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워 이후 사이좋은 어벤저스

※날조주의※




[토니피터] Minor Upgrade 





12






"행크, 아무리 생각해도 이 편이 더 번거롭지 않아요?"



진지하게 말이에요. 스콧은 비록 대화 상대는 눈앞에 없었지만 공중으로 케이스를 높게 들어 보이며 열변을 토했다. 길거리 한복 판에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모습을 상대가 측은하게 여겨줄 것이냐, 천하의 행크 핌 박사가 당연히 그럴 리 없었지만 스콧은 반대쪽 손에 들린 케이스 속에 고이 들어있을 수트를 생각하니 멈출 수 없었다. 이로써 3번째, 스콧은 수트의 조절기 문제로 의도치 않게 거대화해버려 이번에는 집 마당의 울타리를 부서뜨렸다. 그전은 루이스의 자동차였고, 캐시가 아끼는 비밀기지의 일부도 호된 꼴을 면하지 못했다. 앤트맨의 수트가 왜 말썽이냐를 설명하려면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때는 소코비아 사태 이후, 협정에 대한 서명을 앞두고 어벤저스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누어졌던 시기로, 시끄러운 소식을 Tv로 접하며 한가하게 집에서 시리얼이나 먹고 있던 스콧의 집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정기구독 권유라면 퇴치하는 데에 도가 튼 스콧은 거울 앞에서 단호한 얼굴을 만든 후 문을 열었고, 그 앞으로 서있는 것이 빵모자를 눌러쓴 신문 배달부 혹은 잡지 영업인이 아닌 멋진 선글라스를 낀 팔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한여름 아스팔트 위 아이스크림처럼 표정을 녹이곤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더듬더듬 인사를 건넸다.



"그, 엄..좋은 아침이네요?"

"샘 윌슨."

"전 스콧, 스콧 랭입니다."

"알지, 이전에 직접 소개해줬잖아?"



샘이 선뜻 손을 내밀었고 스콧은 그의 두터운 손의 악력에 붙들려 악수를 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스콧은 먹다 남은 시리얼이 있는 식탁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대체 팔콘이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찾으려 애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과의 접점이라곤 이전에 행크의 미션을 받아 훔쳤던 신호 교란기 뿐이라 이내 침을 꿀꺽 삼켰다. 불법 침입이긴 했지만 그거 꽤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죄를 물으려는 건 아니겠지..? 아직도 공중에서 내려다보았던 A마크가 기억에 선명했다. 다시 떠올리니 엄청난 일임은 분명했다. 다른 곳도 아닌 어벤저스 기지에서 물건을 훔쳐 나오다니! 스콧은 손바닥을 적시는 땀을 바지 위로 문질렀다. 삐걱대는 의자에 앉은 샘이 팔짱을 끼며 창백한 스콧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랑 함께 가줘야겠어, 앤트맨."

"오, 잠시,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그 일엔 많은 사정이 있었답니다. 일단 그땐, 장소를 잘못 알았지 뭐예요. 그러니까 분명 낡은 창고라 했는데 설마하니 어벤저스의 기지였을 줄은...정말로 한 며칠만 빌려 쓰고 다시 가져다 놓을 생각이었고.."

"캡이 당신을 필요로 해."

"사정이 있어서 그걸 돌려놓진 못했지만....잠시, 뭐라고요?"



스콧이 늘어놓던 변명을 멈추고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을 간신히 그의 얼굴로 옮기며 되물었다. 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스콧에게 있어선 꿈과 같은 말을 한 번 더 꺼내준다.



"캡이 당신을 필요로 한다고."

"오, 세상에..그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저스가 나를?!"

"정확히 말하면 반쪽이지만."

"맙소사, 설마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꿈에서도 생각 못 했는데! 이 세상에 아닌 사람이 없겠지만 전 당신들의 굉장한 팬이라고요."

"시간이 없어. 예, 아니오?"

"예! 거절할 이유가 없죠. 캡틴 아메리카가 날 필요로 한다는데!"



