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다.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제 눈앞에 있는 사진을 집어 들고 이글 홀든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 속에 있는 자신은 무척 어려 보였다. 많이 봐도 15살정도로 보였다. 그 옆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형이었다. 다이무스 홀든. 홀든가의 첫째, 차기 당주. 여러 개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자신이 존경하고, 지금도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이기도 했다.


“잘 지내려나.”

 

어두컴컴한 방안에 유일하게 놓여있는 가구인 침대 위에서 몸을 뒹굴면서 이글은 사진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에 대한 감정을 지우기 위해 집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선택 자체에는 후회하지 않지만 이렇듯, 잠을 자야 할 밤이 되면 그리움에 시달리곤 했다. 그저 처음엔 동경이라고 생각했다. 5살이나 많은 형에 대한 동경.


 

모든 것에서 완벽했고, 또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이글이 어렸을 때부터 천천히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라본 형은 그러했다. 제가 둘 째형인 벨져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것과 같이, 다이무스 홀든이라는 남자에게 품었던 감정 역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안일한 생각이었다. 점차 그 동경으로 둔갑해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이무스를 보면 심장이 뛰었다. 그저 동생에게 하는 작은 스킨쉽, 어깨를 두드린다거나 정도의 그런 스킨쉽에도 심장이 요동을 쳤다.


 

그것은 고작 신호에 불과했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감정을 깨달아감에 따라, 이글은 그의 형을 형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 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감정을 잊기 위해 정리하기 위해, 형은 그저 형일 뿐이라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아무런 말없이 이글은 홀든가를 떠나왔다. 벨져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당연히 다이무스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체로.

 

사진을 가슴 위에 가만히 내려놓고 이글은 눈을 감았다.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외로움, 보고 싶은 이를 보지 못한 그리움이 몸을 뒤덮는 것 같은 기분에 다시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켜 앉은 이글은 하얀 베개를 품에 끌어안았다.


 

어린애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 꼬옥, 정말 힘을 줘 꽉 베개를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오늘따라 더욱이 보고 싶어지는 형을, 대체 언제쯤이면 모든 감정을 정리하고 그저 형으로만 볼 수 있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며 그저 입술을 움직여, 소리를 내어 그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본다.



“다이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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