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제는 나의 OO이 되어버린 형에게



 “그걸 왜 이제 말해. 너 팔자 좋다?”
 “꼬우면 네가 조장할래?”
 “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결국 먼저 입을 다무는 건 창균 쪽이었다. 상일은 금세 입 다물고 김치찌개를 뒤적거리는 창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그게 자랑이냐? 그 둘을 지켜보던 선하는 상일에게 꼽을 줬다. 그래서 답장은? 아까부터 코박고 육개장을 먹던 준우가 묻는다. 오전 강의 내내 죽을 상이었던 애들은 각자 고른 해장용 국을 거의 들이키다시피 한 순간부터 얼굴색이 돌아왔다. 아직 안 했어. 창균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고는 대답했다.


 “나 오늘 수업 끝나고 바로 집 가야 돼. 너희들끼리 알아서 만나.”
 “집은 왜?”
 “엄마 생신.”


 아. 창균을 바라보던 애들이 일제히 똑같은 대답과 함께 눈을 돌렸다. 창균은 오늘 좀 바쁠 예정이었다. 아버지랑 같이 장도 보고 일찍이 음식 준비하려면 오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별다른 일이 없었더라면 애들이랑 같이 갔을 거다. 그럼 일단 우리 오후 수업 끝나는 시간대는 어떠냐고 물어봐. 창균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답장을 보냈다. [혹시 오늘 4시쯤에 뵐 수 있을까요?] 그리고는 다시 숟가락을 든다.


 오늘따라 유난히 학교가 소란스러운 느낌이었다. 3월의 대학교가 소란스러운 건 날이 풀려 슬슬 색깔을 틔워내는 꽃들과 같이 당연한 사실이었다만 오늘은 좀 달랐다. 다 죽어가는 몰골로 학식당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그렇게 도착한 학식당 내부에서도. 창균은 평소보다도 밀집되어 있는 소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창균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인다.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학식당이었다.


 “맞다. 나 아까 여기 오는 길에 존나 잘생긴 사람 봤다.”
 “남자 관심 없다.”
 “구라 안 치고 내가 살면서 본 사람들 중에 그 사람이 제일 잘생겼어.”


 좆돼 그냥. 상일이 제 목을 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민혁이 형 본 거 아니고? 준우가 대답한다. 아마 준우에게 있어서 좆 되는 형은 민혁이 분명했다. 지이잉. 창균은 무심한 얼굴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네.] [저희가 그쪽으로 갈게요. 혹시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하필 날아온 장소가 예전에 뺀찌먹었던 그 장소였다. 창균은 혹여나 그때의 후속작이 나올까 조금은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은 뭐 가릴 게 있나. [네. 그때 뵙겠습니다.]


 “근데 너 진짜 우리랑 같이 안 가봐도 돼?”
 “너희가 알아서 잘 하겠지.”


 번호 알려줄게. 창균은 제 메세지함 맨 위 아직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선하에게 불러줬다. 이번엔 좀 잘 됐으면 좋겠다. 그 테이블에 앉아있던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게 당연했다. 카페 고? 준우의 말에 모두들 빈 그릇을 들고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학식당을 빠져나올 때 창균은 유독 들떠있는 듯한 목소리에 발목이 묶였다. 새내기 딱지 붙인 애들이 웃고 있었다. 수업을 앞두고 웃을 수 있는 것도 새내기들의 특권이었다. 창균은 이미 앞서나간 제 친구들의 뒤를 좇아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수업을 마친 창균은 애들에게 알아서 잘 하라는 말과 함께 학교를 벗어났다.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 민혁에게 도착한 답장은 없었다. 오늘따라 이 형이 조용한 게 좀 이상했다. 평소 같았으면 아까 보낸 디엠에 답장이 몇 개고 와있었을 텐데. 지하철에 올라타기 전 창균은 이어폰을 꽂았다. 네, 아빠. 네. 지금 출발했어요. 네. 30분 정도 걸려요. 네. 창균은 가장 구석진 곳 빈자리에 앉았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은 늘 빈자리가 널널했다.


