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풀었던 썰 정리

https://twitter.com/emmje_for_mdzs/status/1297544125214912512?s=20 


*원작 소설&애니배경 여무선,여강징으로 수학시절 날조-사일지정없는 평화로운 수진계 모먼트/마도는 무선이가 나중에 다른 방법으로 깨우치게 될 듯요...(아마도?)

*각종 클리셰 범벅 망상글입니다(왜냐면 제가 좋아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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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소! 한 병 줄게, 봐 주면 안될까?"




"이런 게 어딨어...."

위무선은 절망했다. 천자소 사건으로 한밤 중 담을 넘은 것까진 그렇다 쳐도 도무지 왜 원기를 영기처럼 다루면 안 된다는 건지 의문을 품은 걸로 이런 책벌을 내리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위무선은 강의시간 중 남계인의 화를 돋운 벌로 장서각에서 아정집을 세번 필사하는 벌을 받고는 벌써 보름이 넘도록 장서각에서 보기만 해도 하품이 나오는 지루한 서책들과 종이, 먹들과 씨름중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책벌이고 뭐고 뒷산으로 바로 꼬리를 내뺐을 테지만 제 앞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히 불경을 필사하는 사람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게다가 한 달동안 이 꽉 막힌 애랑 같이 있어야 하다니, 날 숨막혀 죽일 셈이야?' 

남망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흰 손을 능숙하게 놀리며 정갈한 글씨체로 묵묵히 필사를 계속 할 뿐이었다. 간혹 한숨을 푹푹 내쉬며 광초로 설렁설렁 필사하는 위무선의 모습을 아주 슬쩍 힐끔거리긴 했지만, 위무선은 정작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본래 운심부지처는 남녀유별이 엄격했다. 때문에 본래 남가의 여수사가 위무선을 감시해야 했지만 남계인은 첫 강의 한시진만에 위무선이 앵간한 수사들도 제어하지 못할 별종중의 별종임을 기가 막히게 파악했다. 물론 위무선이 '그' 장색산인의 딸임을 나중에 알고 남계인은 핏줄의 위대함에 한 번 더 기함을 토했다 카더라. 때문에 남계인은 자신의 애제자이자 둘째 조카인 남망기에게 위무선의 감시를 맡겼다. 비록 남녀유별이 걸리긴 하다만 그래도 남망기는 제 또래 중에 능력을 따라 올 자가 없는 명사였고, 위무선 또한 그 행실이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어도 운몽의 대사저로 이름을 날릴 만큼 수행 경지가 뛰어나니 설마 이제 약관도 안 된 둘이 무슨 일이 있겠냐 싶어 두 사람을 붙여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남계인은 이것이 자신의 인생 중 크나큰 실책이었음을 깨닫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




"너 가져."

한 달째 되던 날, 위무선이 종이 한 장을 남망기의 앞에 내밀었다. 남망기가 또 시시한 낙서나 글귀가 적힌 종이인 줄 알고 읽던 서책에서 눈만 돌려 내용을 살폈다. 종이는 그의 예상을 깨고 제법 능숙한 솜씨로 그려진 인물화였다. 서책을 들고 읽는 모습이나 용모, 자태로 보아 분명 그 자신이었다. 위무선이 생글거리며 물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그림을 살펴보던 남망기는 여전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이 남으면 필사를 할 것이지. 책벌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건가?"

그러자 위무선이 입술을 삐죽이며 새초롬하게 대꾸했다.

"필사는 다 끝났는걸? 난 내일부터 안 나와."

그 말에 남망기의 손이 조금 움찔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읽던 책을 잠시 덮었다. 서안 위에 책을 올려놓은 그는 위무선이 내민 종이를 무심코 받아들었다. 종이가 온전히 그의 손에 넘어간 순간, 남망기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위무선의 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온전히 드러나자, 그림 속 남망기의 머리에 화려한 꽃 한송이가 꽃혀있었다. 위무선은 제 장난이 통하자 폭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아하하하하하하...!! 어때? 남공자에게 아주 딱 어울리는 선물이지?"

남망기는 분노로 미간을 실룩였지만 이내 평소처럼 무심한 얼굴로 시시하군! 하며 일갈했다.

"또 그소리! 맨날 시시하다고만 할 거야? 좀 다른 말로 바꿔보는 게 어때?"

와중에 죽지않은 위무선의 혀는 조금도 쉴 줄을 몰랐다.

"극히 시시하군."

