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 The Beauty Inside (inst.)

프롬님 :)

봉봉 오 쇼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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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늦잠을 잔 여주는 오히려 찌뿌둥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는 게 일상이 되어 침대에 오래 누워 있으니 피곤이 풀리기는커녕 그 반대가 되었다.

오늘은 워크숍 이후에 주어진 꿀 같은 여름휴가의 첫날이었다. 라뒤레의 정기휴무는 매달 둘째 주 월요일에 주어지기는 했지만, 장기 휴가는 일 년에 딱 한 번이라 직원들은 대부분 여행을 간다고 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싶어 일단 씻고 나온 여주가 빈백 소파에 앉아 잠시 멍을 때렸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고, 시간은 충분했다.

번화가에 있는 서점에 도착한 여주는 바로 요리 코너로 직행했다. 한참이나 고민하던 여주는 지민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과 레시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책 몇 권을 집어 들었다. 또 살게 있나 매대를 구경하던 여주의 눈에 태형의 얼굴이 인쇄된 요리 잡지가 들어왔다.

잠시 잊고 있었다. 태형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요리사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스타 셰프라는걸. 잡지를 훑던 여주의 손이 태형의 인터뷰 페이지에서 멈췄다. 한눈에 봐도 많은 페이지를 차지한 인터뷰 양에 놀란 여주는 결국 잡지까지 포함해 계산을 마쳤다.








라뒤레 총주방장 김태형의 이모저모



Q. 뉴욕 CIA 요리 학교 졸업 이후 르 버나딘 1년, Per se 에서 5년 근무하셨어요. 그곳에서는 어떤 셰프였나요?

A. 그냥 지금보다 어리고, 부족한 점 투성이인 셰프였습니다. 르 버나딘에서는 막내였고, Per se에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빠르게 직급이 올라간 편이었습니다. 학교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비교할 수 없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때 적어나간 레시피 노트만 해도 몇십 권인데요.


Q. 레시피 노트는 어떤 게 적혀있나요? 일급비밀인가요?

A. 실패담이 훨씬 많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니까요. 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죠. 지금도 가끔 봐요.


Q. 지금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A. 아. 이런 실수를 하니까 이때 망했지. XX 같은.


Q. 라뒤레 창립 멤버이신데 그 이야기를 해주세요.

A. 저희 사장님 하버드 나오셨거든요. 보스턴에서 주로 계셨는데 휴식차 뉴욕에 왔다가 우연히 저를 만나고 친해졌어요. 지금의 지배인님이랑 같이요. 사장님은 그때부터 라뒤레 창업을 생각하고 계셨는데, 저와 지배인님을 스카우트하신 거죠.


Q. 그 당시 Per se 수셰프셨잖아요. 경력을 두고 한국에 들어오시기엔 조금 아까웠을 수도 있었는데요.

A. 고민 없이 들어왔어요. 좋아하는 형이기 전에 사장으로서 신뢰가 갔거든요. 돈도 많이 주고 총괄 셰프 시켜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Q. 라뒤레에서 김태형은 어떤 셰프인가요?

A. 저에 대해 말이 많은데 그렇게 재수 없는 편은 아닙니다.


Q. 다른 셰프들에 비해 경력이 적고 나이가 어린 편인데 총주방장이 되셨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그런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릴 여유 따위 없습니다. 요리사는 맛으로 모든 걸 보여주는 사람이니까요. 오픈 7개월 만에 2 스타, 다음 해에 미슐랭 최고 등급을 받았으니 그 부분에 대해 딱히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Q. 다시 태어나더라도 요리사를 하실 건가요?

A. 다시 태어나면 새로운 걸 해보고 싶습니다. 그게 뭔진 잘 모르겠고. 근데 웬만하면 안 태어나고 싶어요.


Q. 요리사의 꿈을 키우는 분들에게 멘토로서 한 마디

A. 요리하는 게 너무 좋아 미치겠고, 남들이 내 요리를 먹으면서 기뻐하는 게 행복하다면 하세요. 어떤 일을 해야 본인이 행복하다는 걸 아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니까. 그리고 불조심.





