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합 체벌 등의 소재가 있습니다.



역시나 준성은 엎드려뻗쳐 자세로 대기하고 있었다. 옆에 각목 몇 개를 세워 놓고.


“일어나.”

“아닙니다.”

“내 말이.. 우스워?”

“.. 아닙니다.”


세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더 고집 피우면 안 될 것 같았는지 준성이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섰다. 


“준성아.”

“네! 한결 20기 대표, 김준성입니다!”

“왜 불려왔어?”

“1학년 교육 제대로 시키지 못ㅎ..”

“그걸로 혼낼 거면 2학년 집합을 걸었지. 너만 안 불렀어.”

“..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진호 들어왔는데 안 부르고 세워둔 이유가 뭐야?”

“..."

“사고 친 놈 보기 싫어서 그런 거야?”

“아닙니다.”

“그럼. 애들 들어와서 인사하는 거 못 들었어?”

“아닙니다.”

“그럼, 벌 세운 거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동기에, 후배에, 선배들까지 네 눈치를 봐야겠어?”

“아닙니다!”

“동기들도 분위기 풀려고 애쓰는데 대표라는 놈이 그렇게 있으면 안 되지.”

“시정하겠습니다”

“..."

“.. 잘못했습니다..”


애들 오면 자연스럽게 업무 진행하자는 내용으로 공지를 마치고 처리할 일들을 정리하는데 1학년이 우르르 들어왔다. 막상 불러서 같이 일을 하려니 거친 말투가 나올 것 같아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느라 모르는 척 세워 두었는데.. 생각해 보니 선배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성깔을 부리는 것으로 보였을 수 있는 문제였다. 제 감정에만 집중하느라 전체적인 것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흐름에 방해되고 있던 것을 꾸짖는 세훈 앞에 면목이 없어 고개가 더 숙여졌다.


“그렇게 감정 하나 못 다스리면서 학생 회장직은 감당하겠어?”

“...”

“네가 선배한테 까이든, 무시를 당하든, 뭔가 다른 일이 있든, 그건 그거고, 네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해.”

“네, 선배님.”


준성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뒷짐진 손에 힘을 줬다. 이렇게 기본적인 문제로 세훈에게 야단을 듣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얼마나 혼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할 일도 많고 중요한 일정도 있으니 2학년 집합은 없어. 대신, 예비 훈련 때 기준 빡세게 적용할 거니까 다들 각오 단단히 하라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1학년도 마찬가지야. 훈련 때 겁나 굴릴 거니까 일단은 덮어.”

“네, 선배님.”

“진호는 네 선에서 알아서 하고.”

“.. 네.”

“..."

“..."

“.. 잘못 한 건 어떻게 할래?”

“혼내주시면 반성하고 시정하겠습니다.”


정해진 답을 담백하게 내놓은 준성을 가만히 보던 세훈이 그래. 하며 손에 깍지를 끼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주먹 쥐고, 다리 의자에 올리고 엎드려.”

“네, 알겠습니다.”


몸까지 풀면서 매를 드시려나 싶어 잔뜩 긴장한 준성이 생각보다 가벼운 벌에 어리둥절하며 자리를 잡는 동안 세훈은 바닥에 있는 각목을 힐끗 보더니 창고로 가 검지손가락 두께의 막대 하나를 찾아와 의자를 끌어 준성의 옆에 앉았다. 자신의 옆에 앉은 것이 뭘 뜻하는지 잘 아는 준성이 팔과 주먹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5,926 공백 제외
5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