스콧은 그 순간의 흥분감에 휩싸여 빠르게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당신이 날 추천한 건가요? 기지에서 샘과 마주쳤을 때 잠깐의 주먹다짐을 회상하며 물었고 샘에게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에게 좋은 친구가 하나 있지? 그 말 많은 친구 말이야. 설마 루이스요? 샘은 루이스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지인으로 최근 인력이 필요하단 이야기가 나와 건너건너 스콧을 추천했다는 이야기였다. 



행크는 제게 앤트맨이 되어주라 부탁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구하자는 게 아니야, 우리의 딸들이 살아갈 세상을 구하자는 거지. 참으로 감명 깊은 한마디였고 그 한마디로 수트를 입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지금 스콧에겐 딸들의 세상뿐 아닌 세상을 구할 기회, 즉 어벤저스와 함께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그렇게 큰 활약에 대하연 생각해본 적 없는데 나도 히어로인가 이제부터? 샘은 의자에서 일어서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물었다.



"여권 있지?"

"그럼요, 있고말고요. 그런데 여권은 왜..?"

"독일로 갈 거야."



독일? 그제야 스콧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고요?"



자세한 설명은 독일로 가며 하지. 그렇게 샘은 행크와 호프에게 비밀로 한 채 독일로 향했고, 어벤저스와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어벤저스를 상대로 싸우게 되었다. 비록 거대화의 후유증으로 해서 며칠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지만-어차피 해저 감옥에 갇히게 되어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스콧에게 있어선 값진 경험이었다. 



물론 그대로 쭉 감옥에 있어야 했다면 최악의 경험이 되었을 테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캡틴과 아이언맨이 사이좋게 화해를 했고 소코비아 협정도 보류로 넘어갔다고. 잘 됐네, 그죠? 감옥을 나와 미국으로 돌아오며 스콧은 전우처럼 어딘가 돈독해진 샘에게 악수를 건넸고 도와줘서 고맙다며 다음에 한잔하자는 약속까지 따낸 상태였다. 공식적이진 않아도 나도 이제 어벤저스의 일부라는 뿌듯한 표정이 티가 난 건지 루이스는 호들갑을 떨어댔다. 독일에 다녀오더니 벤츠라도 타는 사람같은 얼굴이야, 스카티!



다만, 한 가지 문제는 행크가 단단히 화가났다는 점이었다.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멋대로 수트를 가지고 가?! 얼굴이 시뻘개져서 쏘아붙이던 그의 폭탄 같은 잔소리는 해저 감옥보다도 아찔했다. 제멋대로 독일로 가는 바람에 수트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고 행크 핌 박사가 몰래 첨단 무기를 만들 수 있다며 합법적으로 FBI의 감시가 붙어버리게 되었다고. 



"정말 제멋대로야, 스콧 랭! 너는 네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야!"



호프 또한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고 눈빛을 따갑게 찔렀고 스콧은 죄송하다는 사과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스타크 팀은 아니었어요, 아이언맨 수트에 들어가서 전선도 몇 개 끊었는데. 그 점은 잘했다고 한마디.."

"잘도 나불거리는군? 뭘 잘했다고. 내가 그런 장난감에 관심이나 있을 거 같아?"



본전도 못 건지고 스콧은 그들에게 수트를 압수당하고 말았다. 정말로 그럴 실 거예요? 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쓰라고 준 수트가 아니야, 랭. 당분간 입을 생각도 마! 하지만 업무적으로-새로 시작한 사업이라던가 가끔 어벤저스와 엮일 때- 스콧은 수트가 필요한 상황이 생겨 행크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어쩐 일인지 호프가 찾아와 웬 케이스를 건넸는데 최근 새로 만들기 시작한 새로운 앤트맨 수트라 했다.



"그러니까 테스트용이라고?"

"아직 미완성이지만 테스트가 필요하니까."

"호프. 난 아직 행크가 한 무서운 말을 기억하고 있어. 조절기에 문제가 생기면 영원히 작아져 양자 영역에 갇히게 된다는 괴담 말이야."

