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리퀘 '노인공경인가 노인공격인가'를 받고 쓴 조각글. 짧습니다.




칠흑 5.1 이후의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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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는 있지만 남에게 지적들으면 새삼스러운 사실들이 있다.



-그 수정공이라는 분은 정말 모험가님을 소중히 여기나 봐용!




타타루의 말이 모험가에게는 그랬다. 알았지만 새삼스러운. 그럼 좀 잘해줘야지. 생각하고 제 1세계로 돌아온 모험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고서와 문서들 사이에 베크 러그와 함께 파묻혀있는 수정공이었다. 더 이상 후드를 쓰지 않는 수정공의 눈밑에 설핏 드리운 어둑한 그림자가 그의 피로를 외치는 듯 했다. 얼마나 집중한 건지 이쪽이 돌아오는 것도 못 눈치챌 정도로.

쯧. 모험가는 혀를 찼다. 저러고 계속 있었겠지. 모험가는 결심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성큼성큼 발소리를 일부러 내며 걷자 그제야 기척을 눈치챈 듯 구부정하게 빼고 있던 목을 들며 수정공이 돌아봤다.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부드러운 미소가 수정결정이 맺혀져있는 얼굴에 떠올랐다.





"어서오게, 영웅이여. 원초세계는 어떤가?"
"괜찮아."



환영의 인사에 짤막하게 대답한 모험가는 수정공의 앞에 다가가 순식간에 그의 허리에 손을 감고 번쩍 들어올렸다. 깜짝 놀란 수정공이 당황하여 버둥거렸다.




"으악?? 자, 자, 자, 잠깐, 영웅이여-"
"가만히 있어. 떨어진다?"



모험가는 가뿐하게 제 어깨에 수정공을 얹어버렸다. 더 이상 버둥거리면 모험가를 걷어차게 될 뿐이라 수정공은 차마 더 발버둥치지 못했다. 대신 그는 모험가의 등을 양손으로 밀어 지탱하면서 횡설수설 물었다.



"무, 무슨 일이라도 있나? 어디 급하게, 아니, 난 내 발로, 잠깐,"




갑작스레 저를 들어옮기는 모험가에게 뭔가 급한 사정이라도 있는가 싶어져 묻는 질문에 모험가가 상큼한 목소리로 답했다.




"급한 일은 무슨."
"그럼, 왜, 좀 내려주게, 그,"
"좀 가만히 있어볼래? 자꾸 이러면 들고가기 힘들다고."



그 한마디에 수정공은 얼어붙은 것 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모험가는 웃음을 참았다. 모험가의 발걸음이 평상시랑 별 다르지 않게 가볍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노심초사 걱정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우스운 동시에 못 견디게 귀여웠다. 그래서 모험가는 이대로 입을 꾹 다물고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대신 약간의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




"걱정 마. 급한 일 아니니까. 새벽 돌려보내려고 무리했지?"
"내가 해야 할 일이네, 그리고 난 크리스탈 타워랑 동화되어 있어서,"
"내가 안마해줄게."



어쩌구 저쩌구 크리스타리움을 한바퀴 돌만큼 길어질 변명과 사양을 모험가는 싹둑 잘라냈다. 수정공의 꼬리가 놀라움에 바짝 섰다. 보나마나 귀도 그렇겠지.




"엑?? 뭐, 잠, 영웅, 그, 괜,"
"나 완전 잘해~ 모험다니다 보면 맨날 하고 받는 게 일상이라."
"그, 아니, 진짜, 괜찮,"
"자꾸 그러면 나한테서 받기 싫다고 이해한다? 저기 위리앙제나 알리제나 아니면 야슈톨라에게 하라고 맡겨버릴거야?"



그건 더 불편한 상황이 될 게 뻔했다. 끙 소리를 내며 신음을 뱉은 수정공은 결국 포기했다. 횡설수설 작은 목소리로 뭐라뭐라 웅얼거리는 수정공의 체온이 아까보다 높아져있어 모험가는 나직하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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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분이 노인공격이냐면 노인을 어깨에 짐짝처럼 들고 가는게...라고 우기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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