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와 자신감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이점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객기들이 남에게는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때마다 억울해지곤 한다.


어제 출근길에 만난 분이 해주신 이야기였다. 아는 지인의 자녀분이 경력이 하나도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 회사에서 경력직을 구하는데 서류를 당당하게 내서 붙었다고 한다. 그 서류를 냈다는 회사에 남편분이 다니셔서 지원 사실을 알고 인사과에 잘 봐달라고 말을 전했다던데 합격한 요인이 인맥탓인지 그 사람이 잘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분은 우리같은 사람들은 경력직이라 적혀있으면 지원해볼 생각도 안했을텐데 경력직을 뽑는데도 불구하고 경력이 없는데 지원한 그 사람의 자신감이 너무 멋있다고 그랬다.


일단 맞장구는 쳤는데 솔직히 나는 그게 자신감으로 포장될 일인가? 하고 의문이 들었다. 회사에서 경력직을 뽑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일을 가르쳐주는 기간 없이 이미 능숙한 사람을 뽑고자 함인데 거기에 경력이 없는 사람이 지원하는건 민폐가 아닌가? 경력직이면 경력이 우대사항이 아닌 자격요건인데 그런거 없이 지원하는건 객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들.


왜 가끔 그런말들도 들리지 않는가. 알바 지원하는데 경력직만 뽑는다고 해서 알바 해본적도 없는데 해봤다고 거짓말 치고 합격하는 사람들. 마치 중학교 시절에 숙제를 안해와서 3대를 맞아야하는데, 나는 아프지만 참고 3대를 묵묵하게 맞았고, 1대 맞고 엄살피운 친구는 선생님이 한숨쉬면서 그냥 가라고 보내주는걸 목격한 기분이었다. 객기라는 말도 '객쩍게 부리는 혈기나 용기' 라는 의미인데, 사람마다 객쩍다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어떤 사람한테는 그냥 용기로 보일거란 말이지.


실습생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친구들이 내가 자는 모습을 한번도 못봤다고, 볼때마다 뭔가 하고 있다고 신기하다고 말하곤 한다. 아무리 연구원분들이 뭘 안시킨다지만 업무시간인데 핸드폰하면서 놀 순 없으니 공부하는거고, 잘 순 없으니 저녁에 집에서 일찍 자고 졸리면 커피를 마시는건데 이게 신기할 일인가? 근데 가끔 친구들 자리를 지나치다 보면 엎드려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불이익이 있는것도 아니고 똑같이 pass를 받겠지.


사실 세상은 말랑말랑한데 내가 너무 딱딱하게만 생각하는걸까?


- 공포 1124자 -

의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