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리핀도르의 첫 퀴디치 공식전은 후플푸프와의 시합이었다. 시합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는 여기저기 퀴디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것은 교수진도 다르지 않아서, 맥고나걸은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을 서포트했다. 해리 역시 퀴디치를 좋아하기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기 때문에 내심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그리핀도르가 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들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직접 볼 제임스의 시합에 대한 기대는 그것과는 별개였다.

  “당연하지, 너희들은 몇 점차로 이길지 내기나 걸어두라고.”

  기숙사 친구들 앞에서 패기 넘치게 호언장담하는 제임스의 목소리를 듣고 해리는 빙긋 웃으며 맥고나걸의 방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시간에 잠깐 들러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왠지 긴장되는 기분으로 맥고나걸의 방에 찾아간 해리는 뜻밖의 제안을 들었다.

  “후플푸프와의 시합에서 심판을 맡아주겠어요, 해리?”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제안에 해리는 눈만 깜빡거리며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했다. 경기장에 심판으로서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 줄곧 선수였으니 심판을 보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려울 것이 없었다. 다만 제임스가 마음에 걸렸다. 혹시라도 그 날 제임스가 자기 때문에 컨디션이 난조를 보인다든가― 까지 생각하다가 해리는 그것도 일종의 자의식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자신은 그냥 제임스에게서 싫다는 말을 듣는 것이 무서운 것뿐이었다.

  “하지만 저는 제 빗자루도 없고…….”
  “그거라면 학교에 비치된 빗자루를 쓰면 되겠군요.”
  “코멧140을요? 맙소사, 그런 골동품을 경기장에 들고 들어가라니 말도 안돼요!”

  어눌한 변명에 맥고나걸이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이 대안을 제시하자, 해리는 반사적으로 항의하고 말았다. 말하고 나서야 머쓱한 기분이 들었지만 심각한 문제이기는 했다. 코멧140이라니, 지금 기준으로도 출시된 지 50년은 된 기종이 아닌가! 체감상으로는 고드릭 그리핀도르나 살리자르 슬리데린이 썼다고 해도 믿을 골동품중의 골동품이었다. 그러나 불만스러운 기색을 드러내는 해리에게 맥고나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안경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해리, 선수가 아니라 심판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하지만…….”
  “아니면 학생들 앞에서 곡예비행이라도 선보이려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알겠습니다. 아 맥고나걸 교수님, 제가 심판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황급히 말을 고쳐보았지만 이미 맥고나걸은 결론을 내린 듯 홀가분하게 지팡이를 들어 벽에 따로 걸린 달력에 ‘심판: 해리 에반스’ 라는 글자가 나타나게 하고 있었다. 퀴디치 공식전이 열리는 6개의 날짜와 그리핀도르 팀의 경기장 사용 예정 및 연습시합 날짜만이 표시돼있는 전용 달력을 보다가 ‘무슨 문제라도?’ 하고 묻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맥고나걸 앞에서 결국 해리는 그 이상은 주장하지 못하고 심판을 수락하고 말았다.



  시합 당일 아침, 빗자루 창고에 들러서 고만고만하게 낡은 빗자루 사이에서 그나마 손질이 잘 된 것을 고르며 해리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적어도 빗자루에서만큼은 최첨단을 달리던 해리의 기준에 하다못해 클린스윕5도 아니고 이미 단종된 지 오래인 코멧140이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시험 삼아 타고 약간 떠올라 보았을 때 심지어 불안하게 덜컹거리기까지 하는 느낌에 해리는 암담한 표정으로 오전 내내 정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긴 솔로 먼지를 털어내면서 새삼스럽게 시리우스가 고맙고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박살난 파이어볼트를 생각하며 해리는 우울한 얼굴로 빗자루 꽁지를 손질했다.

  ‘적어도 날다가 떨어지진 않겠지.’

  오전 내내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야 해리는 그럭저럭 빗자루 정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래봐야 한숨 나게 느리기는 매한가지여서, 해리는 자기가 심판을 보다가 스니치는커녕 퀘이플 날아가는 것도 못 따라갈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경기장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그리핀도르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강이죠! 그에 비해 후플푸프는 신입이 셋이나 들어가 있다지요? 저런, 빗자루를 쥔 손이 떨리는 것이 보입니다.”
  “불스! 해설은 공정하게 하라니까!”

