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스토리 진행 때문에 빠진 장면들입니다.

* 단순한 대사 메모 / 퇴고를 거치지 않은 초고 단계라는 걸 감안해 주세요.




1. 민규와 유경의 대화


“그나저나 열성 오메가와 열성 알파라니. 그분들도 엄청 힘들겠네요.”


민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거북한 단어가 유경의 입에서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민규를 눈치채지 못한 듯 유경이 계속 이야기했다.


“저희 부모님도 열성이셨거든요. 저 낳을 때 엄청 고생하셨다고 들었어요. 낳아 놓고 난 뒤에도 멀쩡히 잘 살아남을지 걱정이 많으셨고요. 다행히 저는 열성이 아니어서 안심하셨지만요.”

“그런 말은 쓰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민규는 유경의 말을 잘랐다. 고개를 갸웃거린 유경이 곧 아, 하고 감탄사를 뱉었다.


“열성 말이죠? 우성에 가까운 알파인 함민규 씨가 쓰면 화를 내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써도 되죠. 당사자들이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요. 차별 문제를 야기하니 쓰지 말자고 사회적으로 합의한 걸 깨지 말자는 겁니다.”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유경이 컵을 만지작거렸다.


“우성과 열성의 구분이 없어졌다고 차별 문제가 사라졌나요? 그럼 알파와 오메가는요. 오메가인 내가 경찰 시험에 붙었을 때, 지구대에 배치되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어땠는지 알아요? 당장 부모님부터 반대하셨죠. 여자애가, 오메가가 무슨 경찰이냐고.”

“…….”

“그렇다고 형질 구분이 없는 세계에서는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갈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거기는 또 다른 문제가 있겠죠.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해서 차별한다거나.”


지금도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형질에 의해 사람을 구분하는 일이 더 많을 뿐, 성별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 또한 빈번했으니까. 침묵하는 민규를 바라보며 유경이 계속 말했다.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용어를 바꾸더라도 차별은 계속 살아남을 거예요. 다른 약자들을 대상으로 삼으면서요. 세분화되었는지, 포괄적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습니까.”

“이건 그냥 제 생각이니까 너무 깊게 마음에 두진 마세요. 그리고 저도 열성 차별하는 거 끔찍하게 싫어해요.”


선을 그은 유경이 화제를 민규에게로 돌렸다.





2. 우진과 도영의 대화


“형 몸도 회복되고, 우리 애도 조금 크면 둘이서 여행 갈까? 애는 부모님께 부탁드리고.”

“같이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면 힘들잖아. 형 임신해서 너무 고생하는데. 푹 쉬다 오면 좋겠어. 우리 둘이서만 행복하게.”


마른 우진은 태아가 성장하면서도 그다지 배가 부르지 않았다. 도영은 우진을 옆에 눕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제일 즐거운 건 아이가 태어난 뒤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설렘도 컸지만, 우진이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3. 러트가 온 도영과 민규의 대화


“민규야. 위로는 해 줄 수 있잖아. 이 정도 위로는. 응?”

“너한테 이러는 거 우진 씨한테 죄짓는 것 같아서 못 하겠어.”

“왜 우진 형인데?”

“…….”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그러면서 나한테는 미안해도 돼? 이젠 여기에 없는 형 눈치 보느라?”

“허도영.”

“대체 나는 어디에 기준을 맞춰서 살아야 하는 건데? 어?”



4. 민규의 독백


“괜찮아. 마음껏 그리워해도 돼.”


“더 울어도 돼. 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너는 아픈 거야. 도영아. 아플 수밖에 없어. 네 심장이 잘려 나갔으니까.


피 흘리는 사람에게 울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잊어버려야 빨리 낫는다며 억지로 상처를 덮어 버리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누구도 네게서 억지로 슬픔을 빼앗을 수는 없어.



살다 보면 언젠가는 완결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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