여주가 피식 웃으며 잡지를 덮어 테이블 한쪽에 쌓아둔 사 온 책들 위에 올렸다. 카페에서 시킨 커피와 케이크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만큼 태형의 인터뷰를 집중해서 읽은 거였다. 글자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성격에 웃음이 났다.

중간중간 여주 스스로에게도 물을 만한 질문들이 더러 있었다. 르 생크 파티쉐라는 경력을 두고 한국에 들어온 것, 레시피 노트, 다시 태어나도 파티쉐를 할 거냐는 물음들. 태형의 인터뷰는 끝이 났지만 여주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라뒤레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워크숍이라는 걸 경험하고, 깨끗한 밤하늘의 별도 구경하고. 태형이 무얼 더 처음 경험해 봤냐 물었을 때 답하지 않았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건 따로 있었다.

여주 역시 자신의 디저트를 먹으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었고, 그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여주의 디저트를 사랑하는 지민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었고, 휴일에 서점에 나와 선물할 책을 고르며 행복했다.

이 모든 건 라뒤레에 오고 나서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 여주도 인터뷰라는 걸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비슷한 맥락의 답변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참 닮은 점이 많은 사람이네. 여주가 태형의 사진을 보며 홀로 중얼거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한 여주는 막상 휴가가 길어지니 지루함을 느꼈다. 수아도 만났고 부족했던 잠도 충분히 잤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 수아와 김영훈이 아니라면 연락할 사람도 없다는 게 조금은 쓸쓸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겠지.



>김남준

오늘 뭐해?

애들이랑 술 마실래 ㅎㅎ



때마침 남준의 연락을 받은 여주가 나갈 채비를 했다. 지민도 온다길래 선물할 책도 챙겼다.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던 여주는 문득 스스로가 꽤 들떴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웃었다. 라뒤레에서 얻은 또 다른 좋은 거, 바로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아서였다.



"어디 가요?"



막 문을 열고 나오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태형과 마주쳤다. 꽤 오랜만에 마주하는 얼굴에 여주가 잠시 당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륵 닫히고 태형이 여주 쪽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봤는데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

"약속 가요. 라뒤레 사람들이랑."

"와. 치사하네. 나는 라뒤레 직원 아닌가?"

"같이 가실래요?"

"내가 가면 싫어할 것 같은데."

"왜 싫어해요. 안 싫어할걸요."



분명 싫어할 텐데. 중얼거린 태형이 여주를 따라나섰다.



"셰프님 오시는 거 알고 계셨던 분 손?"



그리고 여주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함께 술집에 나타나자마자 지민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죽고 싶냐. 태형이 말을 툭 내던졌다.



"장난이에요, 셰프님…."

"나도 장난인데."

"(거짓말)"

"말을 해."

"아닙니다."



지민이 입을 댓발 내밀었다. 자리에 앉은 여주가 가방에서 포장된 책을 꺼내 건네니 지민의 눈이 금방 휘둥그레 커진다.



"이게 뭐예요, 파티쉐님?"

"지민씨 선물."

"대박…………."



박지민 넌 좋겠다? 선물도 받고. 태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셰프님 저는요? 정국이 물었다.



"있겠냐? 하던 일이나 잘 해."

"넵……."



지민이 책을 받고 행복해하자 정국이 나름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애초에 오려던 게 아니었는데 우연히 합류하게 된 거니 선물이 있을 리도 없었고. 약속을 잡았다 하더라도 태형이 막내에게 무언갈 챙겨줄 성격도 아니었으니 더더욱. 정국이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석이 궁금한 표정으로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그런데 두 분이 어떻게 같이 오셨어요? 남준이형은 파티쉐님한테만 연락했다던데."

"우연히 만나서 같이 왔어요. 자긴 라뒤레 직원 아니냐고 삐지길래."

"셰프님이 삐지셨다고요?"



내가 언제 삐졌어요. 태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웃음이 터진 다른 사람들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삐진 거나 다름없죠, 뭐. 여주가 씩 웃으며 말하니 태형이 고개를 절레 젓고는 빈 잔에 소주를 따라 한입에 들이켰다.