"왜? 수트가 필요하다며. 아직 아빠가 화가 안 풀렸어. 1호 수트는 만질 생각도 말라셔."



필요 없다면 가져가고. 스콧은 호프가 다시 가져가려는 케이스를 잡아당겼다. 잠시, 안 쓴다곤 안 했어. 일단 그는 수트가 필요했다. 그랬더니 호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대신 우리를 도와야 해, 앤트맨. 그들은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어느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조건으로 임시로 가지고 있게 된 수트는 그녀의 말대로 미완성이긴 한 건지 간간이 말썽을 부렸다. 그렇게 홀로 훈련을 하던 중 다시 조절기가 말을 듣지 않았고 그 때문에 현재 스콧은 수트의 수리를 맡기기 위해 행크에게로 향하는 길인 것이다. 매번 이렇게 수리를 맡기는 편이 더 번거롭지 않느냐 하자 예상했던 대로 그는 버럭 소리쳤다.



[애초에 니 녀석이 독일 같은 곳을 가서 그런 거라곤 생각하지 않나 보군?]



행크는 이 건을 평생 들먹일 것이다. 수트가 하루아침에 마법처럼 만들어지는 줄 알면 착각이야! 괜히 한마디 했다가 두 배로 호통이 돌아왔다.



"아빠 또 혼나?"

"오, 캐시. 아니야, 원래 천재들은 성격이 고약하거든. 행크 할아버지도, 아님 그 토니 스타크도 말이야."



스콧이 휴대전화의 스피커를 가리며 눈을 찡긋거렸다.



[방금 스타크라고 했나? 랭?]

"행크, 좀 쉬셔야겠어요, 환청이 들리는 거 같으니 말이죠. 일단 연구소로 갈게요, 캐시도 있어요."



행크 할아버지! 캐시가 전화 너머로 인사했다. 영 어린아이 다루는 법을 모르는 행크는 되려 소리치며 전화를 끊었다. 피넛, 네가 이해하렴,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거니까. 괜찮아, 아빠한테만 그래! 나한텐 잘해주셔, 거대 아이스크림도 만들어주셨어. 캐시의 해맑은 답변에 스콧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귀여운 땅콩이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은가 보구나?"

"아빠가 최고야!"



스콧은 전화를 뒷주머니에 꽂아 넣고 캐시의 손을 잡아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이끌었다. 트럭 너머로 높이를 자랑하는 타워가 보였다. 뉴욕 중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A 타워의 위엄은 말할 것도 없다. 죽도록 스타크가를 싫어하는 행크 정도나 뉴욕 거리를 지날 때, 겉만 번지르르하다며 불평을 늘어놓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타워를,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우러러보았다. 저 건물이 아빠 친구 거야? 캐시가 순수하게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독일에서 돌아온 후, 겪은 무용담을 각색해 들려준 적이 있는데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아이언맨, 그러니까 저 타워의 주인과 동료가 되었단 식의 부풀려진 이야기였다. 그것을 캐시가 아직 기억하는 모양이다. 정작 토니와는 별로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했지만. 그럴게 그는 제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토니에게 아무런 감정도 적개심도 없지만,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면 편한 사이는 또 되지 못할 성싶었다.



"그..비슷한 거야."

"아빠 표정 진짜 웃기다."



캐시가 떨떠름한 스콧을 보며 까르르 웃었다. 그들은 아이스크림 트럭 앞에 섰다. 다시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루이스로부터의 전화였다. 스콧은 캐시에게 양해를 구하고 어깨와 볼 사이로 전화를 끼웠고 자유로운 손으로는 지갑을 꺼내들었다.



"무슨 일이야, 친구?"

[헤이, 스카티. 내가 좋은 건수를 하나 물어왔어. 굉장한 스케일이야, 이건 돈이 될 거야.]

"단체 보안카메라 설치 의뢰라도 들어온 거야?"

[그 반대야. 어느 곳의 보안 카메라를 쓸모 없게 만들어달래, 굉장한 발상이지 않아?]

"뭐? 이봐, 루이스. 그건...범죄야. 남의 보안 카메라를 깨부수자고?"




