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 굿모닝

찌니님 :)

어려운 남자 S2

15





   짤랑. 예쁜 카페 종소리가 울렸다. 너무 추워. 아미가 패딩을 한껏 여미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정국은 보이지 않고 호석만 아미를 반긴다.



"어, 아미 왔어?"

"안녕하세요! 정국이는요?"

"잠깐 나갔어. 금방 올 거야."



   지가 불러놓고. 아미가 구시렁대면 호석이 금방 커피를 만들어서 가져다준다. 결제할게요! 카운터로 얼른 달려가면 단호한 표정으로 카드를 돌려주는 호석.



"정국이 친구한테는 돈 안 받아."





"돈을 왜 안 받아? 길바닥에 나앉으려고 작정했어?"

"네 친군데?"

"친구는 친구고. 돈은 돈이지."

"야. 나 돈 내려고 했거든? 받아, 빨리!"



   됐어. 장난이야. 정국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답한다. 아미가 입을 삐죽이며 지갑을 도로 집어넣는다.



"오는데 안 추웠냐?"

"추웠지! 왜 오라고 했는데?"

"좀만 기다려봐."



   ??? 나 지금도 기다렸는데? 뭘 또 기다리라는 거야. 아미가 어이없다는 투로 묻지만 정국은 가볍게 무시하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간다. 



"정국 오빠!"



   아미가 멍하니 핸드폰만 하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이젠 누군지 알겠다. 아미가 막 등장한 여고생을 보며 속으로 아는 체를 했다. 호석의 동생이었다. 방학이라 교복을 안 입고 있어서 잠깐 못 알아보기는 했지만. 밖이 많이 추운지 볼이 새빨개진 채로 들어와 정국을 부른다.



"너는 친오빠보다 정국이를 먼저 찾냐."

"님은 집에서 보는데 내가 왜 찾아?"

"말이나 못 하면."





"학원 갈 시간 아니야? 마지막 특강이라며."

"학원 가기 전에 오빠 보고 가려고 왔죠! 그래야 힘 나니까! 오빠도 힘 나고!"

"그래?"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면 힘을 내러 왔다가도 힘이 다 빨려서 나가겠다. 아미가 고개를 절레 젓는다.

   정국의 퉁명스러운 말에도 귀엽게 웃으며 조잘대는 여고생.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정국이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받으며 아미를 쳐다보면, 여고생도 뒤를 돌아 아미를 쳐다본다.



"좀만 기다려."

"..."

"..."

"곧 온대."



   누가? 

   아미가 빨대로 커피를 쪽쪽 빨며 정국을 멍하니 쳐다본다. 정국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제 할 일을 한다. 뭐야... 아미가 투덜대며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흐르고 인기척이 느껴진다.



"나 왔어."

"..."

"미안. 오래 기다렸지."



   헐. 지민이다.

   아미가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킨다. 분명 오늘 아침만 해도 일본이었는데?



"밥 먹었어? 밥 먹으러 갈까?"



   어어... 아직 얼이 빠진 표정으로 대답을 하면, 지민이 웃으며 손을 내민다.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맞잡은 손이었다.








   지민의 숙소 근처에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 있다고 했다.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만 오는 곳이라 지민은 얼굴을 칭칭 감싸고 있던 마스크와 목도리를 풀어낸다. 그제야 온전히 마주하는 지민의 얼굴. 



"아, 완전 답답했는데 살 것 같다."

"답답했겠다."

"응. 겨울인데도 얼굴은 너무 더웠어."

"여기는 안전해?"

"응. 멤버들이랑도 자주 오는데, 한 번도 누구 마주친 적 없어."



   주문을 하고 나면 아미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지민과 눈이 마주친다. 사귀기로 한 이후로 처음 밖에서 같이 밥을 먹는 거였다. 그렇게 밥을 자주 먹었는데도 느낌이 다르다. 관계가 바뀌니까 분위기도 바뀌고 무엇보다 어색하기 짝이 없다.



"표정이 왜 그래?"

"어색해."