  재기발랄한 입담을 자랑하며 마이크를 잡은 학생에게 시합 전 맥고나걸은 항상 공정하게 해설할 것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그녀가 적어도 퀴디치 시합 중반을 넘어가면 온몸으로 그리핀도르임을 표출하곤 했던 것을 떠올리며 피식 웃은 해리는 휘슬을 불어 선수들을 날아오르게 했다. 붉은색과 금색의 유니폼을 입고 그리핀도르 진영의 중앙에 떠 있는 제임스는 해리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해리는 빗자루가 조금만 더 괜찮은 거였어도 제임스 앞에서 더 나은 비행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아무래도 아쉬웠다. 서툰 수색꾼이나 빗자루 탓을 한다지만 그래도 코멧140은 너무했다. 해리는 약간 뺨을 붉히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경기 시작됐습니다! 아 후플푸프의 선공! 이었는데! 스로 오프가 무색하게도 포터가 짐승같이 덤벼들어 뺏어내는군요! 과연 미친 포터! 수틀리면 블러저로 링을 뚫어버리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후플푸프! 말씀드리는 순간 포터 득점! 시작부터 그리핀도르가 10점 앞서갑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객석에서 볼 때와 실제로 같은 경기장 안에서 보는 것은 느낌부터가 전혀 달랐다. 선수들이 주로 날아다니는 고도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시합을 내려다보며 해리는 새삼 뿌듯함을 느꼈다. 맥고나걸부터 해서 시리우스, 리무스가 그렇게 칭찬했고 자기가 꼭 닮았다던 제임스의 플레이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해리는 설렘과 동시에 같이 퀴디치를 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현란한 비행으로 수비를 따돌린 제임스가 단독으로 그리핀도르의 하늘에서 후플푸프의 하늘까지 날아가 기어코 퀘이플을 링에 통과시키는 것을 보며 해리는 솔직히 감탄했다. 저런 추격꾼이 받쳐주고 있다면 수색꾼도 안심하고 자기 원래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다. 블러저가 갑자기 날아드는 것을 빗자루 방향을 조금 움직여 피하면서 무심코 스니치를 찾다가 해리는 제풀에 화들짝 놀라며 퀘이플 쟁탈전을 벌이는 아래쪽 상황에 집중했다.

  그러나 아까부터 계속 후플푸프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선수 하나가 해리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블러저가 계속 이쪽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후플푸프의 수색꾼인 모양인데, 스니치도 없는 이곳에서 엉뚱하게 뭘 하고 있는지 안쓰러울 지경이었으나, 일단 규칙에 따르면 심판은 선수의 시야를 방해하면 안되니 해리는 좀 더 고도를 높였다. 성능상 허용되는 한계고도에 가까워졌는지 빗자루가 힘에 부쳐 하는 것이 느껴졌다. 해리가 입속으로 투덜거리며 위로 더 올라가는 대신 옆으로 피하는데 후플푸프 수색꾼이 또 해리를 따라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긴장한 것이 역력한 것이 아무래도 이번이 첫 출전인 것 같았다.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수색꾼 덕분에 해리는 본의 아니게 귀찮게 따라다니는 블러저를 계속 피해야만 했다.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빗자루에 짜증을 내며 해리는 순간적으로 가속해서 고도를 낮춰 그 구역을 벗어났다. 심판이 보일만한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일단 그 근방을 벗어난다는 목적을 달성한 해리는 그제야 아차 하며 다시 퀘이플이 왔다 갔다 하는 아래 필드를 내려다보았다. 퀘이플이 링을 통과하면 점수는 자동으로 카운트되기 때문에 심판이 일일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점수판이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전면에 보이는 점수판에는 이미 그리핀도르가 60점을 앞서고 있었다. 심판을 보더라도 내심 그리핀도르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기에 속으로 기뻐하던 해리에게, 경기장에 걸린 후플푸프의 깃발 한쪽 귀퉁이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스니치였다. 해리는 반사적으로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의 수색꾼의 위치를 찾았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전혀 엉뚱한 곳을 날고 있었다. 아니 왜 저걸 못 찾나 하는 심정으로 다시 스니치를 쳐다보다가 괜히 선수들에게 힌트라도 주는 게 될까봐 해리는 곧 그쪽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 때 아래쪽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추격꾼들 간에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해리는 얼른 휘슬을 불어 선수들을 멈추게 했다.