무슨 터무니없는 의뢰를 받아온 거냐며 스콧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친구. 이건 우리 같은 유능한 보안 전문가들만이 가능한 일이래! 루이스가 홀린 듯 말을 늘어놓았다.



"아니, 그들이 왜 보안 카메라를 피해야 하는 건데?"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데 순순히 넘겨주지 않을 테니 몰래 가지고 나와야 한대. 잠깐 빌리는 거지, 말하자면.]

"그건..도둑질이잖아?"



그가 캐시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애초에 네게 범죄 계획을 털어놓다니 제정신이야? 괜찮아, 스타크사는 그 정도 도둑맞는다고 큰일 나지 않을 거야. 오, 맙소사, 스타크사??? 단단히 미쳤군.



"아빠! 저기."

"사랑스러운 피넛아, 아빠가 지금 루이스 아저씨를 말려야 해서 잠깐만 기다려주겠니?"



스콧이 캐시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곤 등을 돌려 루이스에게 속삭였다. 여하튼 거절해, 루이스. 우린 이제 달라졌어, 발 빼기로 했잖아? 난 남의 도둑질 도와줄 생각 없어, 게다가 스타크사라니? 보안 해킹? 그게 가능했으면 난 그 회사에 입사했어. [하지만 알잖아, 스카티. 우리회사는..사실대로 말할게, 말 그대로 문 닫게 생겼어. 이건 데이브랑 커트한텐 비밀이야.] 루이스, 제발, 지금 캐시랑 같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오케이, 피넛. 무슨 맛이 좋아?"



루이스의 전화를 끊고 방긋 웃으며 돌아선 스콧은 툭 케이스를 떨어트렸다. 급하게 둘러봐도 캐시가 보이지 않았다.



"캐시?"



아이라면 저쪽으로 뛰어가던걸요. 친절한 직원이 가리킨 곳으로 스콧은 내달렸다. 아이스크림 사러 다시 올게요, 나이스 가이! 



캐시가 말없이 어디로 사라질 아이는 아니었다. 이렇게 발로 뛰다간 끝이 없겠군, 늦었다간 행크가 더 화를 낼 테니 스콧은 한시 빨리 캐시를 찾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연구소를 향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트를 입으려니 기능이 걱정이다. 이런 도시 한복판에서 고장났다간 골치 아플 테고..스콧은 인적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와 케이스를 열었다. 하지만 이편이 캐시를 빨리 찾을 수 있겠지. 그는 안에서 수트를 꺼내 고민했다.



'..아저씨, 주머니에서 빛나는 그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런 수법이 먹힐 거 같아?'



한쪽 팔을 넣고도 고민하던 스콧은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게 왜 이러지? 소리가 가까워지는 곳으로 다가가니 한 소년이 바닥을 구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뒤로 내달리는 갈색 머리칼, 그리고 제 사랑스러운 아이를 향해 겨누어지는 총구를 보는 순간, 스콧은 고민 없이 몸을 집어넣고 조절기를 돌렸다.



"아빠!"

"용감했어, 소년."



남자의 얼굴을 가격하여 가볍게 쓰러트린 스콧이 엄지를 척 세웠다. 누구인진 몰라도 어린 소년의 용기가 참으로 훌륭하다 생각했다. 캐시가 스콧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아빠, 저 아저씨들 나쁜 사람들이야! 총소리도 울렸으니 경찰이 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또는 바로 앞에 위치한 A 타워가 아머를 보내거나. 아빠가 악당을 잡을게. 스콧은 기절한 한 명과 급히 나이프를 들이미는 남자를 향해 가볍게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타난 스콧에 의해 날아간 그는 저항할 틈 없이 벽으로 부딪혔다. 감탄사는 의외로 캐시가 아닌 그 옆의 소년에게서 흘러나온다.



"너무 멋져요!! 지난번에 봤을 때도 생각했지만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니 엄청나요! 양자는 불연속적이니까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 있을 텐데 그럼 그 양자 공동(Quantum void)을 조정하는 건가요?"

"뭐?...난 네 쪽이 더 대단한데.."