   지민의 물음에 아미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냉큼 대답하는 모습이 웃겼던 지민이 웃는다. 





"뭘 또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고 그래."

"..."

"아니... 넌 안 그래?"

"뭐가?"

"아니, 우리 사귀고 나서... 처음 밥도 먹고 그러는 건데... 난 어색해 죽겠단 말이야."



   어떻게 너는 아무렇지 않지. 난 뭔가 부끄럽고 어색하고, 발가락이 배배 꼬이는 기분인데. 지민이 웃던 표정을 차츰 가라앉히며 말한다.



"내가 너 좋아하고 난 이후부터,"

"..."

"난 항상 너랑 어색했었어."

"..."

"네가 나 멀리하고, 미워하고 그래서."



   엥, 그게 어색했던 사람의 행동이야? 아미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난날들을 기억하려 애썼다. 지민이 대체 어땠지. 그때는 제 감정만 챙기느라 지민을 보지 못했으니.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아, 눈치는 봤던 것 같기도."

"그거야."

"..."

"너만 내 눈치 본 거 아니라구. 내가 네 눈치를 얼마나 봤는데."

"..."





"네가 나 싫다고 할까 봐,"

"..."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를걸."



   주문한 국밥이 나온다. 아미는 멍하니 지민만 쳐다본다. 지민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것저것 반찬을 아미 쪽으로 밀어준다. 겨우 정신을 차린 아미가 테이블을 살펴보면 전부 좋아하는 반찬들 위주다. 



"김치가 왜 두 개야?"

"이건 덜 익은 거. 그건 익은 거."

"..."

"너 익은 거 좋아하잖아."



   평소보다 더 다정한 것 같은 지민의 행동에 아미는 두근거림을 숨길 수 없었다. 고개만 푹 숙이고 밥을 먹고 있으면, 맛있냐고 재차 물어오는 지민.



"응. 맛있어."

"잘 먹네."



   지민은 먹다 말고 턱을 괸 채 아미를  빤히 본다. 왜 안 먹고 쳐다봐... 밥 먹다가 두근거리면 체할 거 같단 말이야. 아미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 맛있는 데 많이 알아. 형들이 소개해줘서."

"..."

"다 가자. 잘 먹으니까 좋네."

"...원래 나 잘 먹었거든?"



   누구를 돼지로 보나. 그러면 지민이는 턱을 괸 손을 풀고 또 마냥 웃는다. 



"그랬나."

"..."

"친구일 때는 몰랐는데,"

"..."

"먹는 거 되게 예쁘네."



   그래서 내가 계속 웃나 봐, 아미야. 

   지민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쿵쾅댄다. 잘 먹는다는 말이, 먹는 게 예쁘다는 말이 이렇게 좋은 말이었나. 먹는 모습조차 예뻐 보인다는 말인 걸 알아서, 그래서 더 두근거리나 봐.








"헐, 오늘 사람 되게 많네요."

"일일 알바도 몇몇 뽑았잖아."

"왜요?"



   출근을 하면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바글거린다. 오메, 사람 왜 이렇게 많은 거예요? 무전기를 허리춤에 차던 아미가 근처에 있던 선배에게 물었다. 



"오늘 출연진 바뀌었어요?"

"어? 아, 너 쉬는 날이라 몰랐나?"

"..."

"방탄 나오잖아.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미친. 선배의 말에 기겁을 하면, 타이밍 좋게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일곱 명의 멤버들. 아미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면, 지민과 바로 눈이 딱 마주친다.




"..."



   지민은 들어올 때부터 아미를 주시했던 모양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씩 웃는 지민 때문에 아미는 어안이 벙벙했다. 어쨌든 개이득이다. 오늘 촬영은 재밌게 할 수 있겠다.



"마이크 드릴게요오..."

"아, 네! 감사합니다."



   아미가 대기실에 들어가 마이크를 나눠주면, 멤버들이 저마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받아서 든다. 구석에 앉아있던 지민은 아미가 들어오니 벌떡 일어나 나한테 다가온다.



"또 서프라이즈 성공이지?"

"...어, 아, 놀랐잖아. 일부러 말 안 한 거야?"