  “반칙! 그리핀도르에 반칙이 선언됐습니다! 심판 지금 에반스 교수님이죠? 너무 깐깐한 거 아닌가요?”

  선수들의 항의와 더불어 중계석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해리가 보기에 지금은 명백히 그리핀도르 쪽에서 고의적으로 충돌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퀘이플을 후플푸프에게 넘겨준 제임스의 시선이 따라붙는 게 느껴져서 해리는 얼른 심판의 고도로 빗자루를 띄웠다. 그 때 느지막이 따라 내려오던 후플푸프 수색꾼과 다시금 정면에서 마주쳤다.

  ‘쯧쯧, 얼었네.’

  바짝 긴장한 표정이 안쓰러워서 절로 혀를 차게 만들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꾸 자기를 따라다니는 바람에 이쪽으로 계속 블러저가 날아들게 만드는 게 귀찮기도 했다. 해리는 뒤에서 쐐액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 블러저를 돌아보지도 않고 빗자루의 고도를 순간적으로 훅 낮추는 것으로 가볍게 피했다. 해리로서는 무의식적인 회피동작이었으나, 정면에 보이는 후플푸프 수색꾼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순간 해리가 낭패라는 생각을 한 것과 동시에, 퍼억 하고 묵직한 소리와 함께 후플푸프 수색꾼이 블러저와 정통으로 부딪쳤다. 해리의 등에 가려져서 미처 블러저가 날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블러저의 힘에 밀려 손잡이를 놓치고 균형까지 잃어버려 빗자루와 따로따로 추락하는 노란 유니폼을 보고 해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빗자루를 급하강시켰다. 객석에서 걱정어린 ‘어어!!’ 소리가 났다. 거의 한계속도까지 가속하며 수직으로 내리꽂히듯 선수의 뒤를 쫓아 날던 해리가 바닥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마침내 선수를 안전하게 안고 같이 바닥을 굴렀다. 심판의 지시가 없어서 원칙적으로는 시합이 중단되지 않았기 때문에 퀘이플이 그리핀도르의 링을 통과했음을 알리는 땡땡거리는 알림 소리가 불안하게 웅성거리는 경기장에 울렸다.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해리가 힘겹게 휘슬을 불었고 경기가 일시 중단되었다.



  다행히 학생은 다친 곳이 없었으나 상공에서 떨어진 충격이 컸는지 끙끙거리며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규칙상 선수가 부상당해도 선수교체는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리는 의료진에게 선수를 맡기고 괜찮아지면 복귀하라고 지시한 후 다시 날아올랐다. 해리의 휘슬이 다시 울렸고 시합은 속행되었다. 충격으로 몸이 욱신거리는 것은 선수보다는 오히려 해리가 더했지만 해리는 애써 태연을 가장했다.

  수색꾼이 없으면 그나마의 이길 가능성조차 한없이 희박해지기 때문에 후플푸프 선수들의 안색은 한없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해리는 제임스의 표정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제임스도 해리를 쳐다보았다. 제법 먼 거리에 있었지만 해리는 제임스와 눈이 마주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후플푸프의 수색꾼이 복귀했지만 이미 한동안 방해 없이 경기장을 날던 앨리스는 스니치를 발견한 후였고, 경기는 그리핀도르가 300점 가까이 리드한 채로 싱겁게 끝났다.



  올해 첫 공식전을 그것도 점수 차를 크게 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으니 당연히 그리핀도르는 기쁨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맥고나걸이 허니듀크에서 통 크게 주문해서 보낸 온갖 주전부리를 늘어놓고 파티가 한창인 가운데 제임스는 대충 분위기 깨지 않을 만큼은 어울려주면서도 썩 개운하지는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심란한 표정이냐? 기껏 이겨놓고.”

  제임스의 옆에 털썩 앉으며 시리우스가 씩 웃었다. 예의상 물어보고는 있었으나 사실 제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시합 마지막에 후플푸프 선수의 실수 때문에 시합이 전혀 긴장감 없이 싱겁게 끝난 것이 불만일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제임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후플푸프의 라인업을 비난했다.

  “후플푸프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초보를 주전으로 넣은 거야?”
  “쓸 만한 애가 어지간히 없었나보지. 작년 수색꾼은 7학년 아니었어?”
  “아아. 본즈였나 반즈였나, 졸업했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얼마나 멍청하면 수색꾼이 블러저에 맞아서 떨어져?”