"오, 전 피터 파커에요, 팬이에요, 앤트맨."



피터가 손을 내밀었고 팬이라는 말에 스콧이 헬멧을 올리며 숨기지 않고 기쁨을 드러냈다. 내 팬이래! 그나저나 지난번이라니? 난 팬사인회 같은 건 연적이 없는데, 참 나는 스콧 랭. 저희 독일에서...하지만 그 대화는 끝마쳐지지 못했다. 달그락,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남자의 주머니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서 피해야 해요, 저게 터지면 큰일 나요!"

"새로 출시된 신형 미러볼인 줄 알았더니 터진다니?"

"폭발성 에너지 코어요! 거대한 유람선도 쉽게 갈라버릴 정도로 위험한 무기예요."



피터가 와다다다 총알처럼 쏘아대며 설명하자 스콧은 캐시를 안아들었다. 주머니에서 굴러 나온 돌멩이가 점점 진동하기 시작하며 위협적으로 빛을 뿜어댔다. 잠시, 뭐 하는 거야, 피터? 이 사람들을 그냥 둘 수 없어요! 다리를 절뚝이며 피터가 기절한 남자를 질질 끌고 있었다. 이런. 스콧은 캐시를 내려주고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잘 들어 피넛. 여기서 멀리 떨어져야 해! 아빠도 뒤따라 갈게. 나 혼자 갈 수 없어! 오, 캐시, 아빠는 너무 감동이야, 그래도 넌 가야만 해. 아빠는 저 멋진 오빠를 도와주고 갈게. 캐시가 불안한 눈으로 피터의 등을 바라보았다. 



"거기 꼬마 숙녀분, 그러니까.."

"내 이름은 캐시야! 아빠는 날 피넛이라고 불러."

"멋져, 캐시. 한 가지 미션을 줄게, 저 건너편의 타워가 보이지? 저긴 안전할 거야, 저기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줄 수 있어?"



큰 힘이 될 거야. 피터의 부탁이 끝나기 무섭게 캐시는 믿음직스러운 얼굴로 맡겨두라며 스콧의 손을 꼭 잡아준 후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갔다. 스콧은 은은하게 웃으며 남자 한 명을 짊어맸다. 그들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스콧은 칩이 그리웠다. 이제 돌멩이는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피터는 사과를 하며 남자를 골목 밖으로 내던졌고 힘없는 남자의 몸은 철퍼덕 소리를 내며 돌바닥 위로 늘어졌다. 



"뭐 하려는 거야?"

"어떻게든 막아야죠!"



피터는 곧바로 바닥의 웹슈터를 주워 돌멩이를 향해 여러 번 발사했다. 막지는 못해도 시간은 벌어야 한다며. 스콧은 피터의 웹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거미줄 낯이 익는걸? 거미줄이 돌멩이를 고치처럼 감쌌지만 여전히 바닥으로 진동이 느껴졌다. 스콧은 조절기를 만지작거렸다. 거미줄이 얼마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거대화해서 막으면?"

"네? 안돼요, 랭씨가 위험해요. 유람선을 갈랐다구요. 랭씨의 몸도...음, 이 말은 취소할게요. 무엇보다 여긴 주변이.."



피터는 거미줄에 쌓인 코어를 보며 말을 멈추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여기서 거대화했다간 2차 피해를 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작아져서 저걸 옮기면? 그 사이 터질지도-. 피터의 걱정대로 지이이잉, 거미줄 사이로 빛이 터져 나왔다.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거미줄이 뜯겨나가며 사방으로 광선이 쏟아져 나왔다. 바닥에 부딪혀 안면으로 날아오는 광선을 피해 스콧이 몸을 빠르게 축소시켰다. 이리저리 골목의 벽이 금이 가기 시작했고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스콧은 개미 없이 날 수 없었다. 그는 날렵하게 튕겨 나오는 잔해를 피해 벽을 내달렸다. 



"피터, 일단 이곳에서 벗어ㄴ..."



