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칭 회사라고 부르는 곳에 다니고 있다. 실제 이름은 재난방지 및 문명 수호이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나는 그 회사 내에서도 공격 1팀에 속해있었다. 공격 1팀은 그 이수혁이 팀장으로 있는 팀으로 공격 1팀에 속해 있다고 하면 회사 내에서도 부러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 1팀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알면 다들 기절하리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 팀은 막내 1명이 팀장을 휘어잡고 있다. 그 이수혁을 휘잡고 있는 막내의 이름은 김록수로 팀장 말로는 대격변이 일어나고 신입을 구해준 후 쉘터에서 같이 지냈다고 하는데 그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수혁 팀장은 이 막내를 정말 아낀다. 그래서 이수혁 팀장은 이 막내가 무슨 일을 하든 봐준다. 그래, 예를 들면 이런 일이다.


*


 오늘은 막내의 기분이 나빠 보였다. 공격 1팀에서 막내라고 하면 보통은 김록수를 말했는데 팀장이 막내라고 부르다보니 다들 막내라고 부르게 되었다. 원래도 막내는 좋은 인상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지만 기분이 나쁜 막내는 건드리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내려와 있는 막내를 보며 내 자리에 옆에 앉은 민성이에게 물었다.


 “오늘 막내 왜 저래?”


 내 말에 민성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수혁 팀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팀장 머리 보면 알아.”


 민성이의 말이 끝나고 나는 이수혁 팀장이 서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왜 민성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이수혁 팀장은 평소에 머리를 길게 묶고 다녔는데 허리까지 오던 머리 길이는 반이 되고 뒤통수에 동그랗게 땜빵이 있었다. 이수혁 팀장의 머리 길이가 반이 되는 것은 드물어도 땜빵이 생기는 경우는 많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까지 되었는지 짐작이 갔지만 혹시나 몰라 민성에게 물었다.


  “땜빵은 막내가 만들었겠고 팀장 머리는 어쩌다 길이가 반이 됐어?”


 내 물음 듣고 옆에 있던 민성이가 막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오늘까지 해야 하는 서류를 록수에게 떠넘겼다나봐. 근데 내가 듣기로는 막내가 이번 달에 괴물 자료 정리하려고 거기에 매달리려고 했단 말이야? 그래서 며칠 째 회사에만 있는데 팀장이 저렇게 서류를 매번 떠넘기니까 폭발한 거겠지.”


 민성이의 말을 들은 나는 막내를 바라보았다. 막내는 연신 이수혁 팀장의 욕을 하고 있는지 이수혁이라는 이름과 쌍자음이 계속해서 들렸다. 손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막내의 모습을 보다가 막내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막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인영 선배였던가요? 팀장이 맡긴 서류가 많아서 그런데 검토좀 해주실 수 있습니까?”


 막내의 목소리는 이수혁 팀장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소리와 관련된 능력을 각성한 내게는 충분히 들릴 만큼 컸다. 나는 막내의 말에 입모양을 뻥긋거렸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게.’


 그때까지의 나는 막내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때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그 뜻을 알았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내는 내 입모양을 보더니 대답했다.


  “그러면 사내 메신저로 인영 선배의 도움이 필요한 서류를 보내 놓을 테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막내의 대답을 듣고 나는 사내 메신저로 들어가서 그 막내가 도움을 청할 정도면 꽤나 까다로운 서류가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막내가 보낸 문서를 확인했다.


 “한국 D구역의 1분기 현황보고서?”


 문서 1페이지 제목과 막내가 손댄 부분을 제외하면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채워져 있었다. 중구난방으로 채워진 내용은 팀장 나름대로 양식에 맞춰 정리를 했다지만 내가 보기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팀장이 문서 작업을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제출인데 처참하게 망한 문서 상태를 보며 왜 막내가 팀장의 머리 길이를 반으로 만들어놨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나는 말 한 마디를 잘못한 죄로 자발적인 야근의 길로 들어섰다.



*


 결국 한국 D구역의 1분기 현황보고서는 막내와 내가 잠도 안자고 2일을 매달린 결과 그럴 듯한 내용이 되었다. 그 동안에 마 이사가 공격 1팀 사무실을 한 번 방문했고 그 이후에 이수혁 팀장은 한 번 더 막내에게 머리를 뜯겼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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