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1988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아서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면서 봤다... 몇 가지 의문스러운... 솔직히 말하자면 꼴받는 포인트들이 있어서 그 부분만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아니...전쟁에 대한 반대를 표현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전후 세대니까...) 그 수단으로 어린아이를 사용하고 낭만화할 것은 또 뭔가? 실험체 세 명을 말하는 것이 맞다. 작중에서 초능력자는 무기를 뜻한다고 한다. 핵으로 인해 한 번 초토화된 일본이 다시 핵을 가지게 된다면 이전과 같은 비극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런 작가의 의도는 이해했다. 아니 그런데 좀...왜 일본은 무력한 어린아이를 엄청난 무기에 빗대는 일을 좋아할까? 낭만적인가 그게...정말 알 수가 없다. 모르겠다. 다른 캐릭터들도 좀 그런 면모가 있긴 했지만...

사람의 손에 만들어진 차가운 핵무기와, 한때 사람이었던 어린아이들은 와닿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전쟁 비판...뭐 다 알겠는데 솔직히 마루타 부대 운영했던 나라에서 저런 소재를 쓰니까 꼴받을 수밖에 없는듯... 아이들은 어째서 무기가 되어야 했다는 말인가? 아이들이 무기를 빗댄 비유였다면, 아이들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완전히 제거한 이후여야 하지 않나? 무기는 감정이 없다. 감정이 있는 것은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다. 어째서 무기에게 피해자성을 부과하는가? 심지어 그들은 타의적으로 무기가 되었다. 아 진짜 쓰다보니 개 열받네... 일본놈들 조선인을 딱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나?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에서 시작한 영화가 순결하고 순수한(ㅋㅋ...) 피해자들의 자기희생으로 끝맺음된다는 점이 정말...

피해자들의 단결과 분노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알겠다. 전쟁을 반대하는 영화에서조차, 이놈들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탓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을 자신의 세계와 단절시킨다. 그들이 순수하고 순진하며 순결한 존재로서 마망(ㅋㅋ)이 되어 모든 것을 끌어안고 죽기를 바란다. 용서와 화해는 얄팍하고, 피해자들은 결코 가해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지 못한다.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감독에게도 포함된 무의식적 함의일 것이다. 


그리고 말해 보자. 테츠오가 악한가? 

나는 테츠오가 가지고 있던 약자성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츠오는 시설에서 사는 아이다. 제대로 된 보호자도 없고, 자신을 보호해 줄 환경도 없다. 그 자신도 '폭주족'이다. 일본을 위해 세상을 구하겠다는(ㅋㅋ...) 연구실에 끌려가 실험을 당한다. 설명도 합의도 없다. 상황은 재난처럼 들이닥친다. 그리고 테츠오에게는 거부권이 없다.

아니...나같아도 냅다 납치당해서 실험실 끌려갔는데 초능력을 얻었다? 그럼 다 때려부순다. 세상 다 알 바인가... 세상이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테츠오가 한 짓이 정당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분노만큼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해소되지 못했지만 솔직히 연구원 놈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닌가...만만한 사람 하나 잡아다 실험체로 써먹은 게 누군데... 코믹스에선 심지어 사망률도 높은 실험이라고 한다. 


아니 그리고 스터디 하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새끼들 다 전반적으로 해줘충같다. 이잉...세상도 구해줘...아무튼 널 실험하고 뇌를 찌르고 약물을 주입해서 고통스럽게 만들겠지만 나도 구해주고 세상도 구해주고 아키라도 제지해주고 흑흑흑 이잉 해줘해줘 아무튼 넌 강한 힘이 생겼으니가 세상을 구할 "의무"가 있잖아 (난 아니고ㅠㅠ난 연약한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하고 사실 네가 가진 힘이 조금 탐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도구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ㅠㅠ 난 버튼만 누를래ㅠㅠ)

진짜 좆까세요...


아니 그리고 ('아니 그리고'란 표현을 몇 번이나 쓰는지 모르겠는데) 전범국 새끼들은 왜 이렇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소는 억울해하지도 않고 또 순순히 대를 위해 희생한다. 진짜 좆까세요... 이 새끼들의 창작물에 무의식적으로 투영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희생을 당연시하고, 희생하는 이들을 의도적으로 대상화시키고, 독자와 단절시켜 이입할 수 없도록 만들고, 그들을 한 명의 사람이 아닌 어떤 이질적인 개체로 그리는 것 등이 그 예라고 본다. 반대로, 가해자에게는 서사를 부여하고, 인간성을 부여하고, 독자와 동화시켜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늘 때리는 입장에 있던 새끼들이어서 그런가... 


아니 내가 20세기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가? 작가를 비난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든다... 고레에다 감독의 '괴물'을 볼 때도 비슷한 감상을 적었던 것 같은데, 당사자가 되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그려 내는 소수자/피해자의 서사는 오로지 낭만과 허무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그 안에 당사자들은 없다. 오직 지독하게 아름답고 공허한 이미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새끼들이 그리고자 하는 게 뭔가? 모두 사이좋게 지내야 해요? 하 이 새끼들은 전쟁 반대 메세지를 담아도 가해자에 이입을 하는게 진짜 개 열이 받는다. 


아무튼 이미지적으로는 굉장히 아름다웠고...버블 시대에 나온 애니메이션이다 보니까 작화도 좋았다. 그래서 더 열이 받는듯...

전범국의 창작자란...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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