조절기를 눌러 다시 몸을 키운 스콧이 광선을 옆으로 비켜서며 소리쳤으나 턱 말문이 막혔다. 멍하니 공격을 쏟아내는 작은 폭탄을 바라보던 소년이 뒷걸음질 치긴커녕 위험하다던 무기로 뛰어들기 위해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스콧은 확신은 없었지만 웹슈터를 본 후 눈앞의 이 소년이 베를린 전투 때 만났던 거미 소년이라 추측했다. 간간이 뉴스에서 보던 친절한 이웃. 이렇게 어린 나이의 히어로라곤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캐시를 망설임 없이 감싸던 모습은 영락없는 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몸을 둥글게 말아 위험 속으로 뛰어드려는 의도는 잠깐만 생각해봐도 알 일이다. 오, 안돼, 피터? 스콧은 조절기를 건드렸다. 반응이 없다. 이럴 때 말썽이었다. 주먹으로 벨트를 내려치는 동안 바닥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더 거세졌다.



제길, 그가 입술을 씹으며 둔탁한 몸을 피터를 향해 돌렸다. 



"물러서요."



인기척 없이 튀어나온 검은 인영이 스콧의 가슴을 세게 밀쳤다. 스르륵, 뒤늦게 몸이 줄어들어 튕겨나갔다. 이런 고물 벨트! 행크가 들었다면 또다시 버럭 소리를 쳤겠지만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스콧은 참지 않고 허공에 외쳐댔다. 물론 개미 만해진 그의 목소리는 이윽고 폭탄이 터지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묻혔고 강하게 일어난 바람에 휩쓸려 스콧은 저항할 새없이 아스팔트 바닥으로 처박혀 잠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피터는 최악의 경우, 폭탄으로 뛰어들 작정이었다. 



긴급한 상황에서 냉정한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까 그 순간만은 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평범한 몸이라는 걸 망각해버렸다. 잊었다기보단 주변 사람들을 휘말리게 해선 안된다는 책임감, 또는 토니의 말을 빌리자면 주제넘는 참견이 발동된 것이었다. 



대게 나쁜 상황들은 고민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갈라지는 벽들, 살을 스쳐가는 광선, 위협적으로 흔들리는 진동. 악몽처럼 유람선의 일이 떠올랐다. 이리저리 빛을 쏘던 무기는 유람선을 사정없이 갈라버렸다. 쏟아지는 물, 울려 퍼지던 비명소리, 도움을 요청하는 울음소리.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무력하다. 무기를 들고 협박하는 남자 하나 때려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폭탄은 터질 것이고 골목의 벽들은 물론이거니와 바로 옆의 오래된 건물은 운 좋으면 금이 가는 것으로 그칠 것이고 위력에 따라 무너질지도 모른다. 캐시가 위험을 알리러 뛰어갔고 총성 때문에 누군가는 이곳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며 지원군은 도착할 것이다. 경찰이든, 아니면 타워 안의 아이언맨과 아머들이든. 



하지만 그전에 터져버린다면?



사람들은 거리를 거닐고 있다. 신호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이런 도시 한복판에서 터진다면. 피터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몰려오는 긴장감 때문에 숨을 쉬는 법을 잊었다. 피터는 욱신거리는 다리를 앞으로 내디뎠다. 난사되는 광선은 살 끝만 스쳐도 피가 터져 나오며 끔찍한 아픔이 들 정도다.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아픔. 그건 좀 무섭네, 평범한 10대 청소년의 사고였다. 누구든 무섭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피터는 생각을 멈추고 몸을 던지기로 한다. 그래, 겁먹지 말자. 피터는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일어날 일이 더 두렵다. 



'그러나 피터, 당신은 구하는 쪽을 선택했잖아요.'



헬렌의 말이 스쳤다. 상처 입히는 힘이 아닌 구하는 힘. 하지만 지금은 의지할 힘조차 없다.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는 부서진 주먹을 꽉 쥐었다. 통증이 굼뜬 정신을 깨웠고 그는 다시금 한발 뛰어올랐다.