"요즘 두 분이 붙어있는 그림을 자주 보는 것 같아요."



슬기까지 몰아가기에 합세하니 지민이 화들짝 놀라며 양손을 내저었다. 우리 파티쉐님을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말에 태형이 한쪽 눈썹을 꿈틀대고는 지민을 노려봤다.



"내가 뭐 어떻길래 말을 그렇게 하냐?"

"…셰프님이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어…."

"그냥 뭐."

"왜 애를 몰아가세요."



여주가 지민의 편을 들어주었다. 지민이 여주의 팔을 붙잡은 채 울상을 지었다. 태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소주를 들이켜고는 테이블에 올라온 안주를 뒤적였다.



"셰프님. 그 도토리전 진짜 미친놈이에요. 한번 드셔보세요."

"셰프님 제 말 듣고 계세요?!"

"아무래도 안 듣고 계시는 것 같다."





"..."



지민이 옆에서 뭐라 하든 말든 태형의 관심사는 온통 안주로 나온 도토리전이었다. 튀김 수준의 바삭한 도토리전을 간장에 찍어 먹으니 입안에 고소함과 짭짤함의 향연이 펼쳐진다. 도토리는 묵으로만 먹어봤지 전으로는 처음이네요. 여주도 전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도토리 하면 줄곧 떠오르는 부드럽고 말캉한 묵이 아닌 바삭한 식감에 태형이 한참이나 전을 씹어댔다. 도토리전 먹는데 왜 이렇게 진지하신 거냐는 남준의 물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셰프님. 도토리전이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그냥. 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아이디어?"

"파스타 신메뉴요. 어떤 맛을 낼까만 생각했지, 새로운 식감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봐서."



왜 파티쉐님이 물어볼 때만 대답하시는 거예요. 남준이 꿍얼댔지만 태형은 꿋꿋이 도토리전을 한입 더 입에 밀어 넣었다. 술 마시면서까지 일 얘기하시는거냐는 슬기의 핀잔이 나오니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지금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먼저 가봅니다."

"??? 진짜 가신다고요? 신메뉴 개발하러?"

"아이디어 떠올랐을 때 안 하면 안 돼요. 갑니다."

"아니, 무슨,"



다들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봤다. 어떻게 좀 해달라는 의미로 다들 여주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저를 봐요, 여주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셰프님 좀 붙잡아주세요. 이제 막 놀려는데 가시는 게 어딨어요!"

"저도 당황스럽긴 한데, 근데 아이디어는 진짜 불현듯 떠오르는 거라. 지금 놓치면 아깝긴 하죠…."

"파티쉐님 왜 셰프님 편들어줘요………."



여주가 허락 비슷한 투로 말하니 태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과 지갑을 챙겼다. 그럼 휴가 끝나고 라뒤레에서 봐요. 태형이 인사하니 다들 아쉬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아. 그리고 강여주씨."

"네?"

"술 많이 먹으면 전화하고."



안 그래도 커다란 여주의 눈이 더욱 커졌다. 정국과 슬기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고, 지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 저었다. 남준과 호석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정교임 - 롤러코스트

꼬오옥 틀어주세요




한참이나 사람들에게 시달린 여주가 겨우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말은 통하지도 않았고, 자꾸만 대화 주제를 피하려 해도 돌고 돌아 태형의 얘기였으니 빠져나온 여주의 얼굴이 잔뜩 지쳐있는 것도 당연했다.

술을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나올 때쯤엔 이미 다 깬 거나 다름없었다. 셰프님이 데리러 오세요~? 정국의 목소리가 술집 바깥에까지 들렸다.



>김태형

아직 안 끝났어요?



때마침 오는 태형의 연락에 여주가 답장을 보냈다. 끝나긴 했는데 취하지는 않았어요.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가 다시 꺼낸다. 신메뉴 개발은 잘 됐어요? 궁금한 걸 하나 더 묻고는 이번에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집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연락이 오는 진동이 느껴져 핸드폰을 확인한 여주가 금방 웃음을 터트렸다. 태형인 줄 알았는데 정국이었다.



