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절임.

비속어 주의

브금 들어주시겠나






중간 고사 한번 보고 나면 기말 순식간이다. 준비도 안된 우리에게 예고도 없이 성큼 다가오는 기말이랄까. 중간고사 전 그러니까 김여주는 대략 3주 정도를 야자 3교시까지 했음. 근데 이제 2주 정도 때 이동혁네 무리 우연찮게 만난 거였고. 암튼 중간 고사 2주 정도 남기고 그 날 이제노랑 나재민이랑 버스 같이 타고, 이제노랑은 집까지 트게 됐음. 나재민이랑도 문자 몇 번 주고 받았었고. 근데 이런 게 김여주 공부하는데 방해가 됐느냐? 그럴 거였으면 신입생 대표 못 했다 이거야. 그 오빠들 상당한 미모를 지녔다고 하지만 고 1 나부랭이한테 곧 졸업할 고3이라. 약간 서로한테 독인 관계임. 제 아무리 공부 안한다고 하더라도 고3은 십대 시절 제일 중요한 시기고 고1은 뭐 안 중요하나? 학교 생활 적응 해야지 월 마다 오는 모의 고사 준비하랴 중간 기말 챙기랴 김여주는 또 선도부에다가 학급 회장이니까 얼마나 바빠 죽겠어. 중간 고사 끝나고 기말 고사 한 달 전 정도였나. 다음주면 기말 고사까지 3주 남은 시점이라 김여주 다시 야자실에 처박혀야 했음. 


"야야야 이영민 너 해야 한다고!!!"

"아.. 이거 꼭 나가야돼..?;”


학교 행사는 5월에 가장 많이 몰려 있음. 날이 선선하니 좋잖어. 5월에 있는 행사, 당장 다음주에 닥칠 행사가 반 대항 전이었음. 축구/피구 두 가지 종목으로 반 대항 전 펼쳐서 이기는 반한테는 이제 맛난 거 주는 행사. 학급 회장인 김여주 존나 골치 아파 졌다 싶었음. 아니나 다를까 반 대항 전 관련해서 자율 시간에 말하려 하기도 전에 애들 난리법썩. 남자애들 벌써 부터 목숨 건 듯 선발 명단 짜고 있고, 여자애들은 벌써 부터 나가기 싫다는 듯 티를 팍팍 내고 있었음. 참가가 자유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혹시 모르니까 피구 쪽도 명단은 짜놔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김여주가 종이 들고 여자애들 있는 곳으로 감. 일단 짜놓기만 하자. 내가 쌤한테 한번 여쭤볼게. 어르고 달래서 대충 명단까지 짰음. 당연히 김여주 들어가 있었음ㅋ 게다가 주장임; 애들 다 하기 싫어하는데 나라도 하고 싶나? 그냥 이 개같은 회장이라는 직책과 책임감때문이지.


"먼저 참가는 자유래. 기권해도 된다고 하셨어."


그리고 정확히 이틀 뒤에 다시 김여주 앞에 나가서 참가 여부 말했음. 여자애들 그 말에 안도하고 남자애들은 어차피 참가 자유라해도 무조건 나갈 생각이어서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음.


"그리고 이번에는 우승한 반한테 피자랑 햄버거 준대."

"?!"


근데 이제 그 뒤에 나올 말이 제법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지. 학교에서 외부 음식을, 그것도 피자랑 햄버거? 우승 한 반한테만 주는 특급 혜택! 다른 반 애들 와서 창문에 달라붙은 채 부러워 죽는 그 눈빛. 얼마나 짜릿한 줄 알어? 그 말에 남자애들 흥분 해서는 이거는 해야한다. 질 생각을 안하면 된다. 여자애들 설득이나 하고 있고 여자애들 죽어도 나가기 싫은데 상이 제법 쏠쏠해서 고민이 됐음. 솔직히 김여주도 그 말 들었을 때 학교가 돈이 남아서 이러나 싶었음; 보니까 2학기 때는 2학년이 농구/발야구로 종목 조금 바꿔서 대항전 펼친다고 하던데. 1학기에는 1학년이 축구/피구 하는거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김여주네 반 도합 1학년 반 전부가 축구/피구 전부 다 참여하게 됐음. 연습이랄 것도 없었음. 토너먼트로 대진표 결정되었는데 김여주네 2반은 5반이랑 붙는다네. 5반 축구 잘하는애 있다고 남자애들이 존나 벼르고 있었음. 여자애들은 대충 체육 시간에만 팀 나눠서 연습하는데 남자애들 점심 시간/방과후 가릴 것 없이 존나 열정적이었음. 