남망기는 그답게 짧게 다시 일갈한 후 읽던 서책을 집어 다시 책장을 펼쳤다. 그 순간 남망기는 못 볼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책을 그대로 집어던지고는 장서각 구석으로 뒷걸음질치듯 물러났다. 왠만한 일엔 동요조차 않던 그의 눈동자가 방금 전 본 서책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남망기가 본 것은 불경 표지를 한 춘궁도였다.

그 모습을 본 위무선은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서안 위에 엎어져 울다시피 웃어댔다. 분기탱천한 남망기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위영...!!!"

"응, 나 여기 있어...! 아하하하하하...!!"

"수치도 모르고...!"

남망기는 분노에 눈이 뒤집어질 듯 보였다. 두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떠는 남망기를 보며 위무선은 쉴 새없이 입을 종알거렸다.

"남잠, 설마 이런 거로 부끄러워하는거야? 사내가 어찌 그래, 그냥 춘궁도일 뿐인데? 설마 한 번도 안 본 건 아니겠지?"

"너...!!"

남망기는 생전 처음 겪은 일에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아 말조차 채 잇지 못했지만 위무선은 그 속도 모르고 계속 남망기를 놀리기 바빴다.

"하긴 너같은 순진한 공자가 어찌 이런걸 봤겠어. 아마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지? 그래도 고마워 하라고, 나 덕분에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알게 됐잖아?"

순간 귓가가 새빨개진 채로 위무선을 노려보다시피 듣고만 있던 남망기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대로 위무선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장서각 구석 벽에 쿵 밀어붙였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채 피하지도 못한 위무선이 등에 고스란히 느껴지는 충격에 아야야...하며 신음을 내뱉었다. 그제서야 위무선은 괜시리 저가 너무 심했나 하며 웃음을 그치곤 남망기의 눈치를 살폈다.

"어....남잠?"

남망기의 눈에 순간 약간 핏발이 선 듯 보였다. 차가운 냉정을 유지하던 투명한 눈동자가 분노로 잔뜩 이글거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신호를 감지한 위무선의 등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 엿됐다. 위무선은 잡힌 손목에 힘을 주어 남망기한테서 벗어나려 팔을 뒤틀었다. 

"이거 놔..!"

하지만 그럴수록 위무선을 얽맨 손아귀의 힘은 점차 거세질 뿐이었다. 손 힘으로만은 역부족이라는 걸 느끼자 위무선은 온 몸을 뒤틀며 저항했다. 지금 이 순간 위무선은 수편을 놓고 온것을 뼈져리게 후회했다. 남망기는 장서각 한쪽 벽에 걸린 제 피진을 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 편이 위무선에겐 천만 다행이었을지도 몰랐다. 몸싸움으로도 밀리는 와중에 저에겐 없는 패검까지 꺼냈다간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했다. 한참을 있는 힘껏 저항해도 이 무식하게 힘 좋은 공자는 꿈쩍할 생각이 없으니 이쯤 되자 위무선은 본능적인 공포보다 운몽 강씨 대사저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갈 지경이었다. 

'말도 안돼! 운몽에서도 앵간한 남자애들한테 힘으로 밀린 적이 없는데!!'

순간 울컥한 위무선이 순간 온 몸으로 남망기의 품에 달려들듯 힘을 실어 밀쳐냈다. 조금 전까지 몸을 뒤틀며 제 손을 벗어나려 애쓰던 위무선이 순식간에 안기는 모양세가 되자 그 바람에 당황한 남망기가 힘을 조금 풀었다. 그제서야 기회를 잡은 위무선은 냅다 문 쪽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친 보람은 없었다. 이내 다시 남망기에 손에 붙잡힌 위무선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대로 서안 위로 엎어진 두 사람은 엎치락 뒤치락 몸싸움을 시작했다. 

"남잠,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이거 놓고 얘기해!"

"너 뭘 모른다고 했어?"

"으응..?"

위무선은 뜬금없는 질문에 눈을 깜빡이며 미간을 구겼다. 갑자기 뭔소리야. 내가 남잠한테 뭘 모른다고 면박을 줬나? 원체 기억력이 나쁜 위무선은 우선 저 눈이 훼까닥 돌아버린 사내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는지 한쪽 팔을 뻗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가볍게 손으로 주먹을 막은 남망기는 그대로 위무선의 두 팔을 완전히 억눌렀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몸이 서안에서도 굴러 장서각 바닥으로 완전히 떨어졌다.

"남잠, 너 왜이래! 미쳤어? 이거 놔, 아프다고!"

"뭘 모른다고 했어?"

"몰라,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일단 이거 놓고 얘기해!"

