력에도 연기는 빵점)

-문재인

-크리스토퍼 놀란

-유재석 및 무한도전 관련 인터넷 밈(유재석이 절대선처럼 존경받는 이유를 모르겠음)

-뉴진스,르 세라핌 등등 케이팝 (케이팝 죽어라 빨리 죽어라) 

-나이 40이상인 남자들이 아이돌 좋아하는 것. 

-민주당 국민의 힘 가릴것 없이 길거리에 걸려진 현수막들.

-화장실에 1회용 커피컵 슬그머니 놓고가는 자들. 


#shout out

1월 2일에 찍은 사진. 현대 생활은 쓰레기. 2024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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