"아! 패스 하라고."

"했잖아!! 니가 개발인걸 나한테 지랄이야."


난 왜 여기에 있는건지. 점심 시간에 그렇게 연습해놓고 어떻게 체력이 남는지 종례 때 지들끼리 빨리 안 가면 다른 애들한테 뺏긴다면서 후다닥 나갔음. 당번인 남자애도 같이 나가서 김여주 혼자 청소 했다고요ㅠ 이미 나가버린 새끼 더러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고 한숨 푹푹 쉬며 책상 올리고 쓸고 대걸레질까지 하고 문 잠그고 출석부 교무실에 넣었음. 당번 끝!~ 아 빨리 집 가서 어제 먹던 배스킨 라빈스 먹어야징~ 제법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가 축구 하고 있는 반 애들 피해 운동장 라인을 따라갔음. 


"어어!! 여기!! 김여주!!!"


그러다가 이제 어어 김여주!! 제 이름 부르는 소리에 고개 돌려보니까 자기들 축구하는데 점수 판 넘겨줄 사람이 없다고 좀 넘겨달래. 거절하려고 했는데 땀에 절은 애들 보니 또 마음이 약해졌음.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고. 대충 눈치 봐서 조금만 있다가 빠져나가야겠다 싶어서 알겠다고 하고는 운동장 라인 중앙에 있는 점수 판쪽으로 가 앉았음. 백팀 청팀. 각자 색 맞춰 팀 조끼 입어서 누가 백인지 청인지 구분은 갔음. 

지들끼리 막 싸우기도 하고 골 넣으면 좋아죽기도 하는데 괜히 김여주도 집중되고 그랬음. 축구 제법 재밌을 지도...? 


"와 쟤들 축구 하는 거 봐."

"이번에도 하나보지. 그 축구랑 피구."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지... "

"누구 때문에 쳐발렸지."

"자책골 넣은 새끼가 누구더라."

"아 갑자기 축구 하고 싶다. 인정?"

"응 너만."


약 30분 정도 지났을까 이만하면 됐겠지 싶어서 일어났음. 존나 열정적으로 축구 하고 있는 반 애들한테 먼저 가본다고 소리 치기도 전에 뭐하다가 이제 나오시는지 학교에서 이동혁네 무리가 슬렁 슬렁 나왔음. 그러면서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있는 애들 보고 라떼는 시전. 이제노는 여전히 뒤에서 핸드폰이나 만지고 있었고 나재민은 라떼는 시전 하는 이동혁 칼 차단했음. 너 때문에 처발렸지. 응 자책골은 너~ 딱히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여서 어렴풋 대화 소리가 들렸음. 근데 또 인사하기에는 애매한 거리였을 뿐더러 저 오빠들한테 오빠들? 안뇽하세요~ 하고 굳이 먼저 나서서 인사할 사이는.. 아니니까. 개인적으로 연락 한 적은 그때 한 번 뿐이니까. 애초에 저 오빠들이나 김여주나 서로 연락할 명분은 없어서. 2년 전 수련회 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게 뭐.. 회상도 하고 사과도 하고 할 거 다했는데 무슨 연락을 해?

그래서 그냥 대화소리도 점점 멀어지고 하니 저 오빠들 대충 가면 나가야겠다 싶었음. 가방 멘 채 멍하니 애들 축구하는 모습이나 보고 있었는데 체육복 바지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을 냈음. 엄마인가 싶어 별 생각 없이 화면을 켰는데 말이다.



<+82 10-xxxx-xxx2


오늘 야자해??



나재민이 왜...? 그 날 이후로 처음 오는 문자였고 딱히 이 오빠를 무어라 저장 하기도 뭐해서 그냥 냅뒀더니 열 한 자리 번호가 그대로 두둥. 갑자기 연락 해서는 대뜸 오늘 야자 하냐니. 문자의 의도를 깨닫고자 뚫어져라 핸드폰을 바라봤음. 


"야!! 김여주!!!!"


