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아파트가 팔리고 다른 동네의 3층짜리 아파트의 1층으로 전세계약을 했다.  마침 12월의 마지막날이 이사가는 날이었는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이사가는 날이 영영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가기가 정말  싫었다. 집을 보러 다닐때는 낮에 다녀야 하는데 이사갈 집을 구할때마다 드는 생각이 오전부터 바쁘게 돌아다니다 결국 계약을 하게 되는 집은 3번째로 본 집이었던 적이 많다. 그나마 제일 낫다고 생각하고 계약을 하고 다시 보러 가면 후회가 밀려온다. 다시 한번 집을 본뒤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 보면 실물보다는 분명 사진이 더 나을텐데.. 사진만 봐도 한숨이 나오고 계약을 되돌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사오자마자 이사가고 싶었던 그 집, 그 집에서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사가는날 이사오는 사람이 도배도 안하고 바로 들어온다고 했다. 우리가 이사올때도 도배를 새로 하지 않아 이번에는 도배를 새로해야할 타이밍인데 도배할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이사하는날 지하실에 보관해두었던 카시트, 유모차를 비롯해서 아기때 물건들을 모두 버려야했다. 1층 우리집도 곰팡이가 심했으니 지하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새로 이사한 집이 한블럭 건너라 가끔 산책을 할때 궁금해서 이 집의 베란다를 보니 아기옷이 널려 있었다. 마치.. 처음 그 집에 이사왔던 나를 보는  것처럼 그 집에 이사온 사람들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새로 이사온 집은 전에 살던 집보다 넓어서 소파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사하면서 옷장이 다 망가져 버려 옷장도 새로 구입했다. 추석이 지나고 가을에 이사를 했는데 추워지기 전까지 한동안 살만하고 괜찮았는데.. 겨울이 문제였다. 살다 살다 그렇게 추운 집은 처음 살아봤다. 전에 살던 집도 우풍이 심한건지 아무리 난방을 해도 집안이 따뜻해지지 않았는데 이집은 거실에 큰 창이 있어서 그 집보다 더 추웠다. 창틀도 새로 한건데 도대체 어디서 바람이 들어오는건지 아무리 난방을 높여도 방바닥만 따뜻해질뿐 공기는 찬공기 그대로였다. 처음 맞는 겨울은 모두 집안에서 이불을 덮고 앉아 있었다.

 그 다음해 겨울에는 집안에서 입을 두꺼운 점퍼를 하나씩 구입하고 주인집언니 눈치를 보다가 거실과 안방창문에 비닐을 씌웠다. 그렇게 해도 집안은 전혀 따뜻해지지 않았다. 거실창문에 비닐을 씌우면서 발견을 한것이 천장과 벽사이에 20센티가량의 빈공간이 있었는데 그 공간이 스티로폼으로 채워져 있고 그 위로 페인팅이 되어 있었다. 아니.. 집을 어떻게 이렇게 지을수 있지? 그러니 아무리 난방을 해도 따뜻하지 않고 창문샤시도 벽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여름에는 바로 위가 옥상이라 집안이 너무 더웠다. 집장사가 지은 집이라고 하더니 대문밖에서 집을 보면  대리석벽으로 되어 있어 근사하게 보이는데 그게 다였다. 

우리도 그것 때문에 혹해서 이사를 온것인데.. 이 집은 눈으로 보기에만 좋아 보이고 막상 집안으로 들어가면 허당이다. 주방은 다른공간에 비해 너무 작다. 작아도 너무 작다 방이 세개인데 주방은 원룸에 있는 주방공간만하다. 알고보니 주인언니도 자기네가 윗층으로 옮길까 하다가 주방공간 때문에 아랫집을 택했다고 한다.  거실창문 앞으로는 바로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이 없었을때 이 집을 구입해서 그런지 지금은 전망도 볼게 없어 답답하고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장난 아니라 우리집 핸드폰 알림이 울리면 아랫층 주인언니에게 시끄럽다고 전화가 왔다. 

남편 지방출장이 있는 날이면 새벽에 KTX열차시간에 맞춰 나가다보니 기상시간이 들쑥날쑥해서 알람을 두개 맞춰두고 자는데 그때마다 시끄럽다고 전화가 오니 너무 신경이 쓰였다. 휴롬을 사서 테이블 위에 놓고 쓰는데 휴롬을 쓰고부터 자꾸 뭔가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고 해서 점점 안 쓰게 되었다. 대문을 같이 쓰는것도 불편했다. 대문에 번호키가 있는데 꼭 대문을 잠그고 다녀야했다. 인터폰이 있기는 했지만 고장이 났고 수리기사가 와도 고치지를  못한다고 해서 아무짝에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대문에 번호키가 있어서 택배아저씨가 올때마다 내려가서 문을 열어줘야 하고 내가 미리 문을 열어두고 오면 언니가 문을 닫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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