서안 위에 놓인 필사본들이 정신없이 구겨지고 바닥으로 휘날렸다. 벼루며 연적, 각종 서책이 떨어지며 우르르 철퍽 쨍그랑 평소 고요한 장서각에 어울리지 않는 요란한 소음을 냈다.




한편 강징은 섭회상과 함께 장서각 입구에 도착했다. 비록 핀잔을 주긴 했어도 제 사저가 걱정된 강징은 섭회상의 도움으로 남가 수사들이 없는 틈을 타 장서각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강 소저, 걱정 마세요. 설마 그 남망기가 있는데 위 소저도 별일이 있겠어요?"

섭회상이 부채를 살랑거리며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강징은 그 말을 들은 체도 않은 채 장서각 문 밖에서 귀를 귀울이기 바빴다. 순간 와장창 하는 요란한 파열음이 들리더니 중간중간 위무선의 당황한 외침이 섞여 들려왔다. 그러자 섭회상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고, 강징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앞 뒤 잴 것 없이 바로 장서각 문을 벌컥 열고 외쳤다. 

"위무선! 무슨 일...!!!!!"

채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말문이 막혀버린 강징과 부채로 잔뜩 벌어진 입을 가린 섭회상이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은 석상마냥 움직이지 못했다. 평소 고소 남씨가 대대적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장서각 안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온갖 글이 적힌 종이 낱장이 구겨지거나 찢어진 채 장서각 바닥에 흩날렸고 떨어진 벼루가 깨져 먹물이 그 주변을 잔뜩 더럽히고 있었다. 평소 책장에 가지런히 꽃혀져 있을 서책들은 구석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 난장판이 된 장서각 바닥 한 가운데에 위무선이 버둥대며 뻗어있고 그 위에 남망기가 위무선의 손목을 모아 꽉 붙들고 올라타 있었다. 남망기 아래 깔린 위무선은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있었고 남망기는 눈가에 핏발이 가득했다. 위무선은 고통에 거의 신음하다시피 놓으라 외쳤고 남망기는 무엇에 그리 화가 난건지 여전히 부들대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전후사정 모르는 두 사람에게는 남망기가 위무선을 힘으로 누르고 겁탈하려는 장면으로 보였다! 

순간 타인의 인기척을 느낀 남망기가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위무선의 손목을 잡은 손을 풀었다. 제 아래서 고통에 잔뜩 울상이 된 채 신음하는 위무선을 보자 그제서야 저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등골이 송연해졌지만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 순간 강징이 눈에 불을 켜고 잔뜩 분노한 고성을 내질렀다.

"이런 파렴치한..!!!!! 감시하라고 붙여놨더니...!! 애한테 무슨짓이야!!!!!!" 

순식간에 강징이 삼독을 뽑아들고 남망기를 겨누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남망기는 피할 생각이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중간에 위무선이 강징을 붙들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삼독에 크게 다칠 뻔하였다. 위무선이 강징의 허리를 붙들어 간신히 매달리며 애원하다시피 외쳤다.

"강징! 아냐, 그거 아니야! 오해야, 오해라고!  내가 장난쳐서 생긴 일이야!" 

위무선의 만류에도 강징은 여전히 화를 가라앉히지 않은 채 외쳤다.

"오해는 무슨! 방금 내 눈으로 다 봤는데! 장난 좀 쳤다고 그런 몹쓸 짓을 해?!!? 하, 아정하기로 소문난 둘째 공자가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다니요? 참 대단하십니다? 예?!"

남망기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사람처럼 눈을 내리깔고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을 뿐이었다. 분노한 강징의 사자후와 그를 말리는 위무선의 외침이 장서각 바깥까지 널리 울렸다. 중간에 낀 섭회상만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애꿏은 부채만 접었다 폈다 하며 진땀을 흘렸다.




결국 소란이 너무 커져 그날 장서각에서의 사단이 운심부지처 내에 완전히 퍼져버렸다. 그리고 소문을 들은 남계인 선생은 결국 피를 토하고 그날로 방 안에 드러누우셨다. 다음 날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남계인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두 사람을 따로 불러냈다. 지은 죄가 있는 두 사람은 이유를 물을 것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불려와 조용히 남계인 앞에 정좌로 꿇어앉아 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속이 더 뒤틀린 남계인이 간신히 심호흡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장서각에서 그 소란을 피운게 사실이냐?"

"...예."

담담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남망기의 대답에 남계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두 사람을 붙여두는 게 아니었는데, 돼지에게 뜯어먹힌 제 배추 꼴을 보자 속으로 피눈물이 흘렀다. 후회가 막심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렇게 된 이상 불순한 소문이라도 사실을 바로잡아 정정해야 했다.