그러다가 이제 자기 이름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 들었는데 보니까 백팀이 한 골 넣은 모양이야. 점수판 안 올리고 뭐하냐 이런 눈빛들이길래 아 어어..; 오른쪽의 백팀 점수판 올리니까 그제서야 모여 있던 시선이 흩어졌음. 아 근데 이제 가야되는데. 그 오빠들도 갔겠다 더이상의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자리에 일어나려고 했음. 



<+82 10-xxxx-xxx2


오늘 야자해??

딱 기다려



시발. 다시 온 문자에 놀라서 여주 핸드폰 떨굴 뻔 한거 겨우 참고 슬그머니 아까 이동혁네 무리가 지나갔던 곳 쳐다봤음. ^^ 나재민 선두로 뒤에서 그 뒤로 계속 핸드폰만 봤던 이제노도 1학년 남자애들 축구 하는 거 대충 훑어보면서 오고 있더라. 어라 이게 누구신가?~~ 이와중에 이동혁 저 지랄 하면서 손 방방 흔들면서 오더라고. 점수판 넘기라고 애들이 제 이름 부른 게 이런 화를 불러 일으킬 줄이야.


"너 왜 내 문자 답 안 해?"

"아... 하려고 했는데,"

"너 1학년이랑 연락해? 미친 야 나재민 이 새끼 완전 도둑놈 아냐?"

"아 뭔; 지랄 하지마 좀;"

"뭐야 나재민 여자친구 생김?"


왜 자기 문자에 대답 안 하냐는 나재민 뒤로 오빠들 기어코 김여주한테 와서는 지들 하나씩 말 얹고 있음. 학년 마다 체육복 색이 달랐는데 노란 색인 제 체육복 색 보고는 한 오빠가 1학년이랑 연락 하는 나재민 도둑놈 아니냐는 말을 시작으로, 다른 오빠가 나재민 여자친구 생긴거냐며 되도 않는 소릴 하길래 존나 놀라서 아니라고 손사래 칠려고 했음. 


"그런 거 아니야."


이제노가 대신 개정색 빨고 대답해줘서 입 도로 다물었음^^ 그러면서 또 지들끼리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존나 재밌는 구경거리 발견 했다는 듯 하이에나 같은 눈으로 김여주 훑고 있음. 시발 아 그냥 그때 튈걸. 나재민 문자 때문에 도망 못 간거 속으로 존나 후회했음. 슬쩍 운동장 보니까 3학년 형들이 갑자기 자기네 반 여자애 한명한테 저러고 있으니 괜히 험악한 분위기 형성 된거 같고.. 뭔가 김여주가 위험한거 같은데.. 또 은근 무섭고.. 축구 하던거 멈추고 이쪽 뚫어져라 바라보는 같은 반 남자애들.. 그래 너네가 무슨 힘이 있겠니. 뚜벅 뚜벅 당차게 걸어 와서 저희 반 회장한테 무슨 볼 일이세요? 이건 다 소설이지, 응 그치.


"얘들아~ 나도 껴주라!~~~"


이동혁의 미친 친화력도 소설이라고 해주세요. 이동혁이 어디 갔나 했더니만 대충 한 쪽 어깨에 메고 있던 메신저 백 내팽겨치고 운동장 중앙에 모여있는 1학년 남자애들한테 자기도 껴달래; 미쳤나봐. 1학년 한테 3학년은 쌤들보다 무서운 사람이에요ㅠ 어떻게 거절해. 애들 또 어색하게 아 넵..! 이러면서 허락함; 이게 맞아...? 김여주 이 모든 상황이 불편해서 머리가 지끈 거리더라. 


"저 미친놈은 애들 하는데 꼽사리끼고 지랄이네."

"그러면서 닌 몸 왜 푸는데;"

"꼽사리 2 나가요~ 야야!! 나도 해도 돼??!!"

"하..; 진짜 좆밥 새끼들이 입은 잘 털어요."


좆밥 새끼들이라면서 왜 좆밥 사이에 낄려고 하세요. 이 오빠들 하나 둘씩 가방 벗어 던지고 체육복도 아니고 축구화도 아니면서, 컨버스 처 신고 축구 하려고 하는데요. 총 이동혁네 무리 다섯 이었는데 이동혁 포함 세명이 벌써 축구 하겠답시고 운동장 나가서는 1학년 애들이랑 섞여서 팀이나 짜고 있음. 이제 남은건 김여주 양 쪽에 서 있는 이 두명인데.


