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감하기 전, 기억나는 것은 불타는 집 안에 서 있던 나였다. 불길 때문에 피부가 타들어가고 녹아내리는데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기 전 보았던 달이 눈앞에 일렁이는 화염 때문인지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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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분명 죽었을 나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환생이라는 것을 하여 마계의 왕이자 통칭 ‘그림자 군주’가 되어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오글거리고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실제로 겪고 있으니 부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생에서 받은 이름은 ‘레벨리 리안 쉐이드’. 키는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한 174 정도에,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를 덮을 정도. 마족이라기엔 믿지 않을 정도의 흰 피부.

 

다시 살게 된 건 좋지만, 이야기를 듣자 하니 신과 마족은 서로 견제하는 관계라고 들었고 실제로도 그러한 것 같았다. 그 중 유일하게 마신 ‘카에스’가 이 곳 마계를 관리하며 나름의 균형이라는 것을 이루었다. 그랬을 텐데·· 내 첫 신계 견학은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조금 달랐다.

 

마신 카에스의 부름에 처음으로 신계에 발을 들였는데,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순간 많은 신들이 불만을 품은 듯한 얼굴로 카에스를 찾아왔다.

 

“이봐, 카에스! 너 이번에도 마족을 신계에 견학 시킨거냐?”

 

카에스 외의 처음 보는 신의 외침에 난 살짝 기가 꺾였고, 카에스는 아랑 곳 않고 능청스럽게 말을 맞받아쳤다.

 

“왜, 베타. 내가 전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것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능청맞긴, 내가 마족을 멸시하는 걸 알면서 이러는거지? 응?”

 

서로 말싸움을 하는가 싶더니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자, 결국 신력까지 쓰는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 보는 사태에 신성력에 날아가 버릴 것 같지만 내가 나서서 둘을 말리는 수밖에 없어보였다.

 

“넌 뭐야?”

 

대뜸 뛰어든 날 보며 카에스와 쟁쟁히 싸우던 신이 바락바락 소리쳤다.

 

“레벨리 리안 쉐이드라고 합니다. 이렇게 소란스러우면 주신님께서 어쩌실지···.”

 

싸해진 분위기 속에서 내 말을 들은 신이 더욱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난 마족놈들이라면 치가 떨려. 적당히 빨리 꺼지는 게 좋을거야.”

 

가만히 날 노려보던 신이 말을 마치고 나자 뒤이어 그의 눈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너, 마족··이냐?”

“예? 아, 뭐 마족··인데요.”

 

그러자 다른 신들도 갑자기 나를 두고 웅성거리며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신기하네.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잖아?

-노엘 너도 그래? 알 수 없는 일이네···.


다른 신들도 일제히 동의하며 모두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싫다기보단·· 친근하달까.

-그러게,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아리송한 분위기에, 조용히 자리를 피하려던 나를 카에스가 붙잡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그렇다니까! 마족이면서 신들에게도 친근한 존재, 흥미롭지. 응응. 마계의 아이들은 모두 내 자식들이다만·· 리안, 너는 내 아들하자!”

“예? 제가 왜···.”

 

차마 따라갈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의 흐름에, 나는 그저 카에스를 미친놈 보듯 볼 수 밖에 없었다.

진심이냐고, 저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아까 베타라고 불리며 날 몰아세우던 신이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카에스와 나를 보았다.

 

“진심이냐, 다른 신들이면 몰라도 네가 양자를 들이겠다니···.”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카에스를 바라봤고, 나 역시 그를 미친사람 보는 듯이 바라봤다. 그러자,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지 카에스가 담담한 표정으로 따졌다.

 

“표정들이 왜 그래? 리안 너까지···. 뭐야, 나는 양자들이면 안 되냐?”


별로 안될 것도 없는지라, 카에스의 물음에 모두들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각자 흩어졌다. 나만 빼고.

웃기게도 환생이라는 신비한 체험을 하자마자, 마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아버지라는 존재도 생겼다. 앞으로의 생도 왠지 순탄치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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