사실 피터는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주먹을 내질렀을 뿐인데 뼈가 금이 간,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찬, 얕은 상처도 며칠은 걸려야 딱지가 앉는 그야말로 평범한 인간, 피터 벤자민 파커.



시야가 점멸할 정도의 밝은 빛이 터졌다. 덥석. 돌멩이에 닿기 전, 피터는 목 부근이 꽉 조이는 느낌에 컥 기침을 뱉었다. 무슨, 뒤를 돌아보기도 전 그는 강한 힘에 이끌려 뒤로 당겨졌다. 셔츠의 단추 하나의 실밥이 터져 느리게 감기를 한 것처럼 공중으로 붕 떴다. 그리고 쾅-! 거센 바람을 몸이 버티지 못하고 데구루루 굴렀다. 불꽃이 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스팔트에 쓸려 까진 볼이 따가웠다. 다행히 머리를 세게 박지 않았는지 정신은 멀쩡했다. 쿨럭쿨럭, 기침을 뱉으며 피터는 연기 때문에 따가운 눈을 떴다. 흐린 시야가 곧 초점을 잡아냈다. 



"...정말이지, 못말린다, 너."



피터는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비집고 비틀비틀 앞으로 걸어와 손을 내미는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냇..!"

"토니가 수명이 준다는 말이 이젠 이해가 가네."



나타샤는 까진 이마를 쓱 문지르며 피터를 잡아 일으켰다. 아픈 곳은? 괜찮아요. 그녀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이래 봬도 갑자기 사라진 저 때문에 화가 났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나타샤는 따뜻한 사람이기에 짧은 한숨으로 대신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세우며, 이번엔 나도 안 봐줘, 돌아가면 잔소리 잔뜩 할 줄 알아, 하고 피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일단 다친 사람이 있는지 파악해야 해, 피터, 넌 어서 여기서 벗어나."

"저도 도울게요."

"아니, 돌아가도록 해. 가는 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함께 타워로 가."



나타샤는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타워의 방향을 가리켰다. 알겠어요. 웬일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피터에게 나타샤는 곧 다른 멤버들도 올테니 너무 걱정 말라며 부드럽게 다독였다. 피터는 연기 사이로 뛰어드는 나타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걸음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랭씨! 폭발에 휘말렸을 게 분명한데. 더러워진 운동화로 잔해를 치워내며 피터가 주변을 살폈다.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연기 때문에 앞이 쉬이 보이지 않았다. 



"랭씨? 계세요?"



피터는 딱딱한 것에 걸려 넘어질 뻔한 중심을 겨우 잡았다. 철근의 일부가 늘어져있었다. 툭. 돌조각과 시멘트 가루 같은 것이 후드둑 떨어지고 있었다. 피터는 뻣뻣한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살려주세요!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점점 기울어지는 작은 건물이 보였다. 깨져버린 창문 너머로 겁에 질린 사람들이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세요!"



피터는 있는 힘껏 소리치며 건물 앞으로 다가섰다. 구조가 올 때까지 고정만 시킬 수 있다면. 하지만 제겐 여유분의 거미줄도, 그것을 당기고 버틸 힘도 없었다. 젠장. 건물 벽 위로 길게 그어진 틈이 서서히 벌어지더니 힘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피터는 앞으로 넘어지는 건물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고작 저따위가 이 건물을 받쳐 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멍청하게 눈물이 핑 돌았다. 건물 안의 사람들과 눈이 맞았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거대한 콘크리트가 피터가 서있는 지면으로 가까워졌고 쿵쿵 바닥으로 부서진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피터는 비명소리와 굉음 속, 너무나 고요하고 정적인 소리를 들었다.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음들이 소멸하며 둔한 청각은 몸에 익은, 귀에 익은, 눈에 익은, 기억에 익은 소리를 따라가려 애썼다. 철컥, 쇠가 움직이는 부드러운 소리. 쉬이잉 소용돌이치는 바람, 걷히는 까만 연기, 트이는 시야, 반짝이는 불빛, 작렬하는 붉은 태양. 가까워지는 금빛 태양.