  답지 않게 다른 팀 선수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길게 늘어놓는 제임스 옆에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시리우스는 픽 웃었다. 확실히 불만이 많긴 많은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제임스가 정말로 불평하고 싶은 대상은 시합이 끝나면 보통 잊어버리곤 하던 다른 팀 선수가 아니라, 짐작컨대 해리일 터였다. 그리고 친구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어 주는 게 예의였다. 시리우스는 투덜거리는 제임스의 말을 뚝 잘랐다.

  “에반스 의외더라.”

  시리우스가 콕 짚어서 해리를 거론하자 제임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신경 쓰인다는 것조차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굳이 지목하며 웃는 시리우스의 수려한 얼굴이 이번만큼은 좀 얄밉기까지 했다.

  경기 시작 전에 해리가 낡아빠진 코멧140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제임스는 어이가 없었다. 개인 빗자루가 없어서 학교 비품을 사용하는 거야 개인 사정이고 솔직히 알 바도 아니었지만, 명색이 심판이면 적어도 선수들 비행을 따라올 수준은 갖춰야 했다. 아니 최소한 방해는 되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아무리 비행에 있어 빗자루의 성능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는 해도, 그거야 운행자의 능력이 일단 받쳐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에반스 주제에’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구닥다리 빗자루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온 건지, 주제파악이 안되나 싶어 제임스는 어이가 없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제임스는 그 날 심판은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쯤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부디 경기 중 어물거리다 선수들 진로방해나 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시합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습관적으로 상대팀 수색꾼의 위치를 파악하다가 제임스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어설프게 둥둥 떠 있기나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해리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블러저를 피하는 것을 본 것이었다. 그 때 제임스의 머릿속으로 해리가 수색꾼이었다는 것은 사실일 거라던 시리우스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 한 번은 우연이겠지 하고 넘겼으나 해리는 그 다음에도 빗자루의 성능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유려한 비행술을 보였다. 후플푸프의 어리바리한 신입 수색꾼이 엉뚱한 곳에서 헤맨 덕분에 해리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비행술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제임스는 해리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스니치는커녕 그 비슷한 반짝임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쟤는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거야, 스니치도 없는데?’

  속으로 투덜거리던 제임스는 문득 해리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는 것을 보았다. 확인하듯 앨리스와 후플푸프 수색꾼의 위치를 확인하던 해리는 곧 황급히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모종의 예감에 제임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해리가 보던 후플푸프 깃발 쪽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스니치가 그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이것도 우연일까?

  제임스가 해리 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 짧은 사이에 후플푸프 깃발 근처에서 반짝이던 스니치는 다시 모습을 감춰버렸다. 일단은 다시 퀘이플에 집중하면서도 제임스는 해리가 스니치를 찾아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 식으로 선수들에게 힌트를 주는 것은 심판으로서는 최악이었지만 만약 선수라면, 나쁘지 않은, 아니 제법인, 아니 꽤 괜찮은, 아니 수준급의―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고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이었다.

  우연일거라고 몇 번이고 생각하다가 잠시 집중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제임스는 상대팀 추격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치고 말았다. 그래도 심판으로도 영 맹탕은 아니었는지 해리는 그리핀도르에 반칙을 선언했다. 심판 지시대로 퀘이플을 넘겨주고 수비로 돌아가다가 해리를 흘끔 돌아보았을 때, 제임스는 해리가 떨어지는 후플푸프 선수를 쫓아 급강하하는 것을 보았다. 구닥다리 코멧140으로 순간 가속시키는 비행술도 비행술이었지만 거의 수직낙하에 가깝게 떨어지면서도 감속하지 않고 최고속도로 따라잡아 후플푸프 수색꾼을 낚아챔과 동시에 급정지하는 것은 웬만한 기술과 배짱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제임스는 그 비행 자체에 솔직하게 감탄한 후에야 ‘아참 에반스였지.’ 하고 새삼 인식했다. 직접 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별로 에반스를 인정씩이나 하고 싶지도 않아 굉장히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시합도 싱겁게 끝났으니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제임스를 보며 시리우스는 피식 웃었다. 자기가 보기에도 해리가 마지막에 보여준 급강하는 대단했다. 슬리데린인 레귤러스도 괜찮은 수색꾼이라는 이유로 맘에 들어 하는 제임스였으니 해리도 원래대로라면 맘에 들어 할 법 했다. 다만 해리라는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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