 이제는 날씨가 꽤나 변덕스러운 시기였다. 어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외출했던 게 기억나 오늘 또 두꺼운 외투를 꺼내면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못해 결국 손에 들고 다녀야만 하는 짐덩어리가 되곤 했다. 오늘이 그런 날씨였다. 어젯밤 술자리에서 춥다고 느낀 게 꼭 먼 과거 같았다. 창균은 결국 소매를 걷었다. 사용감이 느껴지는 손목시계가 드러났다. 창균은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연하게 맺혀있던 땀을 식혔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 거지? 그새 살이 더 빠진 것 같아.”
 “네.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어쩔 수 없이 거짓말했다. 어머니 말씀대로 요즘 좀 입맛이 없어서 끼니 잘 안 챙겨 먹은 지 일주일 정도 됐다. 굳이 걱정 끼칠 필요는 없으니까. 창균은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푸짐하게 쌓아 올린 공깃밥을 보자마자 벌써 배가 부른 느낌이었지만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생일 때마다 아들이 꼬박꼬박 와서 챙겨주니 기분 좋네. 어머니께서 불고기 한 점을 창균의 밥 위에 올려주며 웃는다. 창균은 어머니를 따라 웃었다. 방금 떠 넣은 한입을 넘기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만큼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창균은 좋았다. 빈 그릇에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제가 잘 모르는 부모님의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가 좋았다.


 “창균아.”
 “네.”
 “요즘 뭐 힘든 건 없고?”
 “네. 그럼요.”


 창균은 커피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시선이 커피잔을 드는 창균의 손으로 향했다. 창균아. 네. 밥 좀 잘 챙겨 먹고. 네. 그럴게요. 그리고 네 시계한테도 밥 좀 먹이고. 아. 커피잔을 내려놓은 창균이 제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멈춰버린 시간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터 멈춰있었지? 질문을 던져봐도 그 답을 창균이 알 리가 없다. 적어도 창균에게는 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할 일이 없었다. 네. 창균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만에 방에서 좀 쉬고 가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창균은 2층에 있는 제 방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왔을 때와 이불 커버가 달라져있었다. 창균은 그대로 침대 위에 몸을 뉘였다. 손을 뻗는다. 손목시계를 풀어 제 옆에 내려놓았다. 살갗에 새겨진 흉터를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다. 크고 작은, 깊고 얕은 흉터들. 그리고…. 그 아래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이질적인 흉터에 부자연스럽게 시선이 걸친다. 제 자신이 새긴 적 없으니 그 모양도, 크기도 달랐다. 창균은 그 흉터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거대한 시간의 잔해가 묻혀있는 무덤이었다.


 창균이 팔을 내려 제 두 눈을 덮는다. 흉터를 마주할 때면 온몸이 무기력해졌다. 무덤 속에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기억들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해야만 했다. 설령 창균의 무의식을 비집고 튀어나오더라도 그 기억이 색을 되찾지 못하게 해야 했다. 흑백으로 남겨두어야만 했다.


 창균의 휴대폰이 울린다. 아버지와 함께 장을 보러 갔던 그 시간부터 휴대폰에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쌓여있는 카톡만 100개가 넘었다. [@송재영 @임창균 답장 좀] 창균은 단톡방을 위로 올려 말풍선 하나하나를 읽어내려갔다. 연락 온 그 사람이 같이 하고 싶다고 했댄다. 그 내용에 창균은 한시름 놨다. 게다가 내일 네시에 조원 애들 다 같이 모여서 인사도 해야 하고 통성명도 해야하고 이것저것 설명할 게 많다고 약속도 잡았댄다. [대박인 거 알려줄까? ㅋㅋ 아까 밥 먹을 때 내가 잘생긴 사람 봤다고 했잖아 그 사람임ㅋㅋ] 상일은 운명이니 뭐니 하며 쌓여있던 메세지의 지분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짤막하게 답장을 보낸 창균이 휴대폰을 덮는다.