"너 할거야?"

"안 해. 더워 죽겠는데. 넌?"

"나도, 별로."


아니 왜 하필 이 둘만 쌍으로 안 하고 여기 우두커니 서 있는데; 실상 다섯 중에 이 둘이 축구 제일 잘하고 좋아하게 생겨먹었는데 왜 안 해? 살짝 언짢은 눈으로 둘 힐끔 거리는데 갑자기 번뜩하고 좋은 생각 하나 떠올랐음. 이 둘 안하는거면 둘이서 사이좋게 점수판 넘기면 되는거 아님? 난 집 가고!


"어디 가."

"저 급한 일이 있어가지고.."

"뭔데. 오늘 야자 안하는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그래서, 집 간다고?"

"...네. 축구 안 하시는거면 저 대신 점수판 넘겨주세요."


김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왼쪽의 이제노가 어디 가냐 물어 대충 얼버무려 답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서 오늘 야자 없는게 아니냐며 나재민은 되물었고 그래서 갈거냐며 은근히 압박을 하는군요. 근래 들어 맨날 야자실에 처박혀 있어서 오랜만에 빨리 집 좀 가서 잉여로운 생활 좀 즐기려고 하는데 뭐요. 자기네들은 축구도 안할 거면 바쁜 나 대신 점수판이나 넘기세요. 그리고는 딱 한 발자국을 뗐는데 말이죠.


"야 갑자기 좀 쌀쌀하다 날씨가."


왜 나재민은 한쪽 가방에 걸쳐 있던 제 백팩, 저쪽 한곳에 모여 있는 가방들 더미로 던져놓고는 다리 풀고 있으며,


"같이 가. 대충 보니까 너까지 가면 저기 짝수 안 맞아."


왜 이제노도 같이 메신저 백 내려놓는데; 


"뭐야? 너네도 하게?"

"아 뭐야 그럼 쟤네 무조건 떨어뜨려야돼."

"나랑 얘 1학년 때 쟤네한테 개발렸었어; 붙여놓으면 절대 안됨."


뉘엿 뉘엿 지고 있는 해를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김여주는 손을 말아쥐고 책상을 쳤고 그 진동에 의해 책상 끄트머리에 아슬 하게 놓여있던 점수판이 뒤로 넘어갔음; 이 씨이발... 점수판이고 반 대항전이고 뭐고 다 엎고 싶었다.





고등학교에서 재회한 그 오빠





그 날을 기점으로 약 일주일 뒤 열린 경기에서 딱 한 번 승리 하더니 그 이후로는 족족 패했음. 그냥.. 김여주네반은 체육 잼병이었던 거임. 피구는 또 어떻고. 억지로 나가는 애들한테 뭘 바라겠나 싶지만 축구는 한 번 이기기라도 했지 피구는 첫 상대팀부터 드럽게 잘 못 만나서 피구공 던지는 족족 같은 반 여자 애들 아웃됨. 야외에서 진행 되는 축구와는 달리 피구는 체육관에서 진행 했는데  체육관에는 구경하러 온 사람이 바글 바글. 더위 피할겸 겸사 겸사 경기 구경 하러 제법 많은 학생들이 왔었음. 지나가던 쌤들도 힐끔 구경 하러 오시고. 마지막까지 남은 애가 김여주였는데 이럴 때도최선을 다하는 우리 김여주는 눈을 부라리고 피구공 슉슉 피하고 있었음. 내가 마지막 희망 횃불이다앜. 이지랄..


“김여주으!!! 파이티잉!!!!-”


근데 그러던 중에 이제 체육관 출입문 쪽에서 김여주 파이팅!!! 그 소리 들리자마자 공 맞고 아웃됨ㅋ 아. 김여주네 반 애들 다 탄식하고 상대팀은 드디어 아웃된담서 지들끼리 좋아함. 삼삼오오 모여있던 애들도 흥미 잃어서 자기네 친구들끼리 가버림. 피구 경기 라인 따라 한데 모여있던 애들이 여기 저기 흩어지고, 김여주도 대충 같은 반 애들 위로 받고 있었는데 별안간 자기 맞고 떨어져 데구르르 굴러간 공이 보이질 않아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음. 어디갔지 싶던 와중에 제 앞에 들이밀어지는 새하얀 피구공. 