"망기, 묻는 말에 솔직하게 답하거라. 정녕 네가....네가 그런 파렴치한 짓을 위영에게 저질렀느냐?"

남계인 이런 질문을 하는 것조차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중간에 한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정작 대답한 것은 질문을 받은 남망기가 아닌 위무선이었다.

"남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다 오해입니다! 오해에요!! 그냥 제가 장난을 좀 쳤는데 남잠이 화가 나서..."

하지만 중간에 끼어든 남망기로 인해 위무선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예."

"남잠!??"

위무선이 휘둥그레 커진 눈으로 경악하며 남망기를 쳐다보았다. 남계인조차 수염을 파르르 떨며 주먹을 쥐었다. 남망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사실입니다 숙부님. 제가 위영에게 억압을 가했습니다."

위무선은 담담하게 대답하는 남망기를 보며 입을 벌렸다. 남계인은 다시 올라오는 두통에 이마를 짚었다. 차라리 저 위영 녀석 말대로 다 거짓이라고, 오해라고 부정해주었으면 좋으련만. 거짓말 금지라는 남씨 가규를 철저히 지키는 제 조카가 지금은 원망스러우리만치 답답했다. 그런 남계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망기가 이어 말했다. 

"비록 파렴치한 뜻을 가지고 그리 행동한 것은 아니지만 의도치않게 위영에게 불순한 소문이 나게 되었으니 제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잠깐 책임이라고? 남잠 네가 왜? 소문이 나서 손해인건 오히려 네 쪽 아니야? 왜 나를 걸고 넘어져? 위무선이 오만가지 질문을 쏟아낼 것 같은 눈으로 남망기를 바라봤다. 순간 책임이란 말에 움찔한 남계인이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살짝 떨린 음성으로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책임이라면...?"

"운몽에 혼서를 넣어주십시오. 운몽 강씨 대사저 위무선을 제 도려로 맞이하겠습니다."

남망기의 폭탄 발언에 위무선이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남잠!!! 무슨 소리하는거야 너?!!??!"

그리고 위무선이 놀란 토끼눈으로 외치자마자 남계인은 또다시 피를 토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요...."

"글쎄 남가 둘째 공자가 운몽 대사저랑....."

"허허 참, 그토록 아정하고 바르다던 둘째 공자가 그럴 줄은...."

"청춘엔 예상하지 못할 일들이 수두룩 일어나는 법이죠 하하하...."

"그럼요, 그래도 둘이 제법 꽤 잘 어울리지 않던가요? 귀여운 한 쌍이던걸요."

"사실 전 어느정도 예상했지요. 그렇게 티격태격 다투는데도 묘하게 기류가 흐르던데요?"

저만치서 수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던 남계인이 차마 남사스러워 오던길을 되짚어 돌아갔다. 그 날 이후 남희신은 기꺼이(이때 남계인은 믿었던 첫째 배추에게서 마저도 배신감을 느꼈다 카더라)혼서를 작성하여 운몽의 연화오로 보냈고 혼서를 받아든 강풍면은 그저 허허 웃으며 혼약을 승낙하는 답신을 써 운심부지처로 보냈다. 물론 중간에 소문을 들은 우부인이 분기탱천하여 자전을 들고 운심부지처로 처들어가려는 것을 간신히 강풍면과 강염리가 막아섰다는 것은 두 사람이 혼인 이후에 안 사실이었다.

한편 와중에도 여전히 수학 기간은 남아서 혼례 준비를 위해 연화오로 돌아간 위무선과 다르게 강징은 씩씩거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운심부지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매의 눈으로 남망기를 찾았지만 어째서인지 남망기는 그날 이후 정실에 틀어박혀 모습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듣기로는 정실에서 책벌로 수련 중이래요."

섭회상이 조심스레 말하자 강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하, 수련!? 웃기시네. 잘못은 와중에 알고 있다 이거야? 어림도 없지. 남가의 방식이 아니라 운몽의 방식으로 책벌 받을 각오하라 그래!"

 때마침 남희신이 운몽에서 온 답신을 정리하다 저 멀리서 들려온 강징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쪽으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제 분을 터트려버릴듯 성큼성큼 걷는 강징과 강징의 분노섞인 외침에 야단맞은 강아지처럼 깨갱한 섭회상이 강징의 뒤를 쫄래쫄래 따랐다.

'흠....운몽과 겹사돈이어도 문제는 없겠지?'

여전히 화가 난 듯 미간을 찌푸린 채로 지나가는 강징을 보며 남희신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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