 그날 자취방으로 돌아온 창균은 오랜만에 제 자신을 괴롭히던 악몽을 마주했다. 잊으려 했던 친아빠의 얼굴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꿈. 꿈의 전개는 늘 똑같았고 등장인물과 결말 또한 바뀐 게 없었다. 익숙한 결말이 보일 때면 창균은 눈을 떴다. 잠에서 깬 창균은 한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속은 무거웠고 머리는 아파왔다. 창균은 그길로 화장실에 가 속을 게워냈다. 바깥공기라도 좀 삼키면 괜찮아질까 싶어 베란다로 향해 창문을 열었을 땐 젖은 흙의 냄새가 났다. 습한 공기는 바람에 섞여들어 숨을 들이쉴 때마다 물에 적신 솜을 입에 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 오늘은 비가 올 게 분명했다. 창균은 살갗을 튿고 나오려는 듯 소리 지르는 흉터를 문질렀다.






 [민혁]
 [민혁아]
 [찾아간다]


 이민혁과 약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터운 우정을 쌓아 올린 채형원은 안 봐도 이민혁이 의도적으로 연락을 제끼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수업 첫날 예술관 건물 1층 게시판에 붙어있던 프린트 하나를 보고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있던 형원은 그대로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이거 창균이 맞아?] 사진과 함께 민혁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그때부터 잠수다. 강의실에 들어와 앉아 수업이 시작되고 쉬는 시간이 될 때까지 민혁은 일관성 있게 잠수를 탔다. 폐활량도 좋아. 기어코 형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막무가내로 주변에 지나가던 애 하나 붙잡고 물어봤다. 여기 실용음악과가 어디예요?


 길게 늘어진 하품과 함께 후드 집업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민혁이 아는 후배들 몇에게 인사한다. 아 맞다, 형. 누가 찾던데요. 누군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어요. 근데 키도 크고 진짜 잘생겼던데. 아. 민혁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적어도 제가 아는 놈들 중에 완벽히 외관적인 요소로만 묘사되는 애는 걔가 독보적이었다. 이게 기어코 찾아오네. 민혁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후드집업 아래 쓰고 있던 모자를 고쳐 쓴다. 형. 같이 한대 하러 가요. 평소 같았으면 바로 따라갔을 텐데 후배놈이 전해준 얘기 때문에 담배 피울 생각 뚝 떨어졌다. 민혁은 대충 손을 휘저어 보였다. 3층. 유일하게 눌려있지 않은 버튼을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분명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가 연락만 제때 받았어도 안 왔지.”


 틀린 말은 아닌데 채형원이 말하니까 아니꼽다. 민혁은 제 앞에 놓인 캔음료를 들이켰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더니 소란을 감지했고 그리고 거기엔 민혁이 향하려던 강의실 뒷문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형원이 있었다. 반대쪽 건물에서 형원을 바라보며 수군대는 애들 덕분에 민혁은 어렵지 않게 소란의 이유를 알아챘다. 안 그래도 키 크고 와꾸 반반해서 눈에 확 띄는 놈이었는데 저렇게 애들 지나다니는 곳에 대놓고 서있으니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대화 주제로 써먹기 딱 좋겠지.


