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 황태자의 유희]

오메가가 싫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메가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과한 페로몬도, 그걸로 알파를 함락시킬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그 태도도 거북했다. 그런 의미에서 브티는 좋았다. 오래 전부터 궁에서 일해 어떤 일이든 능숙하게 해내고 그런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브티 역시 오메가를 싫어하는 알파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좋았다. 브티 역시 나에게 같은 끌림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날의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날은 하임 쿠흐와의 혼인이 결정된 다음날이었다.


"전하, 이제 이렇게 만나는 건 그만하죠."

"뭐...?"

"이제 철이 들어야지요. 전하도 저도 이제 성인이고, 아직까지는 저희 사이를 의심하는 이들이 없지만, 언제 어떻게 들킬지 모릅니다. 벌써 궁에는 전하께 정인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알고는 계신지요? 황태자 전하와의 추문은 제 앞길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송구스럽지만... 저희 사이는 어린 시절의 가벼운 유희 정도로 생각하고, 정리해야 함이 옳은 줄 압니다."

"그래서, 지금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겠다...?"

"예. 앞으로 이리 따로 찾아오지도 마시고, 선물을 챙겨주지도 마십쇼. 제게 관심을 거두세요."

"왜... 도대체, 왜..?"

"왜냐니요, 방금 전부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그런 줄 알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임 쿠흐. 그자와의 혼인 소식이 브티에게 영향을 준 것임이 틀림 없었다. 자신이 버림받을까 두려운 것일까?


하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결국 브티도 나를 선택하게 될 테니. 같잖은 오메가 따위가 막을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그래, 뭐. 우선은 원하는 대로 하게 둬 보지. 질투하는 것도 꽤나 귀엽고."


그러나 브티가 얼마 가지 않아 내게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며 용서를 빌 것이라는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브티는 내가 결혼식을 진행하는 날까지 단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자존심을 먼저 굽히고 브티에게 찾아갔다.


"브티, 오랜만인데 반갑지 않아?"

"예, 전혀요. 왜 찾아오셨습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 드렸는데요."

"하.. 브티, 질투하는 것도 귀엽긴 한데, 적당히 하지 그래?"

"질투요..?"

"그래, 질투. 너 지금 내게 비가 생겨서 그를 질투하는 거잖아."

"예?"

"걱정하지 마. 뭐 그런 걸 걱정하고 그래. 황태자비가 될 사람이 오메가라는 소식 들었지? 그리고 나는 오메가를 싫어하고. 혹시라도 내가 널 버리고 오메가에게 마음을 줄까 걱정하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이야."

"... 예...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군요?"

"뭐, 아니야?"

"하, 그래요. 그리 생각하십쇼. 그럼 저는 전하께 버림 받는 것이 두려우니 이제 그만 합시다."

"아니,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전하를 어찌 믿고요?"

"그건 이미 잘 알고 있잖아, 나는,"

"더는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돌아가세요. 다시 찾아오지도 마시구요."

"... 내게 화난 것이 있는가 보구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말을 해 보거라. 용서를 구하마."

"아뇨. 그럴 필요 없으니까 돌아가시라구요."

"... 그래, 오늘은 돌아가 보마. 다음에 또 찾지."


그렇게 기분이 바닥을 치는 상태로 나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티 낼 수는 없는 법. 나는 사람 좋아 보이는 가면을 쓰고 모두의 앞에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태자비를 태운 마차가 도착했고, 그 문을 거침없이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페로몬. 왠지 모르게 익숙한 향이었다. 이제껏 맡아본 페로몬 중에는 가장 거부감이 덜 했지만, 그래도 오메가의 페로몬일 뿐이다. 게다가 이런 공석에서조차 조절을 못하는 꼴이라니. 아무리 발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보다 더 천박할 수 있을까? 나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그 문 너머의 사람을 가면을 쓴 미소로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나의 신부."

"..."


마차에서 내리라는 의미로 손을 뻗었지만, 상대는 내 손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팔이 아픈데요. 어서 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아... 송구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눈치도 없고 행동도 느릿한 것이 브티와는 영 딴판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딱 경멸하는 부류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며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제국의 통치자로서 제국을 바른길로 이끌어 나갈 것을 약속합니까?"

"네."

"예."


식은 너무나도 지루했고, 내 머릿속은 온통 브티의 화를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로 꽉 차 있었다.


"이 시간부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세상에 공표합니다."


-짝짝짝


그때 깊은 생각을 깰 정도로 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예식이 모두 끝난 것이다. 나는 우선 그와의 관계에 선을 그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꺼냈다.


"나의 신부님. 그럼 이제 저희 둘만의 시간을 가져볼까요?"


그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따로 불렀는지도 모르면서 얼굴을 붉히며 내 뒤를 따랐다. 참으로 어리석은 자였다.


"하임 쿠흐."


그래서였다.


"네가 어떻게 쿠흐 백작의 눈에 들어 그 자리를 꿰차고 황태자비 자리까지 앉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내가 싫어하는 오메가라서,


"네가 황후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딱 경멸하는 부류여서,


"나의 관심을 받는 일도 없을 거고."

"예?"


기껏하는 반응마저 멍청해서.


"나의 신부님이 이해력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알려주자면, 내 눈에 띄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야, 지금."

"어..."


아무런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내가 너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거든. 그래서 네게 꽤나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간신히 참고 있는 이 화가, 널 보면 참을 수 없어질 것만 같아서 말이야."

"..."


그저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말로 내뱉을 뿐이었다.


"서로를 존중하기로 약속한 거, 기억하시죠? 제가 신부님에게 화가 났지만, 당신을 존중해서 참고 있으니, 신부님도 저를 존중해서 제 화를 돋우지 마셨으면 합니다."

"아..."

"알아들으셨죠?"

"... 예."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 없었다. 앞으로 차차 이해하게 될 테니까.


"그럼, 저는 제 방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얼굴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련 없이 뒤돌아 그의 방에서 나왔다.


-끼이익, 쿵


코 끝에서 맴돌던 페로몬 향이 사라졌다.





챕터3으로 넘어가기 전, 황태자 시점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끝난 줄 알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던 2챕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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