태양이 손을 뻗어 제 몸을 낚아챘다. 차가운 금속제가 볼에 닿았다. 귓가에 바람이 스쳤다.



[일할 시간이야, 브루스.]

"나 배너 아니다!"



반쯤 무너지는 건물을 헐크가 괴성을 지르며 두 팔로 받쳐 드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 날아온 드론이 건물로 달라붙었다. 아이언맨이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오, 제길, 이제야 제대로 작동되네!"



이어 주변에 있었던 것인지 거대화한 스콧이 안정적으로 건물을 등으로 받치는 것이 보였다. 비록 거대해진 자이언트 앤트맨을 처음 마주하는 헐크가 인상을 구기며 다리를 때려왔지만 스콧은 꿋꿋이 그 자리를 버텼다. 이봐, 형씨, 전 도와주려는 거라고요, 아야, 아파라. 헐크, 거인 부순다! 적 부순다! 적 아니라니까요...



'피터 이것만 알아둬요. 당신 주변의 강한 사람들은 당신이 남을 상처 입히게 두지 않을 겁니다. 그런 좋은 사람들이잖아요?'



피터는 아무 말 없는 아이언맨의 아머로 이마를 콩 박았다. ..스타크씨 안에 계세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있잖아요, 전 그냥 사람들을 돕고 싶었어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늘 그랬어요. 그런데 왜 마음이랑 다르게 늘 일을 그르치는 걸까요? 전 정말 잘하고 싶어요. 도움이 되고 싶어요, 스타크씨. 



아머는 피터를 타워의 옥상으로 내려주었다. 바람에 날린 머리칼이 엉망이다. 피터는 코를 훌쩍이며 꾸벅 인사를 하고 무표정인 아머에게서 돌아섰다. 추진음이 꺼지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아머가 열렸다.



"거참 성격 급하긴."

"헉, 안에 계셨어요?!"



피터가 토니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 하이톤을 내지르며 돌아보려 하자 그는 그러지 못하게 피터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꾸욱 눌렀다. 그대로 들어. 네? 피터는 차렷 자세로 앞을 보고 섰다. 피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리 위로 고민하는 토니의 손길이 느껴졌다. 저...스타크씨? 한 번 더 이름을 부르자 그가 쯧 혀를 찼다. 피터는 이대로 혼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는 평소보다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 다 알고 있어."

"네?...뭐를요?"

"네가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한다는 거. 힘을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거.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는 거."



"피터. 우린 알고 있다고. 네가 잘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그러니까."



울지 말고. 토니가 부드럽게 아이를 돌려세워 허리를 낮춰 바라보았다. 그사이 눈이 새빨개져서 꾹 울음을 참는 모습이 어디서 본적 있는 장면 같았다. 하나도 안 변했네, 어째. 토니가 가볍게 그의 볼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저 아무 도움도 못됐는데! 가끔 히어로도 휴가가 필요한 거야, 휴가 중엔 일할 생각도 마, 나중에 무급으로 일했다고 딴소리하면 곤란해, 알아? 토니는 피터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농담을 꺼내자 피터가 피식 웃었다. 그 사이 그는 피터에게 임무를 쥐여준다. 부상자들을 타워의 의료반이 맡을 거야, 인력이 필요할 테니 가서 페퍼와 그들을 좀 도와줘, 할 수 있지? 피터는 입을 꾹 다물고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토니는 두 손으로 피터의 양볼을 꾹 누르고 어깨를 세게 두드려주곤 다시 아머를 입었다. 옥상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아머를 바라보았다. 피터는 더러워진 손으로 따뜻한 볼을 한번 문질렀다. 그리고 곧바로 옥상을 벗어났다. 이번엔 정말로 그가 맡겨준 미션이었다. 



피터는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흐물흐물해졌던 무기력한 마음이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그는 제 영웅이었다.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ㅠㅜ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열심히 쓴거같은데 내용은 10분정도의 이야기네요 ㅜㅎㅎ참고로 전 과학을 하나도 몰라요(날조주의)

-다음화는 일요일 업로드 예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이번주야말로 일요일..! 다음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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