 뭐 하냐? 결국 형원의 앞까지 걸어가 질색하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왜 연락 제껴. 네가 나라면 받겠냐? 복도 한복판에 서서 덕담 한마디씩 주고받는데 주변 애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앞문으로 들어가는 애들도 슬쩍 뒤를 돌아 민혁과 형원을 몰래 쳐다본다. 관심을 바란 적 없었는데 형원이랑 붙어있으니 꼭 우리 좀 봐달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결국 형원을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목이 막히는 것 같아서 캔음료를 하나 뽑고 형원의 몫까지 뽑아줬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더니 의자에 앉아 말똥말똥 민혁을 쳐다보고 있는 그 모습이 거슬려서 그랬다. 내가 분명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가 연락만 제때 받았어도 안 왔지. 민혁이 음료수를 들이킨다. 목울대가 크게 움직인다. 너 근데 나 거기에 수업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형원이 제 앞에 놓인 음료수를 바라본다. 아까 전 실용음악과 건물이 같은 건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형원은 남자애에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남자애가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또다시 지나가는 애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다. 이번엔 ‘혹시 이민혁 알아요?’ 하고. 배짱 좋다, 너. 민혁은 어느새 바닥을 보인 음료수를 입안에 탈탈 털어 넣으며 말했다. 하도 목구멍이 타서 들이켰더니 금세 밑바닥이 드러났다.


 “이거 봐.”


 형원이 오전 일찍 게시판에서 찍은 사진을 민혁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내가 이래서 잠수타려고 한 건데. 민혁이 맨들한 코끝을 두어 번 정도 문지르며 형원의 앞에 놓인 음료를 가져간다. 민혁은 또다시 음료를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어우, 배부르다. 형원이 내밀어 보인 휴대폰 속 사진에는 창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창균이 맞지? 여기서 구라 쳐봤자 얼마 안 가 들킬 게 뻔했다. 그리고.


 “응, 맞아.”


 이 이야기의 전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고. 흐르지 않는 시간은 부패를 각오해야만 했다. 민혁은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단편 영화에 출연하실 분 모집합니다. 민혁의 시선이 한 글자 한 글자를 따라 움직인다. 연락하려고? 형원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민혁은 턱을 괴고 한참 동안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형원을 관찰했다. 연락 안 할리가. 미국 가서 스크린도 진출한 놈이 이거만 한 구실이 어딨다고. 민혁은 모자를 고쳐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샀으니까 네가 알아서 치우고 가라? 민혁이 휴게실을 벗어난다.


 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형원은 테이블 위로 시선을 옮겼다. 음료수 캔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생색내기는. 형원이 픽 웃는다.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쳐다본다. 형원은 눈에 들어온 사진 속 단 하나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줘. 아직도 형원의 기억 속 살아 숨 쉬는 그 목소리가 방황하던 손을 붙잡는다.


 안녕하세요.
 게시판에 있는 내용 보고 연락드립니다.
 혹시 아직도 구하고 계신가요. 






 “형원 오빠도 오티 왔으면 재밌었을 텐데.”
 “그니까.”


 효정의 말을 시작으로 그때부터 그 테이블의 중심은 형원이 되었다. 쉬는 시간 형원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눈치만 보고 있던 애들 중 가장 먼저 형원에게 말을 건넨 효정이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 자리에 있는 애들은 무슨 얘기가 나와도 다 형원과 엮으려 들었다. 술자리 얘기가 나오면 금요일에 신입생들끼리 술 마시기로 했는데 형원도 오라며 술자리를 권유했고, 동아리 얘기가 나오면 형원은 어떤 동아리에 들 생각인지 물었다.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아본 적 없는 형원은 그 관심이 귀찮긴 해도 부담스럽진 않았다.


 “아, 맞다. 오빠 혹시 실음과 이민혁 선배랑 친구예요?”
 “응. 어떻게 알았어?”


