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머금은 초겨울의 오버잘쯔베르크 마차 바퀴와 굴러떨어지던 와인. 사람을 부를 때는 손짓이 아닌 가벼운 턱 끝으로 툭 가리키며 음악가는 술에 절여 죽어갔지. 돌아갈 수 없으니 공항 주변에서는 서성이며 끄고 오지 못한 가스레인지나 개 먹이 따위에 관심을 두는 오페라 참관자들로 분주. 주머니는 쿠겔 찌꺼기. 인상주의적 풍경화를 그리는 이마와 부딪치고 지갑을 떨어뜨렸을지도. 정물에는 감자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말라비틀어져서는.

린츠에는 논밭이 많을 텐데. 아 그랬었나. 손가락에 접힌 악보는 건들거리며 체크인. 여기도 이민자는 많고 아직도 나치식 경례를 할지 모른다는 농담에 동양인은 질색할 거라며 지나가는 브람스의 초상. 여물어가는 첼로 현을 손으로 가리켰지. 어쩐지 도둑이 없던데. 아뇨 도둑은 많아요. 저런. 제 방 번호가 보이지 않던데. 아마 도둑맞으셨겠죠. 린츠에는 논이 있을 텐데. 그곳엔 그릴만 한 감자나 친절한 모차르트를 만날지도. 아하하 그렇네요. 짓궂으셔라. 말하는 사이에라도 잡았으면 버스는 벌써 타고 있었겠네요.

버스를 놓쳤을 리는 없다. 갈 수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테니. 모자를 쓰고 마르크스를 읽는 해군에 물어봤다. 그는 알프스 출신이다. 연신 들리는 기침 소리에 총을 꺼내 보인다. 발등을 겨눈다. 못된 민족주의자. 그래도 계절마다 자코뱅을 즐기고 가슴 한쪽에는, 모르지 황제가 돌아오는 꿈이라도.

Wien의 버스에서 다시 찾아보던. 그러나 호텔 주인의 이름은 까먹었고 가이드 삼아 같이 데려온 친구는 맥주를 들이킨 뒤 어디론가 넘어갔다. 벌써 국경을 넘어 시야에 비치지 않는 양 때. 목동을 만나 오리온자리를 보면서 어깨 위로 스르륵 잠이 들어 고개를 돌리면 보였지. 호숫가의 피리 소리로. 후유증은 이만 돌려주셨으면 Wien에서 떨어져나온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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