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숙 여사)

미련은 연애를 할 때만 가질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툭툭 튀어나오곤 했다. 한 번은 최근 가장 시청률이 좋다는 막장 드라마를 볼 때였다.

“엄마는 저런 드라마가 재미있어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제 아이를 끌어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장면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필 돈 많은 집 자제였고 그 부모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미혼부가 될지라도 저런 여자와 결혼은 안 된다’ 강경함에 속도위반으로 낳은 아이까지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어쩜 그래도 아이까지 있는데 어떻게 떼어놓을 생각을 해. 독한 시부모를 욕하고 있으면 간만에 집에 온 아들이 신기하다는 듯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래, 재밌다. 나중에 저 애가 크면 어쩌려고 저런다니. 으휴, 몹쓸 사람들.”

“설마 저런 사람들이 있으려고. 그리고 저 여자도 이상해. 너무 감정적이야.”

“야, 너도 나중에 애 생겨봐. 나는 저 여자 마음 백번도 이해한다.”

“내 애는 없을 거라니까.”

그냥 막 하는 말 좋게 넘어가도 될 텐데, 굳이 그걸 또 짚어준다. 그게 얄미워 노려보면 으쓱, 아들은 죄 없는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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