 평소 같았으면 대답만 하고 마무리 지었겠지만 형원은 질문 하나를 덧붙였다. 적어도 형원이 겪어온 경험으로는 그렇게 물어봐 주는 걸 좋아했다. 그때부터 효정은 들뜬 목소리로 형원이 묻지 않은 것까지 술술 이야기했다. 아는 오빠가 실용음악과 2학년이라는 것부터 그 오빠가 민혁과 친하다는 것도 효정을 통해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오빠라는 애가 말하길, 형원과 민혁이 함께 있는 걸 봤다고 했다. 형원은 아까 전 학식당 앞에서 효정과 인사하던 남자애 하나를 떠올렸다. 그래. 형원이 물을 한 모금 삼키고 대답한다. 분명 물음표로 끝나지 않았는데 효정은 꼭 형원이 무언가 질문을 한 것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형원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창균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형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4시. 형원은 메세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무어라 적어도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휴대폰에 시선을 박고 있던 형원에게 효정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묻는다. 오빠. 듣고 있어요? 효정아. 너 XX고 나왔댔지. 그럼 혹시 지현이 알아? 연지현. 보다 못한 태선이 효정의 시선을 돌린다. 지현이? 아. 알 것 같은데. 효정은 뱉어내는 일 없이 대화 주제를 바꿨다.


 [네.] 오랜 고민 끝에 적어낸 문자 치고는 단촐했다. 얼마 안 가 창균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형원은 불필요한 말들을 최소화했다. [네. 그때 뵙겠습니다.] 그 메세지를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봤다. 손바닥 위로 길게 누워있던 흉터가 따끔거린다. 형원은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이 흉터는 꼭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무언가를 기억하는 생명체처럼.


 식사를 마친 후 오후 수업이 있는 강의실로 갔을 때 효정을 비롯한 애들은 형원의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 앉았다. 형원은 그게 대충 앞으로 같이 붙어 다니자는 의미라는 걸 알아챌 수가 있었다. 무리가 형성되는 과정은 중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빠 교양은 뭐 들어요? 그 별거 아닌 걸 묻는데도 나혜의 목소리는 둥실둥실 떠다녔다. 형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애들의 목소리는 대체적으로 그랬다. 형원은 이들의 무의식에 깔려있는 호감을 모를 만큼 둔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그 감정에 익숙한 편이었다. 나혜의 질문에 형원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대답을 고민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고 순전히 기억이 나질 않아서였다.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네. 별 웃긴 말도 아니었는데 애들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오늘은 첫 단추부터 뭔가 이상했다. 악몽을 꾸는 바람에 새벽 중에 잠이 깨 습한 새벽이 지나가길 두 눈 뜬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이른 아침이 찾아오자 무거워지는 두 눈 덕에 오전 수업부터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급하게 집어 든 옷이 드라이 세탁을 기다리고 있던 옷이라는 걸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아챘고, 덕분에 고개를 숙일 때마다 가슴팍에 새겨진 얼룩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 불행이길 바라면서 말하는 건데, 젖은 냄새로 코가 꽉 막히는 듯한 공기가 피부를 감쌌음에도 우산을 두고 나왔다. 역시나 수업 중에는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 모든 게 꼭 맞지도 않는 케이스에 억지로 씨디를 욱여넣은 듯한 느낌이 들어 창균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픈 건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창균은 팔뚝을 문질렀다.


 평소 임창균은 어디 가서 밥 잘 먹는다는 소리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밥맛 떨어지게 먹는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었는데 오늘이 그 역사적인 첫날이었다. 너 먹는 거 보니까 입맛 뚝 떨어진다. 준우는 그렇게 말하며 진짜로 숟가락을 내려놨다. 사실 그 테이블에 있던 모두가 오늘 임창균이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며 눈치 까고 쉬쉬하고 있었지만 많아봤자 세 숟가락 정도 비워진 양을 아직까지도 꼬박꼬박 씹어 먹고 있는 임창균 때문에 기어코 준우가 물꼬를 텄다.