"이거?"


주변에 있던 같은 반 여자애들도 그 공을 든 주인을 쳐다봄. 조끼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넥타이랑 셔츠 하나만 덜렁 입은 이제노가 공 주워서 제 앞에 건넸음. 1학년 햇병아리들 3학년 선배들, 그것도 존나 잘생긴 오빠(^^) 보니까 지들끼리 수군 수군. 야 미쳤다;.. 그런 이제노 뒤로는 이제노 교복 차림 보다 더 가관으로 아직 5월인데 벌써부터 열린 하복 아래 검정 티 받쳐 입은 나재민이 제 입에 빠삐코로 추정되는 아이스크림 문 이동혁 뒷덜미 잡고 왔음. 존나 으프네...; 이동혁 아이스크림 때문에 발음 뭉개져서 오른 손으로 왼쪽 팔 어루만짐. 아마 나재민한테 한대 맞은 듯.


"아니 김여주야 너는 무슨 내가 응원하니까 바로 아웃 되고 그래?"


타이밍이 그렇게 된 거일 수도 있긴 한데 제 이름 들리자마자 집중력 좀 흐려진건 사실임. 이동혁 때문에 진 건 아닌데 그냥 마지막 남은 사람이 자신이라 어쩔 수 없이 지게 된거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응원해준 것은 되게 고맙긴 한데요, 자기 이름을 그렇게 크게 불러재끼면 누가 안 돌아봐요. 이제노한테 공 받아들고 또 머쓱해서 볼만 긁적이고 있으니 제 입에서 빠삐코 뺀 이동혁이 다시금 말해오더라.


"근데 너 진짜 산 타는 다람쥐 같더라. 개 빠르던데."

"다람쥐가 아니라 청설모겠지;"

"오 7등급이 웬일이냐. 그런 것도 알고."

"아 시발, 니는 8등급이잖아;"


산 타는 다람쥐 같다고 하니 옆에 있던 나재민이 다람쥐가 아니라 청설모라 정정 했는데 또 어쩌라고 시전하는 이동혁은 멋대로 나재민 등급 까발림ㅋ 나재민도 이에 질세라 어쩔 닌 8등급. 지들끼리 또 어쩔 티비 저쩔 티비 응 꺼져 응 니 얼굴. 유치하게 투닥 거리는 거 보니까 당장이라도 뒤에 반 애들 데리고 체육관 나가고 싶었음. 왜 창피함은 내 몫인가.


"....?"


이동혁이랑 나재민 투닥 거리는거 존나 한심 하게 보고 있는데 옆에서 진득한 시선이 느껴지길래 슬쩍 돌아봤음. 이제노는 뚫어져라 김여주 얼굴 쳐다보기만 하더니 음. 이러고 지 혼자 고개 돌림. ..?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 괜히 볼 문질렀음. 씨댕 갑자기 얼굴 공격 들어와서 개놀랐네. 괜히 기분 꽁기해져서 이제노 뒤통수만 은근히 쳐다봤는데 옆에 있던 여자 애들 중 한 명이 작게 귓속말을 해왔음. 여주야 너 저 선배들이랑 친해? 

친해? 저번에 야자 끝나고 버스 정류장 앞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도 이런 비슷한 질문 들은 거 같은데. 너 쟤랑 친해? 그랬을 때 아마 이동혁이, 존나 친하지~ 이랬지 참. 근데 그건 이동혁만의 생각이구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김여주의 친하다는 기준은 상대랑 사적으로 만나서 밥 먹을 수 있을까. 이거였음. 이 오빠들이랑 사적으로 같이 밥먹기 가능?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아는 사이..”