>전정국

이거 파티쉐님한테만 보내드리는

귀중한 사진이에여

저희는 못하는 셰프님 놀리기

마음껏 해주세여!





"길에서 왜 혼자 그렇게 웃고 있어요?"



여주가 혼자 빵 터져 웃고 있으니 거짓말처럼 태형이 나타났다. 집에 있다 나온 건지 아까보다 조금 편한 옷차림이었는데, 태형 역시 입가에 웃음이 걸려있었다. 여주가 웃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뭘 보고 그렇게 웃는데."

"셰프님이요."

"…나?"

"이거 봐봐요. 정국씨가 보내준 건데."



여주가 겨우 진정하고는 핸드폰을 태형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화면에 가득 찬 본인의 사진을 본 태형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지워요. 정색하니 여주가 또 빵 터져 웃었다.



"싫은데요."

"지우라니까요. 하씨, 전정국은 대체 이걸 왜 갖고 있어서."

"안 지우면 안 돼요?"

"안 돼요. 지워요."

"아, 왜요. 웃긴데."



줘요, 내가 지우게. 태형이 여주의 핸드폰을 뺏기 위해 손을 뻗었다. 쉽게 줄 순 없죠. 여주가 잽싸게 핸드폰을 숨기고는 뒷걸음질 쳤다. 태형이 픽 웃음을 흘리고는 여주 쪽으로 걸어왔다. 어어어, 오지 마요. 계속 뒷걸음질 치던 여주가 결국 몸을 돌려 태형과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강여주씨 달리기 못하잖아. 근데도 튄다고?"

"헬스장이랑 바깥은 또 다르죠."



여주가 있는 힘껏 달렸다. 태형도 조금씩 속도를 높여 여주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공원으로 들어선 여주는 밤 산책 코스를 따라 가볍게 달렸다. 그만 좀 뛰라는 태형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뺨을 스치는 밤바람이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서 멈출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태형은 중간중간 뒤를 돌아 저를 쳐다보는 여주의 얼굴이 하얀 가로등 불빛에 비춰 환하게 웃고 있는 걸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잡힐까 봐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여주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그런 생각이 드니 태형은 쫓아가는 걸 중단했다.





"..."

"…왜 오다 말아요?"



태형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으니 여주가 의아한 얼굴로 뒤돌아 물었다. 둘 사이에는 가로등 세 개가 있었다. 여주가 숨을 가볍게 몰아쉬며 무릎에 양손을 얹었다. 태형은 여전히 멀찍이 떨어져서 여주를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났어요?"

"..."

"화났네. 잘 삐지고 잘 화내네."



여주가 장난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알았어요, 지우면 되죠? 여주가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지우는 시늉을 했다. 태형이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여주를 향해 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지운다니까! 잠깐만!"



여주가 당황한 티를 내며 얼른 사진첩을 열었다. 봐봐요, 삭제. 봤죠? 어느새 가로등 한 개를 사이에 둘 정도로 가까워진 태형에게 핸드폰을 보이며 인증했다. 사진 뭐 그렇게 나쁘지도 않던데 이렇게 지우라고 협박이야, 여주가 입을 삐죽였다.





"그거 알아요? 지금 조명 받아서 강여주씨 엄청 예쁜 거."

"..."



코앞까지 다가온 태형이 여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뛰느라 가빴던 숨은 분명 진정된 지 오래였는데 여전히 심장박동은 빨랐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여주가 태형과 똑바로 눈을 맞췄다.



"그거 알아요?"

"..."

"나 지금 김태형씨 보면서 두근거리는 거."

"..."

"좋아할 생각 없냐고 물었죠. 아마 이제,"



태형이 한 팔을 뻗어 여주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눈을 겨우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 여주가 눈을 감았다. 태형이 여주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고는 입을 맞췄다. 맞닿은 감촉에 여주가 태형의 목에 양팔을 둘렀다. 입가에 웃음기가 잔뜩 묻은 태형이 여주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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