 “너 어디 아파?”
 “그런가 봐.”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바로 대답하는 거 보니까 쓰러질 정도는 아니고. 준우가 젓가락을 집어 불고기 한 점을 창균의 앞까지 가져간다. 창균은 그 불고기를 받아먹었다. 아닌가. 기어코 죽을 때가 다가온 건가. 잠자코 받아먹는 창균을 보고는 순식간에 여론이 바뀐다. 야 근데 창균아 너 살도 좀 빠진 것 같다? 요 며칠 사이에 임창균이 살 빠졌다는 건 그나마 눈치 빠른 준우나 선하 정도가 진작 알아챘지만 눈썰미라곤 하나 없는 상일이 알아챌 정도면 말 다 했다. 임창균은 지금 좀 이상하다. 아프거나 뒤늦게 중2병이 발현했다거나 둘 중 하난데 어제까지만 해도 어머니 생신 챙겨드리러 간 놈이 후자일 리는 없고. 애들은 전자에 걸기로 했다. 정확히는 걸어야만 했다.


 준우는 또다시 고기를 한 점 집어 창균에게 먹였다. 정작 임창균은 젓가락질 한번 할 기운이라도 아끼고자 받아먹은 건데 애들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직접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균이 찌개를 한 숟가락 뜬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하는 생각이 들 때는 한참 뒤였다. 술자리도 아니었는데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창균의 후드티 위에 기존의 얼룩보다도 더 선명하고 새빨간 자국이 생겨났다. 창균은 그걸 깨닫기까지 다른 애들에 비해 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 수업은 제대로 들을 수 있겠어? 물티슈 두어 장을 얻어온 선하가 창균에게 물티슈를 건네며 묻는다. 창균은 이미 다 스며든 자국을 물티슈로 문질러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것 같은데. 준우의 생각은 좀 달랐다. 어차피 시간 남았으니까 과방 가서 잠깐 자. 창균은 고개를 저었다. 얼룩을 닦아내는 손길에 힘이 실렸다. 너 지금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창균이 멈칫한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준우를 쳐다봤다. 턱을 괴고 있던 준우와 눈이 마주쳤다. 너 지금 맛이 좀 간 것 같다고. 딸꾹. 그 말에 이젠 딸꾹질까지 시작했다. 창균은 제 앞에 떠다 놓은 물을 들이켰다. 우울한 새벽의 기억이 떠오른다. 날 죽이려던 아버지의 얼굴과. 창균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마른 세수를 한다. 내게 돌아서던 다정한 등. 그리고…. 고열. 비록 꿈속이었지만 그때와 똑같았다. 형을 떠나보냈던 그때. 뇌는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고 심장은 조각나 제 기능을 상실하는 것만 같았다. 죽음을 겪어본 적은 없었지만 창균은 꼭 죽을 만큼 아팠다. 그래서 깼다. 창균은. 우울하고 새파랗던 새벽에. 온 세상이 멍든 것처럼 새파랗게 물든 새벽에.


 강의실에서 보자. 그 말을 남기고 창균은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났다. 준우의 말대로 과방으로 향했다. 진작 모여앉아 떠들고 있던 후배들이 창균을 보고 깍듯이 인사한다. 창균은 그대로 애들을 지나쳐 가장 안쪽에 있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아무튼 오늘은 운이 좋지 않은 날일 뿐이라고 창균은 생각했다. 불바다에 수몰된 것도, 형이 내 꿈에 나타난 것도. 또 다른 날의 불행을 메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창균은 꼭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하는 사람처럼 두 눈을 감았다.


 야, 창균아. 아프면 먼저 가. 그냥 우리끼리 볼게.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 내내 상일은 창균의 안색을 살폈다. 나 이제 괜찮거든. 정확히 괜찮아진 건 아니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으니 마냥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창균이 제 후드티를 내려다본다. 얼마나 세게 문지른 건지 날이 습한 탓인지 창균의 후드티 위로 얼룩진 자국은 아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창균은 후드티 주머니에 꽂아둔 휴대폰을 꺼냈다. 어제부터 민혁에게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형] [뭐] [해?] 창균은 제가 한동안 연락이 없을 때마다 꼭 하나씩 끊어 메세지를 보내던 민혁을 떠올리며 그렇게 보냈다. 툭. 휴대폰 위로 자그마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야. 비 온다. 애들 다 주섬주섬 우산을 펼치려 할 때 창균은 제 옆에 있던 선하를 빤히 바라봤다. 너 우산 없어? 응. 선하는 별다른 말없이 제 우산을 반쯤 양보했다.