"응."



   편해보이는 지민의 모습에 옆에 있던 멤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 이래도 되나 싶어서 아미가 대기실을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지민이 나가지 못하게 팔을 꽉 잡는다.



"제 여자친구예요."

"..."

"다들 알죠?"



   뭘 다들 알아? 어이가 없어 지민을 쳐다본다. 멤버들은 모두 알아들은 눈치다.



"뭐야, 너 내 얘기 하고 다녔어?"

"응."

"...무슨 얘기?"

"고민 상담 좀 했지."

"...뭐라고 했는데?"

"저 제일 친한 친구 좋아하는 거 같은데 어떡해요? 뭐 이런 거?"



   아씨, 뭐야! 지민의 말에 아미가 대기실을 도망쳐 나왔다. 멤버들한테도 다 말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만큼 고민돼서 얘기했다는 거겠지. 새삼 지민이 고민했을 시간이 그려져서 고맙기도 했다. 

   아미가 대기실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스튜디오로 뛰어간다. 막내 PD 아미는 마이크 전해주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았다.



"아미씨 방탄소년단 좋아하나 봐요."

"네? 아.."

"이렇게 웃으면서 촬영하는 거 처음 봐서요."



   토크쇼 촬영이 시작되면 태형이 와서 말을 건다. 괜히 쭈뼛대면, 굳이 답을 바라고 물은 건 아닌지 어깨만 으쓱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아미가 세트장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면, 일곱 명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지민이 보인다.



"이거 방송되는 날이 크리스마스잖아요."

"네네, 그렇죠?"

"시청하고 계시는 분들 모두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셨으면 좋겠어요."



   지민이랑 크리스마스에 뭐 하지? 설마 크리스마스에도 스케줄 있나. 

   아미가 지난 대화 내용을 떠올리면, 일본에 간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절로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시무룩한 아미를 본 지민의 얼굴에 잠시 의아한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촬영이 끝나고, 아미는 멤버들이 반납한 마이크와 장비들을 정리해 소품실로 향했다. 가기 전에 인사 한번 더 하고 싶었지만, 워낙 바쁘고 사람도 많다 보니 마이크 반납할 때만 잠깐 보고 보지 못했다. 또 이렇게 얼굴 보기도 힘들 텐데... 이렇게 헤어진 게 괜히 아쉬워서 발만 동동 굴렀다. 복도 끝에서부터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지민과 멤버들이었다.

   아직 간 거 아니었네.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멤버들 말고도 보는 눈이 많았기에 그저 스태프와 연예인처럼 살짝 목 인사만 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금방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구석에 자리를 잡으면 아미 옆에 지민이 들어와 선다.



"아, 배고프다. 오늘 저녁 뭐 먹냐?"

"형이 요리해준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게 오늘이었냐?"

"아, 뭐예요, 형~"



   멤버들끼리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 선 지민은 대화에 끼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한층 내려가면 사람들이 더 밀려들어 온다. 지민과 아미가 나란히 꼭 붙어 섰다.

   아미가 양손으로 상자를 꼭 쥐고 품에 안고 있으면, 손 위로 무언가 닿는 느낌. 곁눈질로 확인해보면 지민의 손이었다.



"형, 김치볶음밥 해주세요."

"아, 그럴까? 지민이가 김치볶음밥 먹고 싶다니까, 그걸로 하자."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친 채로, 아무렇지 않게 멤버와 대화를 하는 지민. 시선은 멤버들에게 꽂혀있었지만, 아미의 손을 잡은 지민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미가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앞 사람의 등판만 빤히 쳐다본다.

   몇층이 지나고 소품실이 있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아미가 내릴 준비를 하면 지민의 손이 아쉬운 듯 천천히 떨어진다. 아미가 사람들을 겨우 비집고 내려서 문이 닫히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한 번 쳐다본다.

   예쁘게 웃고 있는 지민이 있었다. 그토록 바랐던 저 예쁜 웃음이 온전히 나를 향한 거라는 걸 이제는 잘 알아서, 아미는 행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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