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비늘






 산신 이연의 청에 객잔에서는 연못 위에 배를 띄었다. 신이 난 건 청구에서 온 작은 여우 뿐만이 아니라 객잔의 주인인 만월이었다. 탈의파 할멈의 배웅을 마치고 돌아온 만월은 온종일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도 부족했는지 만월은 술병이 가득 든 궤짝을 옆에 끼고 앉아 자꾸만 이연이며, 이랑의 잔을 채우기 바빴다. 이랑은 잔을 입가에 갖다댔지만 홀짝이는 흉내만 냈을 뿐 술이 그대로인 잔을 제 작은 반상 앞에 내려놓았다. 



 "아까 목이 말라 아귀처럼 달려들던 내 아우는 어디 가고 없는게야!" 



 이랑이 좀처럼 술을 더 마시지 못하자 만월이 소리쳤다. 이연은 이랑에게 자꾸만 술을 들이미는 만월은 말리기 급급했고, 랑은 고개를 도리질쳤다. 정말이지 더 들어찰 곳이 없었다. 혈서옥이 배를 채운 탓인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망갈 수도 없는 뱃전에서 만월의 술잔을 피하던 랑은 결국 제 형 등 뒤에 바짝 붙어 고개를 묻었다. 이연은 만월의 손에 들린 술잔을 뺏어 제가 단숨에 마셔버렸다. 



"이연 자네가 어려서부터 끼고 도니 다 커서도 이러는 게 아닌가!" 

"못 마시겠다는데 주는 자네가 이상한게지."

"에이. 어디 형제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만월과 이연 그리고 랑은 꽤나 오랜시간 담소를 나누었다. 밤이 깊어질 수록 말수가 줄어들던 이랑은 가장 먼저 잠을 청했다. 제 형님의 무릎을 베고 누운 랑은 몸을 옹송그린 채 어린아이처럼 잠을 잤다. 이불보도 없이 판판한 뱃바닥이 불편한지 연신 뒤척이는 아우를 보던 이연은 제 품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 아우를 기어코 품에 보듬어 안았다. 비스듬히 형의 품에 고개를 기댄 랑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혹여 깨울새라 조심히 늘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는 이연의 손길을 보다못한 만월이 빈정거렸다.



"아주 닳겠네 그래. 그리 아까워서 어찌 혈곡산장으로 보내겠나."

"그러게 말일세."



 꽤나 씁쓸하게 읊조리는 이연을 보며 만월은 혀를 끌끌 찼다. 들고있던 술병을 이리저리 돌리며 무게를 가늠해보더니 바로 술병을 입가에 가져다대고는 탈탈 털었다. 



"만월 자네 갓난아이를 안아 본 적이 있나? 어머니와 함께 랑을 데려오던 날 말일세. 정말이지 작아서 난 감히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네."

"안 봐도 뻔하구만. 그러니 삼도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난리를 피웠다지."

"할멈에게 들었나보군."

"그래서 자네는 할멈에게 뭘 내놓았는가?"



 만월의 물음에 자조하듯 웃으며 이연은 잠든 이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든 할멈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손발이 되기로 했지."

"얼마동안?"


  

 만월의 물음에 이연은 미소를 지을 뿐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만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딱한 눈길로 절 쳐다보는 만월을 향해 이연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도 자네 목숨처럼 끔찍히 여기는 아우가 있었다면 나와 같았을 걸세. 불바다가 뭔가? 자네라면 객잔에 머무는 망령을 다 이끌고 들어가 삼도천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겠지."

"왜 거기서 아우도 없는 날 끌어들이나? 거 성격하고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일세. 지금은 이렇게 내 곁에 있지 않은가? 그리고 혹여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해도 난 똑같이 할 걸세. "

"탈의파 할멈에게 더 내놓을 게 있긴하고?"

"…뭐라도 할멈에게 줄 수 있는게 있다면 그리 해야지."

"이제 남은 밑전도 없을 것 같은데 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



 만월은 쯧쯧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이연을 대신해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을 움켜쥐었다. 만월은 한 팔로 아우의 몸을 감싸느라 한 손만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이연의 손에 술병을 건넸다. 이연은 피식 웃으며 제 술병을 만월이 든 술병에 가볍게 부딪쳤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술을 한 모금한 이연은 솔직하게 쓴 맛에 얼굴을 찌푸렸다. 만월은 그 모습을 보고 언짢아하면서도 이연의 입에 손수 안주를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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