 그 형은 뭐 좋아하려나. 상일이 키오스크 화면을 넘기며 혼잣말 비슷하게 묻는다. 뭔가 빈속에 아메리카노만 마실 것 같이 생기긴 했는데. 준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손을 뻗어 제 몫의 음료를 골라 담았다. 받아들이는 시점에 따라 그다지 좋지 않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마는 예술 하는 애들 사이에선 그게 칭찬으로 통한다. 너네도 골라. 그냥 아아로 통일해. 재영이 가지런히 담겨있던 준우의 음료를 삭제하고는 순식간에 아아 여섯 잔을 담는다. 준우의 입술이 들썩였지만 취향 모를 땐 가장 기본이 우선시 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애들은 딸기 스무디며 모카 초코칩 라떼 뭐시기 먹는데 그 형만 아아 주는 건 쫌 그렇긴 해. 준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섯 잔이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의 전원을 누르기도 전에 진동벨이 울렸다. 테이블 가장 바깥쪽에 앉아있던 상일이 진동벨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야. 밖에 비 진짜 많이 온다. 창가 쪽 가까이 붙은 자리라 그런지 통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구멍 뚫린 듯 쏟아져내리는 비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창균은 신발장 속 비스듬히 세워놓은 우산 하나를 떠올렸다.


 “아, 맞다. 그 형 잠깐 배우도 했었나 봐.”
 “레알?”
 “미국 유학 가있을 때 영화 몇 개 찍었대.”
 “미국에서? 잠깐만. 우리 너무 후달리는 거 아니냐? 클라스가 다른데?”


 그 형 이름 뭔데? 재영이 노트북 충전기를 꽂으며 묻는다. 그 정도면 검색했을 때 나올 거 아냐. 재영과 준우의 대화를 얌전히 듣고 있던 창균은 재영의 노트북 배경화면을 보며 너 정리 좀 해야겠다 하고 말을 건넸다. 창균의 말에 재영은 바쁘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래봤자 꽉 찬 배경화면에서 두어 개 정도만 정리됐다. 아. 내가 이름 말 안 해줬나? 그사이 휴대폰을 바라보며 히히덕 웃던 준우가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잠만. 나 와이파이 좀 연결하고. 재영은 주머니에 꽂아뒀던 영수증을 꺼내 비밀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거기 아래. 인상을 찌푸리면서까지 영수증을 들여다보는 재영에 보다 못한 창균이 손가락으로 비밀번호의 위치를 짚어줬다.


 “이름 말해봐.”
 “채형원.”
 “최형원?”


 아니. 채형원.


 준우는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형원의 이름을 불렀다. 유리창에 붙어 길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던 창균의 시선이 준우에게로 향한다.


 “준우야.”
 “어.”
 “다시 한번 말해봐.”
 “뭐? 그 형 이름?”
 “…….”
 “채형원?”


 그럴 리가 없다고 창균은 믿고 싶었다. 그런 영화 같은 일이 제게 일어날 거라 기어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창균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 거대한 무언가가 창균의 심장을 짓누르는 것처럼 심장이 비명을 질러댔다. 저 멀리 계단 아래서 상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혼자 내려갔음에도 꼭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상일의 모습이 창균의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그로부터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옆에 있던 누군가의 모습도. 의자에 앉아있던 애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창균은 유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재영이 반박자 늦게 일어나 인사를 할 때까지도 창균은 그대로였다. 얌마. 우리보다 형님이야. 안 일어나냐? 준우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창균에게 속삭인다. 창균은 듣지 못했다.