"……"


놉 불가능.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서로 알은 체 하고 대화하는 것도 장족의 발전이라고요. 여자애의 물음에 그저 작게 중얼거렸음. 그냥 아는 사이. 그러니 여자 애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네들 먼저 간다고 하고는 여자애들 데리고 체육관을 빠져나감. 나가면서 또 지들끼리 꺅꺅 속닥이면서 뒤를 힐끔였음. 대충 누구 얘기하는지 알겠다 싶었지. 보나마나 이 셋, 안 봐도 비디오임. 아마 당분간 반 내에서는 김여주가 아는 오빠들 존나 잘생겼다는 말이 흉흉하게 돌겠다 싶었음. 아 오늘 저녁부터 핸드폰이 불티나게 울리겠네. 이건 망상 같은 게 아니라 선견지명이다 이거야. 벌써부터 피곤해 일단은 제 앞에 이 오빠들한테서 벗어나자 싶어 피구 공도 도로 자리에 가져다 놓을 겸 체육 창고로 발을 틀었음. 


"아 맞다 김여주야 너네 반 축구 어떻게 됐어. 저번에 이겼던데. 그때 우리가 연습 상대 해줘서 그래. 게다가 내가 또 코치 해줬그든. 나 별명이 이딩크잖아."

"그거 이기고 다음 경기 져서 떨어졌어요."

"?"

"아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육 창고 가는데 이 오빠들은 반 안돌아가고 김여주 졸졸 따라서 반 축구 현황에 대해 물었음. 이동혁은 자기가 연습 상대는 물론 코치 까지 해줬을 뿐더러 자기 별명이 이딩크라며 자랑스러워했음. 근데 이제 바로 체육관 창고 열고 김여주가 피구 공 모여 있는 바구니에 던지며 말했지. 그거 이기고 다음 경기 져서 떨어졌어요. 이동혁은 이마에 물음표 달고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고 옆에 있던 나재민이랑 이제노 개터져서 지들끼리 박박 웃었음. 김여주도 말하고 나서 본 이동혁 표정이 진짜 기막혀 하는거 같아서 픽 웃었음. 아니, 아니 김여주야 그때 애들 집합 좀 시키자. 체육관 나와서도 김여주 옆에서 걔들 집합 좀 시키자고 이게 말이 되냐, 내가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 이미 끝난 게임 관해서 자기 혼자 진짜 감독이라도 된 듯 열변을 토하던 도중에 갑자기 무언가 생각 났다는 듯 뒤를 돌아 뒤따라오는 나재민과 이제노에게 삿대질 했음. 아!


"저 새끼들 때문에 그래."

"갑자기?"

"존나 쓸데 없이 열심히 했잖아. 난 무슨 월드컵인줄."

"골 하나도 못 넣은 개발 이동혁 선생이 할 말은 아니지."

"아니 김여주야 너도 그때 봤지. 쟤네 골 넣고 온갖 똥폼은; 진짜 누가 본다고."


갑자기? 어이 없어 하는 이제노를 시작으로 개발 이동혁 선생이 할 말은 아니라는 나재민. 똥폼..? 까진 아닌거 같은데. 이제노랑 나재민은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축구를 잘 했음. 둘이 공 잡을 때면 괜히 더 집중해서 보기도 했으니까.. 근데 이런 거 말하면 어라? 너 김여주야.. 너어?~ 이럴까봐 그냥 못봤던 척, 아네넹..; 그냥 대충 옆에 이동혁 말에 맞장구 쳐주고 있었음. 그거 뒤에서 보는 놈들은 괜히 뒷목이 뻐근했다지.

그때 나재민과 이제노는 각각 2골을 넣었음. 딱히 세레모니 같은 건 안 했어. 그냥 골 넣으면 다가와 제 친구들은 존나 잘한다며 빡빡 등이나 쳤고 대박이라며 엄지나 치켜 올리는 1학년 애들 사이, 저 멀리 홀로 앉아있는 김여주를 슬쩍 쳐다봤었음. 


"어 엄마... 나 좀 늦게 갈 거 같아. 아니 그건 아닌데..."


아니 점수판 말고 나를 봐야지.


"얘네 뭔데 땀을 이렇게 흘려."


그리고 그날 경기가 끝난 후, 둘은 누구보다 땀에 젖은 채 집에 갔는데..


“그니까ㅋㅋㅋ 난 얘네가 무슨 내기라도 한 줄.”

“………”


둘 중 한 명이 땀에 젖어 교복 셔츠 펄럭이는 모습이 김여주한테 상당한 자극을 불러 일으켰다고.





고등학교에서 재회한 그 오빠





<+82 10-xxxx-xxx8


닮았어

아 나 이제노

저장해


네네


근데 진짜 닮았어

너랑 청설모


영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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