 이건 좀 지난날의 이야기인데, 재회라는 막연한 단어를 꿈꿔본 적은 분명 있었다. 그게 창균의 성장통을 부추긴다는 걸 깨달을 때쯤 되어서야 그 막연한 단어를 외면할 수가 있었다. 지금의 창균은 재회를 꿈꾸지 않았다. 얼룩으로 가득한 후드티를 걸친 초라한 모습으로는 더더욱. 형원이 가까이 걸어온다. 혹여나 아직까지도 악몽을 꾸고 있는 건가 싶어 크게 숨을 들이켰다. 흉터 아래 잠긴 기억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부자연스럽게 잘려나간 시간이 창균에게 손짓한다. 보고 싶었다고.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날만을 기다렸다고. 창균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의자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창균에게로 향했다. 야. 임창균. 창균의 손끝이 떨려왔다. 너 괜찮냐? 그 어떤 누군가의 시선을 빌려도 창균은 불안정해 보였다.


 괜찮아?


 우습게도 그 목소리가 창균에겐 더 익숙했다. 형원이 없던 그 몇 년 동안 붙어 다녔던 주변의 친구들보다도, 더 긴 시간을 붙어 다녔던 민혁보다도, 몇 년 만에 불쑥 나타나 제게 괜찮냐며 묻는 이기적인 목소리가. 창균에겐 더 익숙했다. 문득 그게 두려웠다. 형을 잊으려 노력했던 시간들조차 실은 형을 잊지 않기 위한 시간이었음을 인정하게 될까 두려웠다. 제게 열병을 남기고 떠난 그 존재에게 또다시 심장의 한켠을 내어주게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창균은 도망치기로 했다. 평소엔 신경 쓰지도 않아 힘없이 축 늘어진 신발 끈을 꽉 묶는 상상을 하고, 숨을 고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을 준비를 하고, 도망쳤다. 제 손목을 붙잡는 익숙한 온도를 뿌리치고 달렸다. 잔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창균의 이름을 부르는 몇몇 목소리가 들려온다.


 창균은 형편없는 모양새로 발을 굴렸다. 꼭 달리기를 처음 해보는 사람마냥 달렸다. 무겁게 쏟아지는 비는 창균을 끌어안았다. 그날도 비가 내렸지. 형을 떠나보냈던 그 해 여름말이다. 창균의 타임머신이 불시착하기 가장 적합한 그날. 제 손목을 붙드는 손길에 창균의 발걸음이 멎는다. 목 끝까지 잠겨버린 숨을 들이쉰다. 있잖아. 아마도, 이미 지나가버린 날의 나는, 사실.


 “창균아.”


 그 입술에서 울리는 내 이름을 그리워했던 것 같기도 하다.


 “보고 싶었어. 오랫동안.”


 창균이 몸을 돌린다. 웃음이 나오지도 않았고 눈물이 터져 나오지도 않았다. 창균은 그제서야 어렴풋이 오늘 제 자신이 불행했던 이유를 알아챘다. 형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형이, 내 불행의 완성이니까. 창균은 제 손목을 쥐고 있던 형원의 손을 내려다봤다. 맞닿아있는 틈새로 커다란 흉터가 눈에 들어온다. 서로를 잊지 않을 수 있었던 흉터. 창균이 고개를 들어 올려 형원과 눈을 마주한다. 형원의 눈동자는 창균에게는 좀 아팠다. 온몸이 난도질당한 것처럼 아팠다. 왜 왔어. 그 말을 할 때에는 꼭 혀끝이 잘려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가장 아픈 건.


 “적어도 나한테 도망칠 기회는 줬어야지.”
 “형이 그랬던 것처럼.”


 형원의 공백이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형원의 손이 서서히 떨어진다. 창균이 고개를 숙여 제 팔목에 새겨진 흉터를 바라본다. 이 무덤 속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아팠던 제 자신이 버젓이 묻혀있었다. 창균의 목울대가 크게 일렁인다. 불행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걸 창균은 잘 안다. 그래서 임창균은.


 “형은 내 불행이야.”


 그 불행을 끊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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